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오지 마!
누구나 처음은 있다. 입학식이 끝난 뒤 초등학교 앞은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엄마와 헤어져 학교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나이이지요. 여덟 살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다 학교라는 공간으로 들어서야 하는 나이입니다. 보육의 공간에 있다가 교육의 공간으로 입장해야 하는 나이이지요. 아이가 처음 학교 가는 날은 그래서 기대도 되지만 그래서 긴장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입학식, 교실, 담임선생님, 급식, 강당, 운동장 등 처음 학교에 가면 이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노란돼지의 신간 그림책 《여덟 살 오지 마!》는 그런 여덟 살의 두렵고 긴장된 마음을 잘 들여다봅니다.주인공 윤이는 일곱 살입니다. 곧 여덟 살이 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여덟 살이 되면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서 스스로 닦아야 하고, 밥도 다 먹어야 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기가 여덟 살,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이 되면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이렇게 빨리 크면 어른이 될 텐데...... 그럼 엄마는 더 늙어서 할머니가 될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일곱 살로 남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덟 살은 막고 싶습니다. 오지 말라고, 있는 힘을 다해 시간의 동그라미들을 막아섭니다.하지만 여덟 살 생일이 되면, 꼭 갖고 싶었던 무선 자동차를 받기로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여덟 살이 되면 새 책가방도 생길 거고, 책도 혼자 읽을 수 있을 거고, 친구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덟 살이라는 나이는 무섭지만 이런 장점까지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덟 살, 오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우리 모두의 여덟 살을 응원하는 그림책!《여덟 살 오지 마!》는 여덟 살의 기로에 선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그림책입니다. 점점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파랗고 동그란 원이 점점 더 내 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로 잘 표현했습니다. 여덟 살이 아니어도 처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법이지요. 처음 학교 가는 날, 처음 시험 보는 날, 처음 직장 가는 날, 처음 결혼 하는 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그 처음 앞에서 섰을 때 싫다고 느끼는 감정은 마음 속 깊이 숨겨 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제대로 바라보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꺼내 잘 들여다보고, 두려운 마음을 나누다 보면 그 마음이 어느새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읽다 보면 인생은 순간순간 맞이하는 고비를 현명하게 받아 안고 이겨 나가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누군가의 여덟 살을, 우리 모두의 처음을, 그 속에서 느낄 두려움을 응원하는 그림책입니다.
큰일났다
너울너울 바람이 부는 평화로운 숲에, 어느 날 엄청난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무지막지하고 무선 호랭이가 노루에게 배를 밟히는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호랭이가 아파서 울고불고했으니, 이제 노루는 큰일 났겠죠. 화가 잔뜩 난 호랭이가 노루를 혼내 주러 찾아갔는데, 노루는 너무 억울하다며, 구렁이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해요. 구렁이는 돼지 때문이라고 하고, 돼지는 두더지 때문이라고 하고, 두더지는 개암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이 이야기를 까마귀에 전해 들으며 재미있다고 깔깔 웃던 너구리가 개암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니 잔뜩 겁에 질렸어요. 도대체 너구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바느질은 내가 최고야
조선 시대에 쓰인 가전체 문학 『규중칠우쟁론기』는 바늘, 자, 가위, 인두, 다리미, 실, 골무와 같은 바느질 도구를 사람에 비기어 표현한 작품으로, 당시 사회에 일어나는 부정적인 현상을 꼬집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감 있는 글과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새롭게 구성해 출간한 책이 바로 『바느질은 내가 최고야』입니다. 장은영 작가의 상상력에서 톡톡 튀어나온 도구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개성 있게 드러냅니다. 무엇 하나 똑같지 않고, 무엇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요. 토리 작가가 앙증맞게 표현한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재미와 귀여움을 배가시킵니다. 그나저나 이 귀여운 도구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걸까요?
분홍 소녀 파랑 소년
우리는 보통 여자 또는 남자로 태어나요. 여자와 남자는 대개 신체적 특징을 기준으로 나누게 되지요. 그러니까 서로 다른 생김새를 띠고 태어난 것일 뿐, 누가 더 낫다고 평가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여자가 남자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졌어요. 그래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아무 권리도 갖지 못한 채 한낱 남자의 소유물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자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고, 또 그만큼 사회 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와 남자가 같은 권리와 의무, 자격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걸 '양성 평등'이라고 불러요.
양성 평등은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하는 걸 말해요. 기회 역시 양쪽에 똑같이 주어져야 하지요.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남성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거든요. 가장 흔하게는 여자아이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든가, 남자아이는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여자아이는 다소곳해야 하고, 남자아이는 용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장난감을 살 때 여자아이에게는 인형을 고르게 하고, 남자아이에게는 로봇이나 게임기를 고르게 하는 것도 같은 경우랍니다. 아이의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아니라 기질에 맞추어 선택을 해야 하는 것들인데 말이죠.
『분홍 소녀 파랑 소년』은 바로 이 양성 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른바 성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는 그림책이랍니다.
안녕 나는 기린이야. 너는?
여기는 아프리카의 초원. 심심한 기린이 살고 있어요. 어느 날, 바다를 바라보던 기린은 지평선 너머에 있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어요. 그 편지는 펠리컨이 전해 주기로 했답니다. '안녕?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야. 목이 아주아주 긴 걸로 유명하지'. 기린의 편지는 바다 건너에 있는 펭귄에게 도착했어요. '아프리카라고? 목이란 건 또 뭐지?'펭귄은 자신의 뭉툭한 목을 더듬더듬 만져 보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답니다. '안녕? 나는 펭귄이야. 나에게는 목이 없는 걸까?' 과연, 펭귄과 기린은 서로를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게 될까요?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답장을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크고 작은 오해는 더욱 쉽게 쌓이기도 하니까요. 이 책 『안녕? 나는 기린이야. 너는?』에는 그 흔한 인터넷도, TV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먼 곳에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려면 손수 편지를 쓰고, 반나절이 넘는 긴 비행을 감수해야 하지요. 그러나 이들은 답장이 늦어져도 절대 재촉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도착할 편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상상하느라 심심할 겨를이 없거든요. 비록 서로의 생김새에 대한 작은 오해가 있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미 기린과 펭귄은 편지를 통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정을 주고받은걸요. 혹시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껴지진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편지를 써 보아요. 기린에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듯, 우리의 일상에도 커다란 기쁨이 찾아들지 모르니까요.
비가 올까 봐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풀기 힘든 숙제처럼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말이지요. 때론 그 숙제를 풀지 못하고 미뤄둔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지현 작가의 첫 그림책인 『비가 올까 봐』의 주인공인 B씨도 그렇습니다.
B씨는 걱정이 참 많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올 것을 걱정하며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우산 속에 얼굴을 폭 파묻은 채 누구와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걸어갑니다. 비가 올지도 몰라서 우산을 쓰지만 진짜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도 하는, 세상 사는 일에 조금은 서툰 사람이기도 합니다. 진짜 우산을 써야 할 때를 몰라서 자신만의 우산 속으로 숨어 버리는 셈이지요. 어쩌면 우산 속에 있을 때 그나마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애써서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많을까요? 걱정을 조금 거두고 조금 용기를 내면, 먼저 말을 건네보면, 때론 어렵지 않게 풀리는 것이 인간관계이기도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 속 우산은 B씨만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겠지요.
세상살이에 서툰 주인공 B씨는 어찌 될까요? 그의 불안을 흔든 것은 다름 아닌 갈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한 마리 강아지였습니다.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고 서 있는 강아지를 B씨는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강한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이라도 소중하게 씌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사람은 아니지만 유기견에게 곁을 내주며 집으로 들입니다. 서로의 질서를 인정해 주며 B씨와 강아지는 조금씩 익숙해져 갑니다. 그제야 B씨는 걱정을 조금 내려놓으며 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판화 그림책 『비가 올까 봐』는 관계에 강박을 가진 한 사람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강아지 한 마리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위로를 받고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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