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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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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61.89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4672634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소설은 독자를 사로잡는다. 글의 다양함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삶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법. 정세랑이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 다른 하나의 세계로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
정세랑 작가의 신작 『시선으로부터,』는 심시선이라는 여성을 통해 그로부터 파생되는 딸과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시선(視線)들을 마주할 수 있다. 20세기를 살아온 여성으로서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것인지, 그가 경험한 세계에서 어떻에 살아야 했는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모든 것들을 묻는다.
심시선은 한국전쟁때 하와이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화가 마티아스 마우어를 만나 공부시켜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독일로 건너갔다. 뒤셀도르프에서 첫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그림을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심시선은 세상을 앞서 살았다. 심시선의 딸들과 아들, 그리고 손자들로 이어지는 모계 사회는 자못 유쾌하다.
소설의 시작은 자신이 죽은 뒤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시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선의 10주기때 그의 큰 딸 명혜는 가족들에게 엄마의 제사를 지내기로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하와이에서. 하와이에서의 시선의 제사는 남다르다.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겠다는 게 아니다.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오기로 하는데,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다'라고 했다. 이것은 시선이 잠시 머물렀던 도시에서 시선을 기억하는 과정과도 같다. 시선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수집하고, 자신이 살아온 날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미래의 삶을 기약하는 시간이다.
엄마의 3주기가 곧 돌아온다. 우리는 엄마의 제사를 특별히 지내지 않는다. 각자 지내고 싶은 사람이 지내면 된다고 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 산소에 가서 술 한 잔 올리면 되는 거고. 심시선의 딸들이 제사지내는 걸 보며 우리와 조금은 닮았다 여겼다. 모이면 엄마에게 받았던 소중한 것들을 말하고 때로는 엄마 흉도 보며 울고 웃는 게 그렇다.
큰 딸 명혜는 언어의 춤인 훌라를 배우고, 명은은 레후아꽃과 등산화 밑창에 끼여 있는 작은 화산석을 올렸고, 명준은 해양쓰레기로 만든 재생 플라스틱 블록을, 명준의 아내 난정은 레이 목걸이과 하와이 배경 소설을 올렸다. 각자가 생각하는 기념할 수 있는 물건들을 올려 시선을 기억하고자 했다. 명혜의 남편 태호나 난정의 남편 명준은 시선으로부터 나온 생각들답게 남자가 우위에 서 있다는 인식보다는 오히려 남녀평등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히려 현재의 모습, 모계 사회라고 일컬었던 명혜의 말처럼 그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을 씩씩한 여성들이었다. 자식이 자기가 원하는 길로 가지 않는다고 서글퍼하지도 않고, 전공을 바꾸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섣부른 결정이었을지언정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라야 가능한 것이므로. 애정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향하여 더 노력할 것이었다.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도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229페이지)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러려던 건 아닌데, 공중으로 흩어지는 말들보다는 글로 고착시키는 걸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시키는 바람에. 물론 중간쯤부터는 떨지 않고 떠드는 것이 내 역할인가보다, 받아들이긴 했습니다마는 ......, 말하는 여자는 미움 받으니까, 뭐 기왕 미움받고 있는 내가 해버리자, 그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말이란 건 그렇습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고, 그때의 기분에 따라 흥, 또다른 날에는 칫, 그런 것이니까 그저 고고하게 말없이 지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도 합니다. (325~326페이지)
소설이 깊어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시선의 깊이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 전의 작품의 깊이가 얕았다는 건 아니다. 시간을 건너온 할머니의 삶을, 젊은 할머니의 시선에서 젊은 소녀들, 딸들의 시선에서 깊이있게 바라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발췌 문장에서처럼 공중으로 흩어지는 말들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말을 많이 했을 때의 그 허함을 알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옳다 여겨 계속 가다가 모퉁이를 만나면 과감하게 회전하는 삶이 필요할 듯도 하다. 이십 년쯤 버텨보면 알겠지,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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