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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1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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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96쪽 | 1,185g | 크기확인중 |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특강 11월 30일(토) 오후 2시
2024년 10월 31일 ~ 2024년 11월 28일
그래제본소 :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2024년 10월 23일 ~ 2024년 11월 11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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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님들의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책이다. 읽어 봐야지 했었는데 이제야 읽어보는 박웅현님의 첫 번째 책.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 였다고 말한다. 얼어붙은 감성과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가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싹이 올라왔다는 그는 자신이 받았던 그 울림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후의 사람은 다르다. 저자도 그러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느껴질 때의 삶은 이전의 삶과는 분명 다른 삶인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광고인인 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민해진 촉수는 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책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예민해진 감각들은 내 안에 있던 감성을 깨우고 일상적인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확연히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가치들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머리에서만 맴도는 가치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책은 머릿속에만 있던 가치들을 가슴으로 끌어내리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독서를 통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가진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자'라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게 된 것은 "행복은 소소함에 있다"라는 하나의 짧은 문장 때문이 아니라 그 문장을 만나기까지 읽어 내려간 수많은 페이지 속에 담긴 행복에 대한 거대 담론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문장을 끌어내기 위해 씌여지는 많은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던 우리의 감성을 조금씩 깨워 놓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가치를 하나의 문장으로 만났을 때 '에이 ~이런 말은 나도 할 줄 알아'가 아니라 그 가치를 가슴으로 끌어와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책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치를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감성을 깨워주는 것이다. 얇은 종이 한 장 한 장에 빼곡히 쓰인 글은 삶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자연을 노래하고, 사람을 노래한다. 멜로디는 없지만 때로는 아주 날카롭게, 때로는 눈물 나게, 때로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게 우리의 삶을 노래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물질적인 부유함을 가졌다 해도 글로 쓰인 멜로디를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자의 부유함은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사람들은 늘 바쁘다. 자신을 보이는 것들로 규정한다면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보이는 것으로 채울 수 없다. 마음을 열고 멋진 물건들을 진열해 놓을 수도 없지만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 치더라도 아무런 온기가 없는 물건은 사람의 마음을 채울 수 없다.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가슴을 울리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문장을 만나 우리의 감성에 숨을 불어 넣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울림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과 백 개의 울림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의 감성은 어떨까? 어느 쪽이 더 풍요로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은 언어에 기초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와 예쁘다'라는 한마디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 풍경을 수만 가지 언어가 만들어내는 그림으로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분명 다를 것이다. 책을 통해 얻게되는 다양한 시선은 우리의 감성을 더욱 다양하게 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는 그로인해 더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읽기에 있어서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정확히 구별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집중하기 힘든 글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책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고르는 안목은 결국 다독을 통해 스스로에게 맞는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인것 같다. 다독 콤플렉스(보여주기식 독서)는 버려야 하는 습관이지만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나기 위한 다독은 피해 갈 수 없는 독서의 첫 번째 관문인 것 같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울림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 진자는 저자의 말에 가장 공감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문장을 통해 감성이 깨어나고 그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진다 함은 독서를 통해 희열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책 속의 모든 내용은 결국 우리의 '삶'이다. 삶의 여러 모습들을 언어를 통해 그려내는 것이고, 우리는 그 언어를 통해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의미를, 섬세하게 쓰여진 언어가 깨워주는 우리의 감성을 통해 일상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감성은 다양한 시선으로 삶을 대할 수 있는 여유와 관대함을 주고 이는 삶에 대한 감상의 폭이 넓어짐을 의미한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이는 한정된 시선 안에서 메마른 가슴 위에 헐떡이는 자신의 삶에 어떠한 처방도 내리지 못한 채 빈곤한 삶을 연명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섬세해지는 감성은 일상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인생을 즐기는 힘, 내 삶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껴안을 수 있는 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힘, 흥미진진한 태도로 삶을 대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
카프카 에게도, 박웅현 에게도 책은 도끼였다. 그렇다면 내게 책은 무엇일까? 책은 내게 한줄기 빛이였고, 여전히 빛이다. 그 빛은 끝이 없다. 책을 읽고 한걸음 한걸을 발길을 옮길 때 마다 더욱 선명해지는 빛이다. 난 매일매일 그 빛을 따라 천천히 나아갈 뿐이다. 일부러 어둠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으니까...
- 2017.2.3 책읽는 엄마 -
박웅현 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그의 전작 《책은 도끼다》를 통해서다. 나의 독서이력을 이분한다면 그의 책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눠질 것이다. 《책은 도끼다》는 경제서적과 자기계발서 위주의 독서이력을 가졌던 나의 책읽기 성향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카프카의 [변신]의 한 구절인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에서 인용된 《책은 도끼다》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두껍게 얼어붙은 나의 감성의 얼음을 깨는 도끼가 되었다. 그만큼 그의 책의 강렬했고 그 강렬함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의 인상은 글처럼 강하지 않았다. 《책은 도끼다》의 표지사진이나 여타 다른 사진에서 강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그는 정작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하지만 박웅현은 달랐다. 《책은 도끼다》의 강함은 어디가고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옆집 아저씨의 순박함을 풍겼다. 강한 그의 이미지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달라진 것인지, 원래 그의 이미지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덟 단어』는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던지는 투수의 공처럼 부드러웠다.
책읽기의 성향이 바뀌니 생활 또한 바뀌었다.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 책읽기는 그저 킬링타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삶을 바꾸지 않는 책읽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다못해 책을 선택하는 취향이라도 바뀌어야 제대로 된 책읽기라는 생각이 책을 읽을수록 굳어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웅현은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인생은 몇 번의 강의,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인생을 두고 이 여덟 가지를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주위에 책을 통해 삶이 바뀐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인생이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기도 하지만, 강렬한 책 한권과 마음에 와 닿는 한 줄의 문장으로 한사람의 삶이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좋은 글이 주는 효과는 위대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굳이 아까운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이유는 없을테니까. 그의 책을 통해 바뀐 나를 뒤돌아볼 때 이런 그의 생각은 선뜻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여덟 개의 단어로 압축했다. 20, 30대의 젊은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모아 집필한 책이어서인지, 아니면 그의 강의를 들을 젊은이들을 배려한 때문인지 그의 문구가 부드럽다. 그저 지나가는 옆집 아저씨가 얘기하듯, 한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소곤소곤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간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의 여덟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한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 여덟 단어가 한곳을 지향하고 있다. 바로 그것은 삶이다. 그냥 삶이 아니라 바로 행복한 삶이다.
개인적으로 여덟 단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는 자존(自尊)이다. 자존(自尊), 스스로 자(自)에 중할 존(尊)이다. 즉 나를 중히 여기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다. 즉 나를 귀히 여기는 자만이 남에게서도 귀함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내 자식을 귀히 여겨야 그 자식이 밖에 나가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집안에서 천대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자식이 밖에 나가서 대우받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풀 한포기 심어놓고 그 풀이 소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석가도 세상에 태어나 제 일성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홀로 존귀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주의 기나긴 역사 속에 나라는 객체로 존재하는 것은 내가 유일하다. 나라는 존재는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다. 우주가 멸망해서 그 존재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다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이다. 가진 게 없고, 능력이 없고, 못생겼을지라도 그런 나 자신은 둘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다.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는 생명이고, 두 번 다시 존재할 수 없는 객체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귀하고 존귀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귀함을 갖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귀히 여기지 않는다. 나를 귀히 여기지 않는 이에게 행복은 요연하다.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귀히 여기는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그 관문이 바로 자존(自尊)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덟 단어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인생이란 자존감을 가지고 현재에 충실하며, 순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더불어 고전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기반으로 한 심안(心眼)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을 견(見)하고, 권위에 굴하거나 내세우지 말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올바로 소통해가는 여정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개인 개인마다 그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의 책은 언제나 읽는 이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질 밖에.
죽음과 고통을 생각하다
박웅현은 김훈이라는 인물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김훈에 대한 매력을 느꼈기에 박웅현이 고맙다. 그런데 저자가 자기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김훈을 소개한 것은 김훈의 매력 때문이다. 자신이 김훈에게서 받은 큰 영향과 감동을 다른 독자들에게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자연을 인문학적으로 풀어주었다. 그것을 박웅현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자연에 대한 인문학적 말걸기!
덧붙여, 김훈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글쓰기의 매력과 힘도 알려주었다. “꽃밭같은 문단에 맹수가 나타났다.”고 한 문학 평론가가 표현한 것은 김훈의 힘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나는 김훈의 사실적 글쓰기에서 특히 박웅현이 인용한 몇가지 문장속에서 평소 늘 고민해오던 죽음과 고통을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는 못한다.p.96 (김훈, 칼의 노래)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p.97
아픔도 개별적이다. 아무리 자식이 아프다고 해도, 아파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플 뿐이지 그 아픔을 진짜 느낄 수는 없다. 철저히 개별적인 객체다. 평소에 너무 아프거나 추해서 의도적으로 보려하지 않는 것들을 김훈은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p.97
Episode1. 훈련병시절, 가장 두려웠던 훈련 중에서 하나가 ‘화생방 훈련’이다.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체력훈련을 시킨다. 숨이 차다. 그리고 방독면을 쓴 채 가스실로 들어가게 한다. 방독면을 쓰고도 벌써 눈과 코는 매운 냄새에 놀란다. 그런데 가스실에서 조교가 방독면을 벗으라고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방독면을 벗으면 숨을 참을 수도 쉴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숨을 들이쉴 때 지독히 매운 가스가 허파로 들어오면 구역질을 하고, 산소가 부족해 들이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또 가스를 들이쉬게 되고... 심지어 구보와 군가를 부르기도 한다. 얼마나 독하면 내 동료 중 한명은 그 자리에서 실신을 한다. 응급상황에서는 가스실을 내보내준다. 부럽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가스실을 나오면 모두의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있다.
그런데 어쩌면 실제로 가스실에 들어가 있을 때보다 가스실 들어가기 전에 대기할 때가 더 심리적으로 두렵다. 특히 두 번째 화생방 훈련을 받을 때는 멋모르고 들어갔던 첫 번째 보다 훨씬 더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가오는 고통을 기다리는 두려움은 정말 두렵다.
Episode2. 몇 년전 가톨릭의 교황이 서거했을 때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유언을 마지막에 남기고 임종 했다. 그래서 한동안 교황의 유언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암이나 질병 등으로 임종을 맞이할 때 유언이라는 것을 남긴다. 그러나 과연 그 유언이 임종 직전에 했던 것일까... 임종 직전에는 보통 혼수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스피스에서 오래 일한 한 의사가 말한 기사를 접했던 적이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죽음이 참 쉽고 간단하다. 총격전을 하다가 총탄을 맞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혹은 얼마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다가 평온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 그건 거짓이다. 머리처럼 특정 부위에서는 즉사하겠지만, 가슴이나 팔, 다리 혹은 몸통의 주요 장기부분에 맞으면 결국에는 과다출혈이 될 때까지 의식 속에서 계속 고통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결국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마지막 고통, 즉 단말마(斷末魔)의 고통을 당하고 죽는다.
Episode3. 중증 질병으로 힘겨워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겨우 약관을 몇 해 지난 나이였다. 사십대는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몸부림칠 정도의 고통과 괴로움을 느꼈고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기다렸다고 한다. 당장 하루 하루의 삶을, 그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두려움으로 전율했다. 머리를 감싸며 괴로움과 고통으로 울부짖어 본적도 있었다. 스스로 지우개로 글과 그림을 지우듯 자신의 살아온 삶을 지우고 싶어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죽음을 향하는 동안의 고통을 두려워했다.
그가 싫어하는 위안의 말이 있었다. 육체적으로 순간 순간 다가오는 주체할 수 없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으로 인해 생겨나는 정신적, 심리적 괴로움으로 울부짖을 때, 주변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가볍게 던졌다.
“누구나 다 죽는다.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고통은 신이 주는 선물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 속에서 은혜로움을 찾아라!”
그는 위로로 던지는 이 말들에 감사하면서도, 위선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는 고통과 죽음이라는 것은 하나의 추상적 개념이었지 삶의 일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인간은 ‘보편적 죽음’이라는 것으로 자기에게 닥쳐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다. 죽음이 아직 멀리 있을 때는.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 뿐 아니라 사랑에 대한 아픔이나 자식에 대한 아픔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은 철저히 개별적인 객체이다.’
‘실존이 본질에 우선한다.’는 명제를 내세우는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신 앞에 선 단독자”라고 말한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고통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죽음과 고통 앞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약한 본성을 지닌 존재다. 제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고 스스로들 외친다하더라도! 그래서 종교의 절대자와 사상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문명사에서 발버둥쳐 왔는지도 모르겠다.
한 일본 작가의 말에 찐한 공감이 간다.
“육체와 사는 동안 난 육체에 집중하겠다. 영혼에 집중하는 건 육체와 헤어진 다음에도 할 수 있다.”(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 p.3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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