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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20년 04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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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4쪽 | 402g | 127*200*30mm |
ISBN13 | 9788971993101 |
ISBN10 | 897199310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왜 하급계층은 분노하는가] 부제가 눈에 띄어 손에 든 책이다. 내게 맞는 책이라 생각했다. 사회문제에 주장과 외침을 지르는 책이라 생각했다. 공존과 공동체 사회를 바라는 인식을 공고히 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당연히 불평등에 관한 비평책이라 생각했다.
[책의 장르 구분에 과연 비평서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자서전? 회고록? 반성문인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 빈곤과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대런 맥가비. 영국에서는 래퍼 '로키'로 유명하다 하고 저널리스트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33세에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자서전은 여간 어려운 용기가 아니면 어렵다고 츠바이크가 말하지 않았던가. 보통의 자서전이 자신의 과거를 변명하거나 숨기거나 그러는……. 그래서 대부분이 가짜 자서전이라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완벽한 자서전이다. 자신의 치부와 지난 가족사, 그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그가 속한 빈민의 생활과 가난을 구제하려는 정부 정책, 사회적 통념, 그 극복의 대안등 통찰을 담아내었다. 영국 빈민가 출신으로 책 읽기도, 글쓰기도 배움이 없던 저자가 어찌 이런 문장을 낼 수 있는지. 래퍼로서 하고 싶은 말을 무수히 적어본 게 단련이 되었을까. 번역서라지만 그만큼 원서에서도 문장이 탁월했을 것 같다. 영국에서 매년 정치적인 글쓰기에 '오웰상'을 준다는데 2018년 수상했다. 받을 만하다.
[가난 사파리]. 협소하게는 저자가 자란 빈민가, 또 빈민계층을 쑤셔 넣은 타워빌딩을 지칭할 수 있고 넓게는 '가난'계층 전체를 지칭할 수 있겠다.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엄마 밑에서 학대와 폭력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다. 주변 모두가 이런 환경이다. 폭력과 죽음과 가난의 찌듦이 일상이고 여기에 무감각하다. 그래서 저자 또한 그렇게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되어 산다. 사회복지사를 만나고 도서관을 다녔다. 도서관, 빈민가에 이만큼 정적인 장소는 꼭 필요하다는 저자다. 그리고 가난에 대해 랩을 하고 떠든다. 시민단체와 엮여 혁명과 불평등을 외친다. 알려지게 되면서 방송 출현도, 방송 진행도 한다. 그러면서 또 알코올에 찌든 삶을 산다. 노숙자까지 되고.....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엄마와 키워주신 할머니까지 잃는다.
[가족이 그를 변화 시킨다] 불평등과 사회 부조리, 계층 간 이해 등 저자의 젊은 시절은 분노 그 자체였다. 이런 분노는 일부 그의 어린 시절이 오히려 도움이 될 정도다. 지역 복지사나 시민단체들마저 그에게는 비판의 대상이다. 인기를 얻지만 여전한 그. 더 강하게 비판하는 그. 그러다 깨달음의 망치를 얻어맞는 한 장면을 목격한다. 그가 비판한, 그래서 지역에서 고립되어 가는 사회 저명인사의 눈물. 그 속에 진실 어린 가난 극복의 의지를 보게 된다. 또, 개인이 가진 가장 급격한 변화.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 지금 나는 내가 사회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여가 건강하고 행복하며 안정된 아이를 길러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먼저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그러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 말은 저항을 멈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권력, 부패, 불평등에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아니다. (...) 이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실이 아니라 21세기 급진주의다. 나는 내가 십대에 품었던 이상의 묘지라 할 만한 스타벅스에 앉아 있으면서 인생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는 편안함을 문득 느꼈다.(...) 사회가 내적 모순으로 가득하기는 하지만 내가 한때 믿었던 것처럼 그렇게 잔혹하거나 냉담하거나 내가 어쩔 수 없는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느 쪽이든, 이런 생각은 내가 가진 줄 몰랐던 본능, 즉 내 가족을 보호하고 내 아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일캐운다. 지금 나는 중년이 다 돼가는데, 이 다음 단계에 내가 할 일은 책임 있는 부모로서 맞이한 삶의 새로운 현실을, 과거 내가 가졌던 이상주의와 조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변화다. 분명 이런 말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할 것이다. 이 책이 혁명을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거나 내가 이 책을 이용해 가난의 책임을 하나의 정당에 지울 거라 생각한 사람들은 특히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실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 장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338쪽~344쪽 일부)
[평소 나도 소심하게 떠드는데...] 저자의 마지막 글에서 내가 처음 책을 선택한 기준을 생각했다. 분명 난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를 짐작했고 그 분노에 동참하고 손뼉 칠 준비를 했다. 저자는 이런 기대 어린 독자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아니, 전혀. 배웠다. 많이 배웠다. 비록 저자처럼 치열하게 분노의 실천과 외침이 아니더라도 그 줄의 끝자락이라도 잡고픈 내게 저자의 통찰과 변화는 또 다른 배움이 되었다. 마지막 부모로서 맞이하는 변화를 그의 이상주의와 조화하려는 것은 어쩌면 변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변화 이전의 분노 어린 통찰과 외침에 진실성이 있기에 용서가 되고 21세기를 맞이하는 더 큰 발돋움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저자의 외침과 분노 그리고 그의 수준 높은 문장은 그의 진실성에 기인하는 것이리라. 진실 어린 뉘우침과 고백에서 오는 자서전이다. 저자 말처럼 나 또한 우리 사회에 헝클어진 길을, 울퉁불퉁 길을 투덜대며 걷기를 다짐한다. '가난한' 우리도 사회의 일부분이며 소중한 구성원이다. 부모가 되어 자신의 가난한 현실을 넘으려는 저자처럼 우리의 가난도 결코 우리가 넘지 못할 것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가난을 기꺼이 보여주며 사회를 보는 통찰과 비평을 담은 수작이다. 마지막 장일호 <시사 IN> 기자의 발문은 덤이다. 이 또한 별표 5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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