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이슈에 관한 화두(話頭)는 단연 세계자본주의(Global Capitalism)와 팩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이다. 전자는 미국의 시장지배전략에 기반을 둔 것이고, 후자는 미국의 패권에 의해 성립된 것으로 양자 모두 미국의 위세를 상징하는 표현들이다. 냉전 종식과 함께 국제질서는 미·소 양극체제에서 다극화체제로 들어섰다고들 한다. 그러나 세계의 조류에 어느 정도 개안이 돼 있는 사람이라면 새 천년을 맞고 있는 현재, 미국 외엔 이렇다 할 강대국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럽? 혹은 일본? 아니면 러시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력한 힘을 지녔던 이들 국가 가운데 미국에 맞서 떳떳이 'NO'라고 말할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근자에 이르러 아시아의 실세(實勢)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전횡에 제동을 걸려고 하고 있지만, 그 역시 미국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미국을 하나의 핵으로 하는 일원주의(Monism). 이는 오늘날 국제질서의 양태를 특징 지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서 세계의 유일한 초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일까.
<강자의 논리>는 미국이 헤게모니의 도전에 나섰던 강대국들을 무너뜨린 이유와 방법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와 논리를 토대로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이 패권을 독점한 대의명분은 평화와 민주주의이며, 근저에는 다른 강대국들에 대한 짙은 불신감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20세기에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벌였다. 러시아는 정정(政情)불안이 계속돼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강박관념은 미국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일종의 피해망상―종교적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도피해 온 쓰라린 기억, 인디언과의 목숨을 건 투쟁, 일본의 진주만 기습 등―을 자극하여 오직 미국 안에서의 평화(팩스 아메리카나)만을 고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대상 국가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데, 소련의 경우 기술과 자본의 봉쇄를, 유럽과 일본에 대해선 국제투기자본을 활용한 환율조작과 금리정책을 각각 적용하였다. 한때 '음모론'이라고만 알려졌던 국제자본의 투기적 행위에 대해 이 책은 실증적인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막상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자, 기독교나 민주주의의 전파라는 순수한 목적을 멀리한 채, 세계자본주의의 강제적 이식(移植)을 통해 시장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자본을 무기로 삼아 세계 도처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등 독선과 전횡으로 일관하면서 국제질서의 균형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게 됐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미국이 표방하는 세계자본주의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향점일 수도 있으나, 엄밀히 따져보면 미국의 독점적 지배를 강화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는 과거 소련이 주장했던 일국 사회주의와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미국을 핵으로 하는 일국 자본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세계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하게 되면, 세계 전체의 공급과 수요를 통제함으로써 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파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약소국들의 경우 강대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에 더 이상 진입하기가 어렵고, 궁극적으로는 국가별로 생산 쿼터가 결정되는 만큼 구조적 실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강자의 논리>는 오늘날 미국의 세계지배를 탐욕과 이기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는 힘의 논리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투명성을 앞당겨야만 미국에 내정간섭과 외압의 명분을 주지 않고, 국가의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나, 국제 감각이나 지식의 수준을 보면 이러한 얘기가 무색할 정도이다. 세계의 변화와 조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란 있을 수 없다. IMF사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절감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점에서, 「강자의 논리」는 세계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사료된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세계화는 세계경제의 통합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미국의 국가발전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초강대국의 정치력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하여 미국의 상품·용역·자본·노동이 이동하는 데 장애가 되는 국가단위의 모든 장벽을 철폐하여 국익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단극체제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내부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외부시장의 확대를 통해 해소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10년간의 장기호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내부적 취약성에서 연유한 측면도 있지만 투기자금의 집중적인 공격에서 발단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무방비 상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불안·경제불안은 상존해 있는 데 투기자본에 대한 노출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그런데 외환위기는 극복됐다고 환각제 같은 소리만 들리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팩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지배논리를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설파하고 있다. 출간이 일렀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는 않다.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지식인들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21세기의 지배논리가 어떤 의미인지 전파되기 바란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이해가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영호, 언개연 신문개혁특위 위원장·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미국은 어떻게 해서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 유일무이의 초강대국(The Super Power)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일까. 또 미국은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힘에 도전하는 강대국들을 침몰시켰을까. <강자의 논리>는 오늘날 미국의 세계지배를 탐욕과 이기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는 힘의 논리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
저자 강일선 씨는 일간신문에서 오랫동안 국제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의 세계패권주의를 심도 깊게 파헤치고 있다. 소련의 멸망이나 일본경제의 쇠락, 걸프전의 발발, 유럽의 몰락과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한국의 IMF사태 등과 같은 세계적 사건이 미국의 세계자본주의나 헤게모니와 결부된 논리적 귀결이었음을 구체적 자료와 논리를 토대로 조목조목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강자의 논리>는 새 천년 세계질서 흐름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힘의 논리를 이해함으로써 세계흐름에 대한 안목을 넓혀줄 것이다. 또한 IMF 지배체제에 놓여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약자의 설움을 딛고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는데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