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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6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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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928g | 188*257*20mm |
ISBN13 | 9791196914844 |
ISBN10 | 1196914842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1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노라 크루크, 독일 출생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현재는 미국 뉴욕의 명문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 부교수이다.
저자는 독일인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저자는 1977년생으로 패전국 독일의 상처도 어느새 많이 아물고 라인강의 기적을 보여주던 세대의 독일인이다. 80년대 중반부터 기억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30년 한 세대가 이미 지난 시기라 나치 정권은 저자도 역사책에서나 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일본의 누군가와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저자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의 높으신 그 분은 저자보다 나이도 20여세 위로 전범패전국의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있을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그렇다.
저자는 나치 정권 시절에 얽힌 비극적인 가족사를 찾아가는 한 독일인의 여정을 이 책에서 그리며, 동시에 아픈 역사의 계승자로서 전 인류가 안고 가야 할 책임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책을 썼다.
우선 책의 판본이 남다르다. 책은 눈에 잘 들어오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아픈 글을 한 자, 한 자 눌러적은 것 같다.
첫 페이지의 이 한자플라스트(Hansaplast) 반창고가 의미하는 바도 크다.
나는 이 반창고를 통해 독일인이 어느 정도 상처를 치유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실제 전후 독일은 철저한 반성과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며 인류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인 2차 대전 전범국과 유대인 학살 등에 대해서 반성하고, 그 전범들을 단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상처가 다 아물었는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고집센 반창고는 상처를 보려고 떼어내면 아프다. 저자 역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 자체가 아프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상처가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또 이제는 반창고를 떼어내버리기 위해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 코너는 독일을 그리워하면서 그것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주자의 노트라는 것으로 매 부분 뒷편에 나온다.
저자의 감성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기억력이 좋고, 또 그것을 매우 담담하지만 아름다운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아픈 과거, 생각, 아련한 추억, 좋았던 일 모두를 아름답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어느 노부인과의 대화로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간다.
강제수용소에서 16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노부인을 미국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어린 시절 기억부터 차근차근 돌아보며 이야기한다. 어릴 때 엄마와 유대인에 대해 나눈 대화, 그리고 어린 시절 읽은 19세기 동화집인 <더벅머리 페터>를 읽고
자기 잘못으로 망하는 거라면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는 교훈을 어릴때부터 깨우친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십대 시절 외국을 여행 할 때 독일인이라고 하면 어디에서나 '하일 히틀러'를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일편의 죄의식도 늘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좋은 이미지가 많은 원칙주의, 규칙엄수, 정확함, 벤츠와 BMW같은 명차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을 미국에서는 "샤덴프로이데(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의 발상지, "원칙에 완고하게 집착하고 아는체 하는" 특징을 보이는 "방문자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안기는 첫 번째 단어가 "페어보텐(금지)"로 묘사되는 독일이라는 것을 보고 또 한 번의 이질감을 느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훈족과 나치로 독일을 기억한다는 것이 또 그렇다.
하긴 독일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아직 한국전쟁 이후 재건하는 나라, 자신들의 나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던 지지리 못사는 나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테니.
또 일본과 한국을 헷갈려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음악가를 잘 구분 못하듯이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런 책을 더 읽고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노라의 남편 어머니는 독일계 유대인이었다. 그리고 결혼할 당시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덤덤히 환영해 주었다.
그림도 잘 그린다. 이 책의 정말 큰 장점이다. 아픈 과거를 너무 아프지만은 않게 그림으로 보여준다.
사진자료나 당시 문서 등 저자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그들의 반창고 뒤에 감추고 싶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삼촌은 나치 독일의 지배하에서 소년시절을 보내고 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채(또는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유대인을 독버섯에 비유하고, 유대인을 나쁘고 싫어하게 되다가 결국 2차대전에 참전해서 전사한다.
아픈 독일의 역사는 그들 자신이기도 했다.
그 뒤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가족들의 회상과 달리 나치당에 입당해서 활동했던 것을 밝혀내고 할아버지 행적들을 오랜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
양가 가계도가 나오고, 이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저자는 자신의 가족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독일의 아픈 현대사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운전 교습자 빌리 로크(Willy Rook)에게 소송이 제기 된다. 로크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티 당원이었다. 또한 국가가회주의 인민복지기구의 일원이기도 했다... 이 당사자를 부역자로 지정하는 조처가 요구 된다. 갑자기 나는 빌리 할아버지 편이 된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설문지에서 거짓을 말했는지도 모른다. 1940년에 탈당했다고, 국가사회주의 인민복지기구에 들어간 적 없다고, 심지어 안나할머니의 우유가게에 댛서도. 그래도 '부역자'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중략) 그리하여 당사자는 7-9조에 해당하는 위반 사항들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121조의 다른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므로 당사자는 동조자 등급으로 분류될 것이다. 최종 평결에 나는 안도한다. 나는 빌리 할아버지가 느꼈을 안도감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또한 생각한다. 자신에게 한 때 동조자-용기와 도덕적 자세가 부족한 사람, 무리를 따라다니는 동물- 딱지가 붙었다는 사실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 12. 집단심리에서 |
또한 아버지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안네 마리 고모, 카린 이모 등 그들의 가족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끈질긴 탐색과 찾아가기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논리적이고 담담한 글쓰기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느 독일인 ‘가족’의 양가(친가와 외가)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책 『나는 독일인입니다』는 과거를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려는 노력이 그들 입장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독일의 경우 68혁명 이후 과거 청산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에 발맞춰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지만 우리의 경우 반민특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이승만 독재, 일제에 타협한 전력이 있던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을 지나면서 결국 그 기회를 놓쳐 버렸다.
결국 우리는 과거를 정리하지 못한 채 오늘까지도 역사에서 정의가 어찌보면 실패할 수도 있고, 타협한 사람이 때로는 잘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게 만들어버렸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그런적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임진왜란 시절 나라를 지킨 선무공신보다 피난가는 선조를 따라간 호성공신이 배는 많았고, 병자호란 이후 지켜주지 못했던 여자를 '환향녀'라 경멸하고 모자란 조선 남자 지배층은 예학, 성리학 유일사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다.
일제시대, 6.25한국전쟁, 군사정권, 5.18 다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라를 지킨 것은 매번 부자, 권력자에 시달리던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였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과거사 정리와 진정한 용서,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부러웠고 고마웠는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 옆의 일본마져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 독일, 영국에서 굉장히 많은 수상을 했고, 두툼한 두께에 화려한 양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명저였다. 번역도 매우 잘 된 편이고 읽는 내내 저자의 필치에 감동하면서 때로는 마음 아파하면서 읽었다.
"이 작품에는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바로잡고, 바로 세우려는 쉼없는 노력, 역사의 전모를 파악하고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찬사가 전혀 아깝지 않다.
진정한 용기는 진실을 바로 볼 수 있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열린, 정의로운 마음이다.
* 예스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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