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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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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0쪽 | 536g | 150*218*30mm |
ISBN13 | 9788962623543 |
ISBN10 | 8962623544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최근 2~3년전부터 ‘약, 약의 역사’과 관련된 도서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교양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판매량 또한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긴 내 서재만 봐도 관련 도서가 5종이나 되니, 꾸준히 확장되고 있는 교양과학 분야에서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약’에 대한 관심은 감염병(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치료제, 백신 개발 등 일련의 주목받는 상황들의 몫도 있다고 생각되나, 비타민과 유산균 등 온갖 약들이 전시된 식탁을 생각하면 사실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는 ‘약’과는 떼려야 뗄 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약을 다루는 책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약의 발견과 발명의 과정이 극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약이 일상화된 사회가 된 역사적 설명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은 아닐까.
‘약’을 다룬 토마스 헤이거의 이 책이 출판 트렌드 속에서 출간된 비슷한 류의 책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운 좋게 이 책이 출간되기 직전 ‘설파제’를 중심으로 의학(제약산업)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탁월하게 엮어낸 그의 전작 <<감염의 전장에서>>을 읽었기에, 이번 책에서도 약과 사회에 관한 그만의 관점을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역시나!
토마스 헤이거는 현대사회의 이러한 경향을,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현대인이 어떻게 ‘호모 파르마쿰(약을 만들고 복용하는 종)’이 되었는지를, ‘약 권하는 사회’가 도래한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한 장에 하나의(한 종류의) 약을 다루고 있는 점은 (제목대로 약이 10종류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들과 유사하나, 소재의 선정 면에서 조금 독특하다. 다른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설파제, 비아그라의 탄생 이야기도 있으나(아주 재미있다), 아스피린이나 비타민, 페니실린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미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항정신병약’과 아편과 헤로인 등의 ‘아편 유사제’,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하는 ‘스타틴’에 대해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누군가 ‘이 책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재미있어, 강력 추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다른 책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약, 제약산업과 인간, 사회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대답할 것이다. 6장에서 약 한 알로 기분, 감정, 행동까지 바꾸는 항정신병약들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인간 존재와 인간의 의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의문은 “향정신병약들이 ‘우리는 누구인가’와 ‘우리는 의약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바꿨는가?”라고 하ㄹ 수 있다. 만약 우리의 기분, 감정, 정신능력이 본질적으로 화학적일 뿐이라면, 우리는 화학-즉, 약물-을 이용해 그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214p).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아편유사제를 다루는 8장,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한 스타틴을 다룬 9장이다. 이 두 장은 미국사회(미국인)와 제약산업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비판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책들과 뚜렷이(!) 구별된다(미국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지만, 우리의 현대 사회와 제약산업에 대한 비판이다).
토마스 헤이거는 세계 인구의 5퍼센트 미만인 미국인들이 전 세계 아편유사제의 80펴센트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인 듯하다. 그는 왜 아편유사제가 그토록 미국사회에서 판을 치는지 따져보고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아편 중독을 완화하기 위해 제약사가 새로 내놓은 제제, 재활센터의 프로그램, 정부의 새로운 계획 모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으로 이는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돈’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단기적인 치료를 강조하는 미국 의료체계의 구조, 이윤증가에 눈이 먼 미국 경제,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선 등 그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제약산업에 대한 비판은 ‘스타틴’에서 더욱 날이 서있다. 스타틴을 처방 받으라는 메일에 분노(?)한 저자는 스타틴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고, 스타틴의 효능에 대한 광고는 과장이라고 결론짓는다. 스타틴의 광범위한 사용은 상당 부분 제약회사들의 교묘한 이윤추구 행위에 있음을 지적한다.
간단히 말해서 오늘날의 대형 제약사들은 ‘짭짤한 이윤은 약속하는 치료법’에 대한 증거를 들이대는 데 일가견이 있고, 부정적 증거를 깔아뭉개는 데 능란하며, 의사와 대중에게 제품을 선정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297p).
9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스타틴이 우리 사회에 제기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호모 파르마쿰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와 인간들이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지점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토마스 헤이거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어 간단히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슈는 삶의 의료화, 쉽게 말해서 ‘뭐든 약으로 해결하는 사회’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한때 간단히 셀프로 처리했던 항목을-이를 테면 생활 방식 선택, 경미한 건강상 문제, 독특한 개인적 취향-이 오늘날에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변해버렸다....
두 번째 이슈... 스타틴이 ‘까다로운 개인적 선택을 회피하기 위한 수탄’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스타틴과 같은 약물은”.. “건강의 영역에서 노력, 책임, 보상을 잇는 연결고리를 단절한다.” (316~319pp에서 부분 발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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