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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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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없어졌다’를 읽고.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고, 이 책을 골랐을 땐 주인에게 버려지고 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어느 물건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제목 아래에 있는 그림을 봤어야 했다. 정말 쓸모라는 아이가 없어졌을 줄이야…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5학년 3반 30번 사물함에서는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사물함은 예전에 30번이었던 초록아이가 교감 선생님께 부탁해 만들어졌고, 해마다 아이를 1명씩 삼킨다는 전설이 있었다.
5학년 3반 담임선생님은 수업이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항상 왕따를 당하고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쓸모’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30번 사물함에서는 초록색 끈끈이까지 흘러내린다. 급기야 그동안 쓸모에게 숙제를 대신 시켰던 우빈이, 늘 쓸모를 때리고 괴롭혔던 태강이, 자신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 쓸모의 돈을 가져가고, 쓸모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킨 한결이에게는 쓸모가 그들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쓸모를 걱정했던 도은이에게는 미안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사실, 쓸모는 아침 일찍 와서 한결이 대신 열쇠 당번을 하고, 사물함에서 부르는 소리에 30번 사물함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30번 사물함 안에는 ‘잃어버린 숲’이 있었는데, 거기엔 꿈을 잃어버린 꿈아이, 겸손을 잃어버린 겸손아이, 미소를 잃어버린 시무룩아이, 초록아이 등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움직이는 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생활한다. 시험도 없고, 자유로운 이 곳을 쓸모는 너무 좋아하다가 그동안 쓸모를 힘들게 했던 우빈이, 태강이, 한결이, 도은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토해낸다. 쓸모는 잃어버린 숲에서 떠나기 싫어했지만 결국, 잃어버린 숲의 아이들의 도움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가 친구들의 사과를 받고, 예전처럼 주눅들지 않고 살게 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있을까? 도움이 되는 방향은 다를지 몰라도 매일 우린 서로를 돕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 나 혼자 하기 힘든 일을 늘 도와주는 기호,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지만 햅쌀이 햇쌀이 아닌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는 윤성이, 이상한 방식으로 급식을 먹지만 요거트에 밥을 말아 먹으면 안된다는 편견을 없애준 기민이. 모두 내 소중한 친구들이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윤아가 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왜 쟤는 맨날 울어?”
“그렇게 말하진 말자. 얼마나 슬프고 속상했으면 그랬겠어.”
나는 윤아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현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너 우리 학교 2대 악마 알아? 백승우랑 강선우.“
”알긴 아는데 친구한테 악마라고 하는 건 너무 아닌 것 같아. 악마는 지옥에 있어. 우린 모두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말해주자 현수와 윤아는 다시 몸을 돌려 앞을 봤다.
정말 선우와 승우는 악마같은 아이였을까? 그렇게 악마라고 불릴 만큼 쓸모가 없었을까? 승우는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선우는 나에겐 재밌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책을 많이 읽어서 수업시간이 되면 손을 들고,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많이 이야기 해 주었는데, 그 때 선우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너무 자주 손을 들어서 선생님은 싫어하셨지만…하지만 선우 덕분에 배경지식도 많이 쌓아진 건 사실이다.
‘쓸모 있다’와 ‘쓸모 없다’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지만, 선우는 적어도 나에게는 쓸모 있는 사람이었다. 선우의 이야기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참 큰 쓸모다. 장자의 말대로 쓸모 없음은 크게 쓸모 있는 것 같다.
선우는 이 책에 나오는 쓸모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쓸모는 너무 얌전하고 부족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선우는 독특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도 책을 읽고 있는 선우에게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먼저 물어봐주길 잘한 것 같다.
선우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만약 알고 있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였으면 너무 슬프고 무인도에 있는 것처럼 외로워서 몰래 울었을 것 같다. 교실에는 함께 노는 친구도 없고, 선생님마저도 나를 보면 얼굴을 찡그리는데, 친구들이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매일 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곳을 꿈꿨을 거다.
아, 상상만 해도 외로워진다. 어쩌면 선우는 매일 책상에서 책을 읽으며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어서 그 무인도를 탈출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선우와 더 많은 대화를 해볼걸 하는 후회감이 든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로, 정말 쓸모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학교에 가면 자꾸 맨 오른쪽, 맨 밑 사물함을 열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선우를 ‘잃어버린 숲’에 데려가고 싶다. 선우가 마음 속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을 수 있게 사물함 앞에서 응원도 해주어야겠다.
지금, 우리반 교실에도 혹시 쓸모처럼 소외 당하고 나 자신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까?
있다면 내가 그 친구의 ‘잃어버린 숲‘이 되어줄 거다. 그리고, 자신의 쓸모를 잊고 무인도에서 홀로 힘겹게 외로움과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어!”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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