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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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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604g | 135*205*30mm |
ISBN13 | 9788937444296 |
ISBN10 | 8937444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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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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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화두란 말이 있다. 문명을 빚어내는 데 필요한 화두, 인류가 문명을 일궈내고 지탱하며 갱신할 수 있었음은 이러한 화두를 피하지 않고 끈질기게 씨름했기 때문이다." - 9쪽에서
저자 김월회 교수가 세상 사는데 어떤 사람도 회피할 수 없는 삶의 물음이 지닌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 꺼낸 말이다. 이 문장은 변형되어 '미래 기획으로서의 역사'의 의미를 새기는 256쪽에서 법(法)과 의로움(義)을 모두 무시하고 이기적 욕망에만 매진하는 인간인듯 인간 아닌 족속들의 "분탕질을 상쇄하고도 남을 무언가, 문명을 지속시킬 무언가가 늘 더 큰 힘을 발휘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문명이 지속되어 왔다."면서 반복된다. 모든 인간들이 저마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서로 '인간에 대해 늑대(homo homini lupus)'가 되었다면 아마 지금 이러한 말을 나눌 인간 종은 절멸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책은 바로 그 '무언가'인 인간 존속의 동력을 동서(東西)의 고전(古典)을 기저로 하여 성찰하며, 유의미한 삶의 길, 그 도리와 실천 의지를 '행복, 부(富), 정의(正義)에서부터 공동체와 역사, 죽음'에 이르는 12 가지 실마리 단어(話頭)를 통해 확인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법을 준수하며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생계를 꾸려가고, 의로움과 호혜적 우정을 나누며 고결한 희생을 보면 감동하는 우리네 대다수의 범인(凡人)들에게 다시금 윤리의 덕목을 조목조목 반추케하는 것은 어쩌면 공허한 울림이라 외면할수도 있을테다. 이를테면 "정직과 성실한 삶의 길을 고집했더니 바보가 되고,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면서 골칫덩어리 취급하는 것이 현실"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며 오늘날의 삶의 조건에서 의로움(義)이란 것이 소용없게 된 것이 언제적인지나 아냐고 반문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기원전 2세기 역사서인 『史記』를 쓴 '사마천'이 열전의 시작에서 천하의 악인인 도척같은 자들은 부와 권력을 대대로 이어가며 장수하고, 선하게 산 공자의 제자인 안연같은 이들은 궁핍과 요절한 경우가 역사적으로 비근한 사실임을 절규하였듯이, 오늘 한국 사회 또한 일제 부역자들과 그 자손은 부와 권력을 누리는 기득권자로 행세하는가 하면 독립 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은 빈곤과 사회적 소외로 신음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좋은 삶'을 일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의지로 삼는다는 것은 실로 곤혹스럽고 난해하기만 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운명 앞에서 필패(必敗)다."라고 하며,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고도 한다. 서양고전문헌학자인 김헌 교수는 "정성과 성실이 '성공 보장'의 믿을만한 단어는 아닌 것 같"으며, "불순한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 건실한 사람들의 발을 묶고 더 많은 이익을 손쉽게 챙기기 위해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또한 "불법을 저지르고도 무탈한 것이 탁월함과 지혜의 징표인 시대가 오늘 우리사회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사취해도 국가 경제 운운하며 실정법 위반 범죄자인 재벌을 집행유예, 가석방, 사면으로 풀어주고, 그래서인지 더욱 양양대며 사는 것이 현실이다보니 정직한 준법자인 시민들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존재 쯤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이제 모두 이들처럼 만인이 악인(惡人)이 되어 악인의 악인에 대한 투쟁을 일상화하면 되는 것일까? 이 사회가 그래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이쯤에서 12 화두중의 하나인 '분노'가 눈에 띈다.
중문학자인 김월회 교수는 "다지고 다져 침묵하고 있어도 표출되는 분노"를 말하면서 "삶이 그대를 속여도, 노쇠가 그대를 버겁게해도, 돈과 권력이 그대를 못 본체해도 그대의 삶을 지속케 하는 동력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자기 삶을 격상시키는 동력으로서 분노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진노를 노래하라, (...) 아킬레우스의 파괴적 진노를..."로 시작되는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의 첫 문장과 조응하며 '분노할 수 있는 힘'의 동력학을, 다시 말해 인간 개체와 사회에서의 의미를 발굴해낸다.
약자가 강자에게 섣불리 분노를 표출했다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는 강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내가 제대로 분노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강해진 것이 된다. 4년 전 분연히 촛불을 들어 밝혔던 시민들은 분노할 수 있는 힘을 가질만큼 강했다는 것이다. 우리네 범인들이 분노 할 수 있는 힘을 갖춘 때 사회는 건강함을 되찾는다. 그런데 이 힘이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알량한 권력으로 무례하고 까닭없이 모욕과 무시와 폭력을 행사하는 갑질이라는 저열한 문화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부역자가, 실정법 위반을 밥먹듯하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세대를 이으며 갑이 되는 세계, 선에 기생하는 악을 태워버릴 수 있는 '자각한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 오늘 우리들이 지녀야 할 필요가 된다. 각성한, 깨어난 자양분이 역사와 철학사상, 문학을 아우르는 '인문(人文)'이 되는 이유이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묻는 이 책이 고결함을 갖는 이유는 제아무리 불법과 불의와 불평등이 설쳐대더라도 정직, 성실, 의로움, 아름다움, 공분의 숭고함, ...과 같은 도덕적 덕목들을 지향하는 삶이 필멸의 부조리한 존재적 조건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통렬하게 캐내, 노력과 의지를 통해 진리를 온전히 작동시키는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운명에 저항하는 저 시지프스의 단단한 얼굴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의가 조롱받는 것은 그것이 이익 도모의 조절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는 곧 유의미한 수준에서 미래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47쪽에서
오늘 우리네 삶에서 돈과 이익, 즉 부(富)는 단연 최고의 화두라 할 것이다. 부를 형성, 축적하면 현실적으로 못할 바가 없는 세상 아닌가. 그리곤 버젓이 불법과 불의를 꾸준히 행해도 호의호식할 수 있는 사회이다보니 도덕적 믿음을 갖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공허하기 그지없는 메아리가 되고만다. 소크라테스에 대항해 "정의란 강자의 입맛에 맞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트라쉬마코스'나,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부의 신』의 주인공인 '크레뮐로스'가 정직함이 곤궁함만을 가져올 뿐 이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것처럼 세상의 불의에 저항할 수 없는 운명처럼 굴복해야 하는것인가? 도덕과 법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체 사회적 약자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욕망을 조절할 수 있겠는가? 공정성, 정의가 조롱당하기 시작하면 아마 그 사회를 기다리는 미래는 파멸일 뿐 일 것이다.
김헌 교수는 윤리적 차원의 대응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풍요롭고 자유를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라고 사회적 접근을 우선하고, 김월회 교수는 부(富)에 대한 인문적 통제를 역설하며, 공자를 빌어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見利思義)" 며, 부를 누리려면 일정한 '비판적 거리두기'를 의식적으로 일궈내야 함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 두 저자의 진정함을 어느 누가 부정하겠는가? 아마 오늘 우리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이유, 즉 문명의 지속적 유지가 되는 것은 이들 도덕적 지성의 힘이 면면히 모든 사람들의 체내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은 설혹 이기심과 진부함에 짓눌려 있을지언정 이익를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고결한 결단이나 부당한 압제에 분연히 일어나 항거하는 숭고한 행동들을 아름답다고 하며 감동의 응원을 보낼 줄 안다. 플라톤이 『향연』을 통해 말했듯이 우리 인간들은 이러한 "아름다움 그 자체를 바라보며 살 때 삶이 살만하다."고 느낀다. 세상이 우리를 속이고 갖은 제약과 부조리로 괴롭히더라도 이것에 운명처럼 굴복할 이유가 없다. 비록 '나'가 파괴될지언정 피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불의의 힘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고결하게 판단하며 용감하게 실천했던", 오이디푸스의 태도, 아니 이 부조리한 조건에 경멸을 보내며 산꼭대기를 향해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순전한 인간적 확신으로 돌보다 더 단단한 시지프의 얼굴을 우리들은 지니고 있지 아니한가?
"역사를 기본으로 접하지 않는, 다시 말해 미래를 기획하지 않거나 못하는 삶과 사회는 더는 삶도 또 사회도 아니다." - 255쪽에서
동서를 막론한 선조들이 다행스럽게도 역사를 발명해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그렇고, 공자의 『춘추』, 사마천의 『사기』가 그렇다. 지독한 인간 역사의 부조리를 끊어내기 위한 공분의 기록, "악인에게 역사는 미래의 밥줄을 말려버릴 수 있는 잘드는 칼"이었음이다. 아마 악인일수록 역사에 집요하게 집착하며 자기 뜻대로 장악하려드는 까닭은 역사를 두려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고귀한 문명장치'를 우리가 외면해서 안 되는 이유이다.
김월회 교수는 이를 두고 "역사는 과거를 증언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품었다."고, 그래서 역사는 끊임없이 삶의 현장으로 소환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역사 기록 자체가 바로 현실 개선이자 미래 기획이었다는 통찰이라는 것이다. 우리 범인들에게 이 장치는 더없는 아군이다. 진리가 온전히 작동하는 세계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음이다. 그러니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을 이유가 무언가? 삶이란 『열자』의 우공(愚公)이나 『산해경』속 천신의 딸 정위의 이야기처럼 주어진 자연과 사회적 여건 아래서 자각한 주체로서 '살아냄', 그리고 '버텨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마치 카뮈의 소설 속 리외처럼,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복수이자 삶의 본연일 것이다.
책은 이렇듯 '좋은 삶'에 대해서, 한 인간으로서 떳떳하게 살아내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비록 부와 명예와 욕망의 성취를 가져오지 않을 지언정 인간이 인간인 이유, 그래서 궁극적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사유하는 길을 안내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eudaimonia)이기도 하며, "자신의 본성을 정확히 깨달아 온전히 실현하면 하늘을 알게된다."는 맹자(孟子)의 '진기성(盡基性)'이고, 덕(德,virtue)이고 성(誠)일 것이다. "현실에서 깨어 있는 삶을 꾸리자면 논리적으로 깨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한다. 정말의 의미를 지닌 삶, 내면의 평정과 떳떳함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길을, 그리고 너와 내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배우고 생각케 하며, 우리네 인생의 마디마디에서 직면하게 되는 화두들로 삶의 시야를 활짝 열어주는 인문적 통찰의 진수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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