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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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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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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7.15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0.5만자, 약 3.3만 단어, A4 약 6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7413339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핵심은 이거다. 잃어버린 심장은 결코 돈으로 메워지지 않는다는 것. 분명 오늘 월급을 받았는데 다음 월급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면, 장바구니에 찜해 둔 쇼핑 목록을 전체 삭제하고 <마담 보봐리>를 읽어라. 빚은 자기 힘으로 꾸려 갈 수 있는 조촐한 삶마저 제 손으로 우그러뜨리게 한다. 남자든 여자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아무리 좋아도 결제는 정신 차리고 해라. 변심한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기보다 어려운 게 사라진 돈을 되찾는 일이다. p.34
이 책은 베테랑 외국문학 편집자로 20여 년 넘게 일하면서 편집자인 동시에 독자로 읽은 수많은 책들 중 52권을 엄선하해 소개하는 독서 에세이이다. 예전에 이수은 저자의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고전 읽기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였던 책이라 왜 그 다음 시리즈가 안 나오는 지 기다렸던 참이다. 편집자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오는 뛰어난 글솜씨와 함께 책, 특히나 고전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라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표지도, 판형도, 제목도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신작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도 고전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전작이 살짝 무거운 느낌이라면 이번 신작에서는 더 많은 작품을 두루두루 살펴보는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 친숙하게, 누구라도 고전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가슴 속에 울분이 차오를 때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며 시작되는 리스트에는 통장 잔고가 바닥일 때 필요한 책,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 읽어야 하는 책, 싸우러 가기 전에 읽어 둘 책, 가출을 계획 중일 때 필요한 책, 장마철에 읽는 책, 불면증에 추천하는 책 등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고전들이 담겨 있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는 실제로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만나고, 인생이 너무 시시하게 느껴질 때는 불운의 본질을 사색할 수 있는 충격적인 작품을 읽고, 아무리 책을 읽어도 현실은 꿈쩍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울 때는 특단의 조치로 극한의 공포 체험을 할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다.
문학은 오늘날 다른 어떤 미디어와도 경쟁하지 못한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적 기능도 상실한 지 오래다. 이제는 그저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만한 축에도 못 낀다. 영화 만화 드라마에 유튜브까지, 세상 구석구석 별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손쉽게 엿볼 수 있는 수단은 흔해졌다. 이런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으로 머무는 게 가끔은 부끄럽고 종종 초라해진다. 그렇지만 드물게나마 문학의 고유한 힘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 나타나기도 한다. <밀크맨>이 그런 경우다. p.121
무기력해지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나지 않을 때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패가 담겨 있는 소설을 추천해주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뭐든 다 해보겠다 싶을 때는 더 이상 내몰릴 구석도 없이 뛰어내릴 일만 남은 옥상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소설을 추천해준다. 그렇게 이 책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부터 정세랑의 <옥상에서 만나요>까지 고전 명작과 현대 소설을 넘나 들고, 문학뿐 아니라 과학책과 동양철학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독서 테라피를 권유하고 있다.
날카로운 사유와 깊이 있는 통찰이 빛나는 문장들임에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책이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 책을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읽다가 너무 지루해서 던져 버린 책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전개에 짜증 나서 분노했던 책들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책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존재해야 할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기에 매번 새로운 책을 고를 때마다 나는 신중해진다. 평생 아무리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해도, 읽고 싶은 책들을 전부 읽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나 같은 책중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마치 친구 같고,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독서 초보자라서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이들에게는 이 책이 뛰어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각자의 상황과 유형에 맞는 책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소개를 통해 안내해줄 테니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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