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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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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03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1만자, 약 4.2만 단어, A4 약 8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222661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9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인류의 영원하고도 평화로운 동행을 위하여...
미치앨봄 ‘8년의 동행’을 읽고
나에겐 팔레스타인 친구가 한 명 있다. 만난 적은 한 번도 없고 나이 차이도 엄청 나지만 마음만큼은 늘 이어져있다고 믿는, 생각만 해도 빙그레 웃음이 나는 그런 친구. 올해로 8살이 된 아사사 아브드르 파타흐 모하마드와 나는 월드비전이라는 단체를 통해 친구가 되었는데, 처음 이 꼬맹이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 생경하면서도 긴 이름을 외우기 위해 꽤나 고생을 했고 처음으로 편지를 쓰던 날엔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하나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남자친구에게 러브레터를 쓰듯 자연스럽게 편지를 쓰고 언젠가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가 모하마드를 직접 만날 날을 꿈꾸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모하마드를 알게 된 후 내 책상위에는 늘 모하마드의 사진이 놓여있고 무하마드의 책상위에도 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사진이 놓여있을 것이며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행복하다. 비록 나는 엄마뱃속에서부터 성경책을 접하며 살아온 크리스찬이고 이 꼬맹이는 엄마뱃속에서부터 코란을 접하며 살아왔을 무슬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초딩’들과는 다르게 늘 배고픔을 걱정해야 하고 언제 있을지 모르는 폭탄테러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모하마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나는 사실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 대해 적잖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애써 일구어 놓은 삶의 터전에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와 여긴 우리 땅이니 다 나가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죽이고 토지를 빼앗은 이스라엘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하마드의 가족들도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혐오감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웹서핑을 하던 도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 상위권에 등극한 미치앨봄이 신작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인터넷 서점에 로그인하여 ‘8년의 동행’을 구입하였고 그 다음날 도착한 책을 마치 이 세상 빛을 처음 본 핏덩이 마냥 숭고한마음으로 안아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연 순간, 엄청난 감동의 소용돌이를 예상했던 나는 둔탁한 무언가로 뒤통수를 강타당한 느낌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미치앨봄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미치앨봄이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유대인이었단 말인가! 나는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 드러난 그의 정체(?)를 알고 거의 배신감에 가까운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 나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기독교를 강요하는 크리스찬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렸고 내가 모태신앙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자신의 종교만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적잖이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의 롤모델인 한비야씨가 그렇듯이, 불교나 이슬람교, 힌두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키우기 위해 나름 노력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치앨봄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나는 정말 심각하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한참 고민한 끝에 나와 모하마드가 신앙을 초월하고 성별과 국경, 나이까지 초월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믿으면서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덮어놓고 싫어한다는 것은 지나친 모순이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결론을 냈고 다시 책장을 열기는 했지만 말이다.
미치앨봄은 유대교 회당의 랍비인 앨버트 루이스로부터 추도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와 그의 스승 모리교수가 그랬듯 함께 인생에 대해, 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그 와중에 우연히 비바람조차 막지 못하는 허름한 교회에서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 목사 헨리 코빙턴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놀랍게도 한때 마약판매상이자 마약중독자로 삶의 밑바닥을 서성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지금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안타까운 생을 살고 있는 이들을 묵묵히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8년의 동행’은 작가가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을 만났던 8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앨버트 루이스와 헨리 코빙턴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종교도 다르지만 자신의 종교에 대한 강한 신념의 소유자였다는 점, ‘렙’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점, 그리고 물질적인 욕망을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고 자신의 이웃을 돌보는데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치앨봄은 두 성직자의 또 다른 공통분모로서 두 사람 사이를, 그리고 그들과 독자 사이를 잇는 훌륭한 교량이 되어 이 이야기를 써낸 것이다.
미치앨봄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느꼈던 적잖은 실망감과 배신감에 내 자신이 다시 민망해질 정도로 이 책은 ‘원더풀’ 했다. 구절구절이 감동적이라 일기장에 옮겨 적을라치면 두툼한 노트 한 권을 다 써버려도 부족할 정도였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내 입장에서 보면 이교도인 앨버트 루이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나의 종교에 대해 품고 있었던 많은 의문들의 상당부분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연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계 곳곳의 전쟁과 폭동, 자연재해, 끔찍한 살인사건을 보도해주는 뉴스들을 보면서 정말 신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그가 정말 인류를 사랑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맞는 건지 의심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종교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건지,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회의가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들어줄 존재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이 내 목소리를 듣고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믿는 게 훨씬 더 위안이 되지“라는 앨버트 루이스의 말을 통해 나의 좁은 세계관과 부족한 종교적 지식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방식인지를 깨달았고 내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와 다름없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앨버트 루이스는 심지어 사랑하는 딸 리나를 잃고 나서도 슬픔과 원망에 빠져 허송세월 하지 않았다. 물론 잠깐 하나님을 원망하기는 했겠지만, 리나가 세상에 아예 태어나지 못한 것 보다는 잠깐이나마 사랑하는 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사고를 초월하는 더 큰 뜻이 있다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나는 앨버트 루이스를 통해 자신이 믿는 종교가 (또는 종교가 아닌 다른 어떤 대상이) 무엇이든 나약한 인간에게 있어서 강한 믿음과 확신은 슬픔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치유의 통로라는 소중한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두 렙을 통해 깨닫게 된 중요한 비밀은 단지 종교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물질적인 풍요나 팽창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돌보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던 이 두 인물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物)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꾸만 그런 형이하학적인 만족, 일시적인 쾌락과 소비성 행복에만 집착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한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평생을 유쾌하게 살았던 앨버트 루이스를 보며 내가 그동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배운 많은 교훈들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잊고 전전긍긍하며 살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뒤엎고 타인을 위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헨리 목사를 보면서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통해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들에게 좋은 일을 하며 보람된 삶을 살자’고 다짐했던 내 각오들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인 이야기 모두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중 하나는 앨버트 루이스가 천주교 신부와 팔짱을 끼고 뜰을 거닐면서 유대교 신도들과 천주교 신도들 사이에 생겼던 갈등을 해결했던 장면이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을 믿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 장면과 그리 길지 않은 한 구절의 글귀가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복잡한 종교·인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일 이 이야기 속의 두 렙이 아무리 숭고한 정신세계를 이루고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해도 자신의 종교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배타적인 인물이었다면 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두 사람의 생이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었을 수많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토록 큰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8년의 동행’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외람될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절대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가 서로를 반목하고 배척하고 죽이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류가 함께 모셔야할 신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이 하나의 이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면 우리가 있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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