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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4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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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1.58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32036304 |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내가 새삼 이 작품을 새로이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까닭은 (...) 평생 그리스학을 전공한 언어학자로서 이 명작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다 더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580~581쪽)
한국에 『그리스인 조르바』가 처음 번역된 것은 1981년 고 이윤기 선생(이하 고인)에 의해서였다. 이후 조르바의 삶은 한국 독자를 매료시켰고, 카잔자키스(1883~1957)*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카잔자키스 : 유재원 선생은 기존에 알려진 ‘카잔차키스’는 잘못된 표기라고 주장한다. 그리스어 이름 표기 Καζαντζάκης에서 세 번째 음절의 자음 [τζ]는 유성 파찰음이므로 이에 대한 한글 표기는 [ㅈ]이지 [ㅊ]이 아니라는 것이다(552쪽).
유재원 선생은 고인과의 인연을 후기에서 상세히 소개한다. 1999년 두 사람이 함께 크레타의 카잔자키스 무덤에 참배했다고 한다. 고인이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병과 오징어 안주를 정성스레 올려놓고 절을 했다. 길을 안내했던 그리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한다. 이역만리 떨어진 사람들이 하나의 명작으로 이어지게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교통하도록 만든 위대한 문학의 힘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조르바는 니체가 생각해내고 주장했던 삶을, 그리고 작가 카잔자키스가 늘 꿈꿨지만 결국은 실천하지 못했던 삶을 그냥 살았다. 조르바는 영원한 자유인이다. 니체가 광기에 사로잡힌 듯 단숨에 써내려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온전히 계승한 인물이 바로 조르바였다. 빼어난 인간(위버멘쉬), 조르바. 오늘날 우리가 조르바에게 그렇게 환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2017년 요르고스 스타시나키스 '친구들' 회장(왼쪽)이 중국 행사 전 한국에 들러 유재원 선생과 자리를 함께 했다.
유재원 선생이 고인과 함께 크레타를 찾은 지도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7년은 카잔자키스가 사망한 지 꼭 60주기가 되는 해였다. 1988년 결성된 ‘국제 카잔자키스 친구들’(현재 128개국 지부 8500여 회원)은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컨퍼런스를 열었다. 중국에서 행사가 열린 이유는 뭘까. 전 세계를 유랑했던 카잔자키스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 중국이었다. 1957년 당시 아시아독감이 유행했다. 중국 방문 후 귀국길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독일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카잔자키스가 살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 시대는 크레타의 독립 전쟁과 발칸 전쟁, 1차, 2차 세계대전, 그리스 내전 등으로 암울했던 시기였다. 그 역시 조국과 민족을 위해 투쟁하고 싸웠건만 혹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개인의 힘은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그는 문학의 힘으로 앞으로 불멸할 인간, 조르바를 그려냈다. 1941년 『그리스인 조르바』를 쓰기 시작해 45일 만에 완성한 뒤 1943년 8월 10일 탈고했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1946년에야 출판될 수 있었다.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1964)에서 조르바(앤서니 퀸 분)와 보스(엘런 베이츠 분)가 제임베키코 춤을 추고 있다.
“자, 조르바, 이리 와서 내게 춤을 가르쳐줘요.” 내가 소리쳤다.
조르바가 펄쩍 뛰어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번개 치듯 빛났다.
“대장, 춤이라고요?” 그가 말했다. “춤이라고요? 좋아요!”
“자, 조르바, 내 삶을 바꿔줘요! 자, 시작합시다!”
“내가 우선 제임베키코 춤부터 가르쳐드리리라. 아주 용감한 전사들의 거친 춤이외다. 게릴라들이 전투를 앞두고 추던 춤이죠.” (502~503쪽)
이 작품을 그리스어 원전으로 다시 읽게 된 것은 카잔자키스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하다. 아무쪼록 이번 번역을 계기로 카잔자키스의 작품과 생애가 새롭게 조명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위대한 문학의 힘은 시공간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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