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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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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328g | 128*194*20mm |
ISBN13 | 9788932920405 |
ISBN10 | 8932920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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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꿈꾸는 듯한 표정이 되어) 1922년에서 1957년까지.... 삶이란 건 나란히 놓인 숫자 두 개로 요약되는 게 아닐까요.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싸고, 움직이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얘기하고, 듣고, 걷고, 앉고, 눕고, 그러다... 죽는 거예요. 각자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믿지만 실은 누구나 정확히 똑같죠. p.54
판사로 일했던 아나톨 피숑은 40년간 매일 하루에 세 갑씩 담배를 피웠고, 결국 폐암으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상태로 천국에 도착한다.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몸 상태가 최상으로 느껴지자 수술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103-683이라고 써진 서류를 들고 그를 찾아온 여자 카롤린은 그에게 아직 몇 가지 절차가 좀 남았다며, 곧 데리러 올 테니 쉬고 있으라고 말한다. 장면이 바뀌면 변호사인 카롤린은 검사인 베르트랑을 만나 피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베르트랑은 피숑이 멍청이에 가망 없어 보인다고 그는 무조건 태어나는 형벌을 받을 거라고 말하고, 카롤린은 피숑이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라고 자신은 그를 구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판사인 가브리엘이 등장한다. 103-683 사건에 대한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천국에 도착한 피숑은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변호사, 검사, 판사를 차례로 만나고, 자신의 지난 생을 돌이켜보게 된다. 살아 있을 때 판사로 일했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죽자마자 피고인의 처지가 된 것이다. 그들은 피숑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전생들부터 살펴본다. 피숑은 고대 이집트 궁궐의 여인, 카르타고 항구에서 생선 내장을 빼던 사람, 앵글로색슨족 전사, 일본 사무라이 등의 무수한 삶을 거쳐왔다고 한다. 전생들을 거쳐 그의 마지막 육신, 아나톨 피숑의 삶에 대한 심판이 시작된다. 피숑은 스스로를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가장이었으며 가톨릭 신자였고, 상사와 동료에게 인정받는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러했을까? 이제 심판의 결과에 따라 그는 천국에 남아 있거나, 혹은 사형, 아니 다시 태어나야 하는 <삶의 형>에 처해지게 된다. 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심판과 그 판결을 수용할 수 있을까.
베르트랑: 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아나톨: 우리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 아닌가요. p.128
이 작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이다. 첫 번째 희곡이었던 <인간>은 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뒤 유리 상자에 갇힌 인류 최후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벌이는 이야기로 대사나 지문으로 이루어진 기존 희곡의 형식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두 명의 등장인물과 유리 상자 속이라는 제한된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도, 희곡으로도 읽히는 작품이었고, 프랑스에서도 국내에서도 무대에 올려졌었다. <심판>은 그의 2015년 작품으로 천국의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을 그리고 있는 제대로 된 형식과 구성의 희곡이다. 이 작품 역시 프랑스에서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천생배필인 사람을 배우자로 고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죄,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상대에게 충실한 죄, 너무 많은 일을 하느라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은 죄, 연기에 대한 재능이 있음에도 연극 배우를 직업으로 삼지 않은 죄, 그 외에도 음주 운전, 다른 운전자를 향한 욕설, 노상 방뇨와 공공장소 낙서 등등... 당신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한 인간의 일생을 돌아보는 엄정한 심판의 결과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여타의 희곡에 비해 분량이 짧고 가독성이 뛰어나서 딱딱한 형식에 비해 소설처럼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를 희곡에서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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