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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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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기르스트 저/이덕임 | 을유문화사 | 2020년 08월 06일 | 원서 : Alle Zeit der Welt 리뷰 총점9.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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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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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10.9만자, 약 3.1만 단어, A4 약 69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3242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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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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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71년에 태어났다. 함부르크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미국학 및 현대 독일문학을 공부했으며, 「미술, 문학, 일본-미국 간 억류(Art, Literature, and the Japanese American Internment)」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얀 바그너(Jan Wagner)와 함께 문학지 『요소의 외부(Die Außenseite des Elementes)』... 1971년에 태어났다. 함부르크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미국학 및 현대 독일문학을 공부했으며, 「미술, 문학, 일본-미국 간 억류(Art, Literature, and the Japanese American Internment)」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얀 바그너(Jan Wagner)와 함께 문학지 『요소의 외부(Die Außenseite des Elementes)』를 만들었으며,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에게 지도를 받으며 예술과학 연구소의 책임자로 일했다. 2003년부터 BMW 그룹의 국제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뮌헨예술원 명예 교수를 맡고 있다. 최근 『뒤샹 사전(The Duchamp Dictionary)』(2014년)과 『예술계의 100가지 비밀(100 Secrets of the Art World)』(2016년)을 출간했다. 현재 뮌헨에 살고 있다.
동아대학교 철학과와 인도 뿌나대학교 인도철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어 과정을 수료했다. 지리산과 히말라야, 알프스를 오가며 산다. 떠돌이의 삶에 번역 작업은 그 무엇보다 묵직한 닻이 되어 주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면서도 내 삶의 조화를 찾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선생님이 작아졌어요』, 『비만의 역설』,... 동아대학교 철학과와 인도 뿌나대학교 인도철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어 과정을 수료했다. 지리산과 히말라야, 알프스를 오가며 산다. 떠돌이의 삶에 번역 작업은 그 무엇보다 묵직한 닻이 되어 주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면서도 내 삶의 조화를 찾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선생님이 작아졌어요』, 『비만의 역설』, 『구글의 미래』, 『시간의 탄생』,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어렵지만 가벼운 음악 이야기』, 『엘리트 제국의 몰락』,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 『불안사회』, 『세상의 모든 시간』,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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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한 시간은 다만 한 시간이 아니어야한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e | 2020-04-21 | 신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가 퍼트리는 핑크빛 노을이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고, 온갖 색감과 향기를 드리우며 활짝 피어나는 꽃을 보아도 마냥 행복하지 않다. 고작 열두 장뿐인 일 년어치의 달력 앞에서 가끔 울적해지고, 냉동제품에 표시된 일이 년을 훌쩍 넘어가는 유통기한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시간을 두려워하는 게다. 악착같이 제 갈 길을 가는 시간 앞에서 점점 무력해지는 게다. 그러나, 애처로운 허무주의자가 되어 간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 앞에서 나약한 존재인 나의 본질을 인정하며 나의 삶을 진정으로 살아볼 만한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시간과 다투어봐야 질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흘러가는 시간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속수무책으로 패하지는 않겠다. 이제껏 신봉해왔지만 별 수 없었던 '열심히, 많이, 빠르게'라는 구호를 내려놓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전략을 짜야 할 때이다. 이 책 『세상의 모든 시간: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를 선택한 것도 시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어 내 삶 속에 나의 사적인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이제 물리적 시간에 얽매일 필요 없이 '한 시간은 다만 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모토 아래 내가 다스리는 시간에 따라 '느리게, 지혜롭게' 살아보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스물여덟 가지의 '느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없이 여러 분야를 오가며 빨리 해치우려고 애쓰지 말고, 자신의 시간을 사랑하며 느림의 지혜가 이끄는 삶을 위해 애쓰십시오,라는 엄중하면서 간절한 부탁이 가득하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쓴 <독자들에게>에서 스스로 압박을 벗어던지고 지름길 대신 감히 둘러 가는 길을 택해 보라 한다. 여기에는 '뜻밖의 즐거움' 또는 '행운'이 있고 '우연과 지성으로 이루어진 예기치 못한 발견'이 있다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연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면서, 출발부터 속도를 늦추게 한다. 본격적인 읽기에 앞서, 시간을 '아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음미'하며 자연스레 '내버려 두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느리게 살아가는 삶에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을지, 즐거움과 발견을 기대하며 출발한다.

 

 

 

 

 

가차 없이 빨리 흘러가는 시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휴식과 게으름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져야 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방랑자들처럼 삶의 가속도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 정신없이 달리는 속도를 잠재우려면 하염없는 방황과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연에 대한 사색'이다. 루소가 말했던 '고결한 야만인'답게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철저하게 선량한 인간'이 되어야 하고, 플로베르가 '꿈을 자극하는 장소'라고 말했던 풍경과 숲을 찾아야 한다. 우아한 방랑자의 품새를 갖추고 자연을 찾아갈 여건이 안 된다면 '도시 방랑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익명성과 무목적성으로 무장하고 복잡한 도시 속으로 숨어보자. '계획 없이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고, 무턱대고 이리저리 걷고, 우회로를 선택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몸을 맡'겨보며 도시의 낯선 곳을 '표류'하는 것 말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펴놓고 아무 데나 콕 찍은 다음, 운동화로 가벼운 차림을 하고 홀로 미지의 동네를 떠돌아다녀보는 '도시 탐험'을 떠나볼까? 당장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평일 아침마다 짧게라도 가로수길을 걸어보고 출퇴근 때에는 가급적 다니지 않는 길을 걷거나 빙빙 둘러 가는 골목길을 헤집어 보자. 정말 일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상상이라도 해보자. 무턱대고 찾아간 도시 한복판에서 조용히 길을 잃고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지의 세계를 더듬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해 오는 압박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시간이 흐르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꿰뚫어가는 기다림과 인내를 배워야 한다. 루앙 대성당, 건초 더미 및 수련을 각각 수십 장씩 그렸던 클로드 모네, 후지산의 36가지 풍경을 색목판화로 그려낸 우타가와 히로시게, 1989년부터 2012년까지 킴가우의 계곡에서 3천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은 미하엘 루에츠,거센 눈보라가 이는 맨해튼 5번가의 한 모퉁이에서 '딱 맞는 순간'을 찾아 셔터를 누르기 위해 세 시간을 기다렸던 스티글리츠 ... 이들의 인내와 기다림은 시대를 뛰어넘는 눈부신 성과를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기다리며 집중하는 과정 자체로도 정신적 풍요로움에 대해 큰 가르침을 남겼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목표로 시간을 주도할 줄 알았던 이 기다림의 대가들이 남긴 작품을 바라보며 우리는 '영원'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의 효용성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싹둑 잘라버리고 빨리하기에 급급했던  생활방식과 결별할 때가 되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딱 한 가지만 정하자. 여기에 나의 시간을 바치며 우직하게 눌어붙어 기다려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또 왔다가 사라진다 해도 움찔하지 말고 이 시간들 속에서 나의 꿈에 가지각색의 색과 형상을 덧입혀보자.

 

 

 

 

 

휴식과 게으름, 인내와 기다림이 시간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라면, 무관심과 단조로움은 어떠한가? "기나긴 시간은 방해받지 않는 획일성 속에서 끔찍하게 오그라들고 매일이 그날이 그날 같아진다. 완벽하게 획일적인 나날이 계속되면 아무리 긴 인생이라도 짧기만 하고 눈 깜박할 사이에 끝나버릴 것이다"라는 토마스 만의 경고대로라면, 무관심과 단조로움은 시간 낭비와 동의어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스프레자투라 Sprezzatura, 즉 노력하고 신경 쓴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일종의 가장된 무심함의 태도로 신중하고 느긋할 것을 권한다. 광신적으로 노동에 매달리며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미신에 옭매인 채 살아가지 말고, '잠시 멈춤'과 '기억'의 힘을 얻어 평온하게 자신을 삶을 주관하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유한계급으로 태어나지 못했기에 뭐라도 열심히 해서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의무감을 지닌 나에게 있어서, 무심함과 단조로움의 대명사 스프레자투라는 그저 이상향에 불과해 보인다. 스프레자투라의 가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나에게 따끔한 충고로 다가오는 문장을 발견했다. 열심히 하되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면 나에게도 스프레자투라의 마법이 통한다.

 

 

 

자기 내부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 줄 때 우리는 비로소 배움을 통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당신이 가장 가치를 두는 일에 매진할 때, 거기서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생겨나며 대부분의 문제와 도전은 다루기 쉬운,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되는 것이다. 107쪽

 

 

 

일의 영역에서도 느린 시간이 통할까? 요즘 같은 초고속 사회에서는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고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아니다. '가장 바쁜 사람이 생존한다'라는 전통적 주문은 잘못됐다. '블랙스완 이론'에 따르면 빠른 변화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흑고니'에 비유되는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어느 기업이나 무너지기 쉽다. 예측 불허한 변화의 바람에 맞서는 길은 '수년간의 연마를 통해 얻은 심오한 지식'으로 변화를 미리 예상하는 것밖에 없다. 덧붙여 '버티기 능력'과 '끈기'가 필요하며 '휴식'도 필수인데, 이는 결국 기업의 승패도 오랜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얘기이다.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장기적인 목표 의식과 경험'이 필수라는 대목에서 호되게 야단맞는 기분이었다. 원대한 꿈은 온데간데없고 창업의 현실에 너무 빨리 주눅 들어버렸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아까워 뭐든 빨리 해치우고 빨리 바꾸어 버리고 빨리 실망하고... 어느덧 포기를 운운하는 나의 모습이란! 장기간의 준비도 없었고 심오한 지식은 더없이 부족하니 지금의 어려움은 당연한 결과이다. 당장이라도 접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거두고 나 스스로에게 시간을 챙겨주자. 내 인생의 귀중한 휴식기라고 생각하며 이 틈에 장기적 플랜을 모색하면서 하루씩 끈기 있게 버텨나가보자. "가치가 있는 일은 뭐든 항상 시간을 필요로 한다."... 평소에 멋있게 들리던 밥 딜런의 명언을 나의 일터에서 실현할 차례가 되었다, 아주 수고스럽겠지만.

 

 

 

이제, 시간을 '느리게' 대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나의 삶을 재정비하고 나의 일에도 혁신적 변화를 꾀하자고 작정하니, 나를 둘러싼 환경에도 '느리게'의 모드가 작동하길 바라게 되었다. 인류의 주요 생활 터전이라는 점에서 도시야말로 광속의 소멸적 행태를 자제하고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둔 '지속가능성'이 실현되는 무대로 바뀌어야 한다. 이의 중심에는 건축이 있는데 '더 이상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습성에 젖어 '버리는 것에 익숙한 풍요로운 사회의 사고방식'대로 '감가상각비에 맞는 집'을 짓는 일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함은 물론이고 설계와 기능면에서 '인간이 좀 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생각의 교환과 지식의 획득에서 깊이 있는' 인간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진정한 랜드마크란, 화려한 외형과 건축가의 명성을 뽐내는 곳이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사회적 의미로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형성하는 데에 일조하는 건축물이어야 한다. 한편, 도시를 개발과 수직적 확장의 장소로만 간주하지 말고, 어딘가에 (가급적이면 도시 한복판에) 오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된 곳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메지 사당과 주변의 공원처럼 도시전체로 '느림'의 리듬을 흘러 내보낼 곳이 필요하다. 이런 곳에서 '긴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들에서 우러나오는 '침묵의 아름다움과 낡은 것의 우아함'을 누린다면, 도시 역시 살만한 지속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미친 듯이 줄달음치는 세상만사가 부담스러울 때 쉽게 도피할만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 할버슈타트에 있는 부르하르디 수도원 같은 곳말이다. 여기서는 눈과 귀로 영원을 체험할 수 있다. 교회의 텅 빈 신도석에서 '모든 것을 감싸는 듯한 진동과 흔들림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이곳이라면, 시간의 압박으로 굳어진 삶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화려하고 장엄한 음악이 아니다. 존 케이지가 작곡한 오르간 음악곡 「Organ 2/ ASLSP [최대한 느리게 As SLow aS Possible] 」이 모래주머니, 밸브, 압축기로 이루어진 오르간 건반에서 흘러나오는데 무려 639년 동안 계속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눈을 감거나 눈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소리 속에 자신을 맡기면 무중력 속에서 세상과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소리가 영원의 문을 여는 곳이다',라는 문장을 따라 읽으며 이 음악을 상상해보건대 ....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잡음과 굉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프랑스 오트리브에서처럼 평범한 인간이 세워놓은 '꿈의 궁전' 이 가까이에 있어도 좋겠다. 이 마을에 살았던 슈발이라는 우체부가 1879년부터 1912년까지 공을 들여세운 조형물이다. 우편배달을 하며 주워 온 돌멩이와 자갈, 조개만으로 가로 30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13미터에 달하는 '궁전'을 올렸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오로지 꿈에서 보았거나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는 점은 신화의 한면을 떠올리게한다. 느린 시간을 무기로 가졌던 한 개인이 일구어낸 이 '꿈의 궁전'은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험하려는 예술가들이 찾는 순례지이면서 동시에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시간에 쫓겨 삶의 의미가 시들해질 때는 이런 곳을 찾아 시간의 영원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성정이 다를 바 없는 누군가가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꿈을 집요하게 추구했던 현장에 머물면서, 우리의 현재도 무한한 시간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나의 육신은 꿈을 위해 궂은 기후와 비웃음, 시간을 헤치고 살아남았다. 인생은 그저 덧없는 순간일 뿐이지만 나의 생각은 이 돌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다'라 했던 슈발의 확고한 믿음이 바로 우리 자신의 믿음이 된다면, 우리의 꿈이 이끌어가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새삼 소중해질 것이다.

 

 

 

 

이 책에서 배워가는 '느림의 지혜'가 조금씩 나의 생활의 속도를 줄여주고 있다. 걷는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추고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정수기가 120ml의 물을 담아주는 동안 얌전히 기다리며 누군가의 본론없는 서론도 참을성 있게 들어주려 하고, 정말 바람직하게도 시계 없는 산책을 시작했다. 정신적인 삶 역시 감속 중인데, 시간개념 자체를 초월해버린 여러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예술을 관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와 만나는 통로'로 바라보게 되었다. 몇 시간이고 좀처럼 지치지 않고 더 많이 보는 것에 열을 올렸던 지금까지의 관람법을 버리고, 이 책에서 배운 마리아 아브라모비치의 '느린' 미술 개념을 따라보려 한다. 박물관의 작은방에 미술품 하나만 두고 한 사람씩 들어가 '진정으로 그림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든가, 자신이 앉아 있는 맞은편에 관객을 한 명씩 앉힌 후 침묵 속에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식의 관람은 분명 속도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깊은 성찰을 가져다줄 것이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 마련된 마크 로스코의 단독 전시실에서 체험했던 '진실한' 순간이 생각난다. 그저 검고 빨갛게 드리워진 그림들이었지만 그 앞에 가만 앉아있도록 나의 시간을 정지시켜주었다. 내 인생에서 드물게 그림과 교감을 이루었던 이 경험은 나 스스로가 멈출 때 무엇을 누리고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었다. '청중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며 청중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오로지 자기만을 응시하는 뒤러의 자화상을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실제로 보게 되는 날에도 나는 '멈출 수 있다'라고 확신한다.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이 그림 앞에서 단단히 붙들여 있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상함과 그 사실에서 오는 겸허함을 좀 더 절실히 느끼게' 될, 뒤러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도 이 책에서 재발견한 느림의 예술가들 중 한 명이다. 자신의 별다른 노력 없이 원래 있던 남성용 소변기를 떼어다 놓고선 '이것도 예술'이라고 주장했던 인스턴트식 화가 뒤샹이 아니다. 10년 이상을 들여 유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었고, (여성의 신체를 기계로 만들어 두 개의 구멍을 통해 이를 볼 수 있게 한 방법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지만) <에탕 도네 [주어진 것]: 1. 가스등 2. 폭포>를 작업하는 데에는 거의 40년을 바쳤다 한다. '뒤샹 최고의 작품은 시간을 이용한 것이었다' 혹은 '뒤샹은 여가의 발명가이다'라고 할 만큼 뒤샹은 시간에 대해 초연했다. 첫 단독 전시회를 76세에서야 (그것도 작은 박물관에서) 열었다는 사실에서도 '위대한 예술에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던 뒤샹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주 또는 길어봤자 몇 개월 만에 성과를 따지려 하는 요즘에도 느리게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예들이 넘쳐나면 좋겠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작업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삶 자체에 영원성을 부여한 예술가를 얘기할 때 마르셀 프루스트도 당연히 거론되어야 한다. 프루스트는 인생의 마지막 13년을 오로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을 위해서 살았다. 외부의 어떤 소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벽에 코르크 판을 덧대어 방을 밀폐시킨 채 침대에서 무릎을 책상 삼아 무려 1,500쪽에 달하는 책을 써 내려갔던 프루스트... 도처에 넘쳐나는 산만함을 물리치고 '본질적인 것'의 탐구에 천착한 삶을 보여준 것이다. '한 시간은 단지 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수록 그의 별스러운 시간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한 시간은 "향기와 소리, 계획과 날씨로 가득 찬 항아리"이며,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감각과 기억 사이의 특정한 관계"라고 믿었기에 프루스트는 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만으로도 다섯 페이지에 걸친 섬세한 묘사를 해낼 수 있었다. 세상에는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라는 누군가의 도발에 호기심이 생겼다가, '이런 책을 프루스트가 썼으니, 나는 앞으로 도대체 어떤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찬사에 고무되어 우선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를 사 놓았으나.... 무수한 등장인물과 엄청난 길이의 문장들, 지겹도록 세세한 묘사가 빚어내는 난해함 때문에 작가들조차도 '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괴담을 듣다 보니 읽는 둥 마는 둥 폈다가 덮었다가를 반복해왔다. 이제, 『세상의 모든 시간』로 달라졌다. '읽으면 내 삶이 달라질 거라는' 강력한 계시를 받아 제2권도 사서 읽기 시작했고, (각 권마다 어마한 분량으로) 현재 8권까지 출간된 이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게 될 그 역사적인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는 "그 책을 읽어낼 시간을 얻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다리가 부러져야 한다"라고 했지만, 나는 '느리게 살기로 작정'했으므로 심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읽어 나갈 것이다. 과연, 나의 잃어버린 시간은 어떤 모습으로 되찾게 될까?

 

 

 

중요한 것은 프루스트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우리가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책 읽기와 함께 속도를 줄이거나 늦추고, 읽기가 요구하는 집중력과 시간을 들여서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프루스트뿐 아니라 당신 자신의 세계조차도 훨씬 더 매혹적으로 보일 것이다. 프루스트를 읽는 것은 지식과 계시를 동시에 얻는 일이기도 하다(---)"이 책이 너무 길어서가 아니라 읽으려면 영혼을 악기처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걸 평생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삼을 만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처럼 프루스트의 풍부한 경험에는 인간이 지금까지 생각해 왔고, 생각하고, 앞으로 생각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당신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릴 테다. 165쪽

 

 

 

 

 

프루스트처럼 한 시간을 다만 한 시간으로만 살지 않는다면, 순간순간도 그냥 스쳐가는 몰개성적 단위가 아니다. 밀도와 농도에 있어서 최고의 효과를 지닌 한 '순간'이 도처에 깔려있다. 삶의 속도를 느리게 조정한다면 하나의 단초적 시간으로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명 '소우주에서 대우주를 발견하고 하나의 조각으로부터 전체를 길어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가족의 열린 현관문 안을 들여다보던 순간 스쳐간 느낌만으로 앤 새커리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라는 역작을 탄생시켰고, 『죄와 벌』에서 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도 라주미힌이 라스콜니코프의 시선을 간파한 1분의 시간 동안이었다. 하나의 순간마다 영원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서두르지 않게 될 것이다. 마음의 시계를 늦추고 시간을 깊이 있게 대하면서 삶의 진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시간과 다투기도 하고 시간에 밀리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끝자락에 접어들어 있을 것이다. 이때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삶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할까? 이 책에는 멋진 노년을 꿈꾸는 이들의 워너비가 될만한 여성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모두 평생의 궤적이 새겨진 자신만의 공간에서 아름다운 노년의 시간을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다. 90세가 넘어서도 루이즈 부르주아는 '사방에서 낡고 정겨운 어수선함이 풍겨'오는 자신의 아파트로 손님들을 맞아들였다. 80세 때 시작한 '밀실 Cells' 프로젝트처럼 자신의 거처를 '인간 개인의 안식처 혹은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방문객들과 함께 시를 읽고 미술작품으로 교감을 나누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집과 아파트들, 그 안에는 종종 시간으로부터 벗어난 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라는 서사에 딱 들어맞는 매혹적인 노년의 모습이다. 100세가 넘어서도 시를 발표한 화가이자 조각가인 도로시아 태닝 (막스 에른스트와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그녀 자신도 초현실주의 예술가이다!) 역시 3세기부터 내려온 예술품이 장식되어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손님들을 불러들인다. 기품 있는 화가가 "이제 바로 샴페인을 마시러 갑시다!"라고 초청한다면 누구인들 응하지 않겠는가. 다다이즘의 대모로서 105년의 멋진 삶을 살았던 베아트리체 우드가 말년을 보낸 집도 근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태평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로스앤젤레스 북서쪽의 작은 마을 오하이에 자리한 그녀의 스튜디오, 시간을 잊은 듯한 수 킬로미터의 계곡과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된 산이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서 우드는 '해가 지면 분홍색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산꼭대기'를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근사한 즐거움을 누렸다. 1942년 태생의 독일 예술가 아니타 알부스의 노년은 가히 최고의 이상적 본보기라 할만하다. '천장이 아주 높고 커다란 창문과 헤링본 무늬 마루가 놓인 거대한 낡은 아파트 혹은 18세기부터 내려오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작은 성'이 바로 알부스의 거처이다! 여기 천상의 집에서 알부스는 몇 주 혹은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미세한 붓으로 작은 양식의 그림 작업을 펼친다. 식물과 동물, 자연이 주제이고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직접 손으로 문질러서 색깔을 내기도 한다. 본업인 그림을 떠나 고대 지식이나 식물학, 생물학 등에도 관심이 많고 직접 책을 쓰는가하면 번역 작업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세상을 일구어온 이 노화가의 성으로 초청받는 상상을 해본다.

 

 

 

방문객은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해 조심스레 드러내는,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보석을 쉴 새 없이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209쪽

 

 

 

 

이 책을 따라가노라면 '느리게 사는 것이야말로 진리'라고 거듭 확신하게 된다. 느린 템포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본질적인 것을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월한 삶의 양식이라는 사실을 확증해 주는 증거들과 예시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궁극적인 질문이 하나 생겨난다. 느림의 지혜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이란 어차피 유한하므로 영원한 시간 앞에서는 필패의 길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제아무리 지혜롭게 살아본들 기껏 100년 남짓인데 이 한 줌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이룰 수 있으리? 허무해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마지막 글은 '미완성 UNVOLLENDETES'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조차 유한한 인간이었기에 시간의 벽에 부딪혀 미완의 오점을 남겼다. 20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전시 <미완:보이는 생각의 흔적들 Unfinished: Thoughts Left Visible>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 인간은 심각한 위기와 방황, 실패, 어떤 것도 완성하지 못하는 무력함, 자신의 하찮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원과 겨루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슈베르트도 여덟 번째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했고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마크 트웨인 등 숱한 유명 작가들도 '죽거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에 시달리느라 미완성의 책들을 남기'고 말았다. (『주홍 글씨』로 널리 알려진) 19세기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 Nathaniel Hawthorne은 인간의 언어가 갖는 무력성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영혼과 그 진리 사이에 두껍고 어두운 베일"을 씌워 놓았기 때문에, 글쓰기와 말을 통해 진실하고 심오한 어떤 것을 손에 넣으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로베르트 무질 역시 생각을 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애처로운 것인지에 대해 증언 하고 있다.

 

 

말로 내뱉는 순간, 그것의 가치는 추락한다. 우리는 심연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고 믿고 있지만, 다시 표면으로 나왔을 때 우리의 창백한 손끝에 맺힌 물방울은 더 이상 우리가 빠져나온 바다와 같지 않다. 우리는 놀라운 보석들이 가득 찬 보물 상자를 발견했다고 생각하지만, 한낮의 햇빛 속에 꺼내 놓는 순간 그것들이 가짜 보석과 깨진 유리 조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보석들은 변함없이 우리에게 빛을 보내고 있다. 217쪽

 

 

 

 

 

 

 

그 어떤 예술이어도 시간과의 전투에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반대로 예술에 초월적인 위대성을 부여한다. 미완성의 위협이 아무리 거세게 닥쳐와도 예술은 중단되지 않는다. 유한한 인간의 소산물이라 미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따름이지 예술 그 자체는 어쩌면 불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미완으로라도 예술은 남아 또 다른 예술을 탄생시키고 영감과 감동으로 여러 시대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위대한 예술가는 비록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투'라 할지라도 당당히 치러낸다. 발자크의 1813년 중편 『미지의 걸작』은 시간을 거슬러 살아남는 미완성 작품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소설 속 화가는 자신이 10년 동안 그려 온 그림이 악평을 받자 그림을 태우고 죽어버린다. 그러나, 이 그림에 대한 발자크의 묘사는 피카소나 영화 제작자 자크 리베트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지금까지도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살아남아'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발자크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이어가며 그의 글을 언제까지나 살려놓는다.

 

 

예술가는 매일같이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물질 쓰레기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뛰어넘으려 한다. 예술가는 유한성이라는 사슬을 끊으려 하는 자다. 예술은 매일매일 우리의 유한성을 느끼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218쪽

 

 

 

결국, 예술이 또는 예술가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예술가가 아닌 나머지 인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삶의 미완성이라는 숙명에 속수무책으로 굴복하는 수밖에 없을까? 예술의 범위를 넓히면 된다. '예술 작품의 창작과 완성에서 관찰자의 몫이 상당하다는 점은 19세기 말부터 예술가와 미술사학자 역시 거듭 강조한 부분'이라니, 예술가가 아닌 우리는 독자 혹은 청중 및 관람자가 되어 예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예술을 '완성'시키는 데에 참여하면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이다. 휴식하고 사색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느리게 예술을 바라볼 줄 아는 자라면 예술의 영속 선상에 자리할 수 있고 자신의 삶에도 무한의 아름다움을 들여놓게 된다.

 

 

 

필패로 정해진 시간과의 전투를 가치있게 치르기 위해서는 꼭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만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숱한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세상에 나온 명곡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은 뭐든 항상 시간을 필요로 한다'라는 진실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시대의 시간이 한데 모여있는 '도서관에서 우리를 향해 미소 짓는 사람들과 조우하고 평생의 친구인 책'을 만나는 것도 시간에 아랑곳 않고 빛을 발하는 불멸의 경지를 맛보는 일이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예술 혹은 활자화된 언어는 마치 밤의 해안을 비추고 서 있는 등대와 같으며, 이것들을 통해 우리는 수백 년, 수천 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의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쪽

 

 

 

이 책이 전하는 영속적 시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나의 시간 안에 '세상의 모든 시간'이 담기게 되었다. 여러 시대를 지나 여러 분야를 관통해온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이제, 나에게도 믿을만한 등대가 된다. 세상의 소란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대상에 시간을 들이면서 나의 내면의 중심을 잡아'가도록 인도한다. 부드럽고 고요한 시간이 내 삶을 채워가는 사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위대한 사람들처럼 시간을 거스를만한 인생을 살도록 박차를 가하자, 이런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어느 한 시간, 어느 하루를 느림의 모드로 살아가며 삶의 순전한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것이 곧 지혜로운 삶이자 최선의 삶이라는 진실을 되새겼을 뿐이다.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바라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시간은 나의 긍정적인 파트너가 된다. '한 시간은 단지 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비밀을 알아낸 이상, 유한한 삶이 내지르는 음울한 신음소리 따위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만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스스로의 별을 따라'가는 삶을 실현하는 일만 남았다. 영원의 시간 속에서 나약하더라도 나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법, 비록 미완성이게 될지라도 늦추어진 속도로 나만의 꿈을 그려나가는 법, 이것을 『세상의 모든 시간』에서 배우고 있다.

 

 

우리는 영원히 미완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야망이나 호기심, 헌신적인 태도를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궁극적으로는 무력함을 깨닫는 것은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나 어떤 일을 끝내야 한다는 절대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압박을 덜어 준다. 그렇다고 기한을 어기거나 합의된 목표와 약속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하되 우리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너무 깐깐하게 따지지 말고 어떤 것은 그냥 그대로 두자. 213쪽

 

 

 

 

--- 이 리뷰는 예스24 서평단 클럽의 리뷰어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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