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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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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440g | 128*188*20mm |
ISBN13 | 9788933871553 |
ISBN10 | 89338715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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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세계사
전자책 발행일 | 2021.01.22.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가 썼던 660여 편의 산문 중 35편을 모아 비슷한 결의 글끼리 모아둔 에세이 집이다. 작가의 인터뷰 집인 '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를 즐겁게 읽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라 예사 독서모임(독식)에서 의심 없이 추천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같이 책을 읽는 친구들 역시 박완서 작가를 좋아해서 별 다른 이견 없이 선정된 책! YES24 북클럽에 있는 책이라 이북으로 읽었고, 주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활용하여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노트북이 편했다. 여러 가지 기기를 지원한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지...~
제목에서도 살짝 언급해두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작가 박완서'가 아니라 '인간 박완서'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박완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이야기가 곧 여성의 이야기가 되는 사람, 인간을 따뜻함으로 대하는 사람,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온화한 사람,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내 안의 박완서 작가는 이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박완서 작가도 사람이구나, 참 성숙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에세이에서 자신의 잘못을 묘사하고, 그로 인한 부끄러움을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자기가 행한 선행과 따뜻한 생각만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타인에게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뒤늦게 알게 된 그 추악함에 부끄러워 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 작은 것을 눈 여겨 보고,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것. 박완서 작가는 에세이 중 아직도 자신이 작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내게 가장 작가다운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박완서 작가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계획한 시간을 예기치 않은 일에 빼앗길까 봐 인색하게 굴다 보니 거의 시계처럼 살려니 꿈이 용납되지 않는다. 낮에 꾸는 꿈이란 별건가. 예기치 않은 일에 대한 기대가 즉 꿈일 수 있겠는데 나는 그걸 기피하고 다만 시계처럼 하루를 보내기에 급급하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곧 고학년에 속하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미래를 위해 준비된 게 없으니 자꾸만 나를 혹사시킨다. 그렇게 한참을 혹사시키다, 지치는 날이 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는다. 피곤하고 힘들다는 이유를 대면서. 마음 편히 쉬는 것도 아닌지라, 내내 불편한 마음 뿐이다. 꿈을 위해 꿈을 버리는 상황. 읽는 내내 조금 더 지금에 가까이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소년의 뇌리에 생전 잊히지 않는 악의 화신으로 각인돼 있을 내 모습도 내 모습이려니와 구구절절 자신만만하고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나의 설교조의 고음까지 귀에 쟁쟁하여 진저리가 쳐졌다.
내가 나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쓴다면, 나는 내가 저질렀던 잘못, 그리고 생각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테다. 앞에도 서술했지만,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것, 그리고 그 잘못을 남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카드나 주민증 없는 나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처음 와보는 곳에 카드도, 주민증도, 현금도 없을 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휴대전화 마저 발달하지 않은 세상이라면,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주제와는 벗어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고등학생 때 '우리는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름 역시 자신이 지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스스로 짓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의 고유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 있다. 이름은 타인이 짓지만, 닉네임은 내가 짓는 것이기에 이름보다 닉네임이 자신을 더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과 더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하는지 같은 것들. 내게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나를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야지,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작 내 작품을 읽고 내가 그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듣고 보내오는 편지는 거의 없었다. 나는 많은 편지 속에서 허망감을 짓씹었다.
최근 뮤지컬 동아리에서 극본팀으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극본이 완성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 극본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해준 경험이 있다. 참 많은 감정이 들었다. 내가 쓴 극본을 누군가가 유심히 읽는다는 게, 내재된 의미를 찾아준다는 게,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를 깨달았다.
사실 창작을 할 때 '이런 의미를 담은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많이 없다. 소설이나 콩트나, 내 머릿속 이야기를 언어화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로 무엇을 전달한다면 그건 즐거움 뿐이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에 시를 창작하는 수업을 들으며, 내가 알맹이 없이 쓴 글이 교수님께 혹평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의미를 담은 글이 교수님께 호평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미약하게나마 뜻이 전해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동아리와 시창작 수업을 통해 나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누군가가 그 뜻을 알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저 문구가 더 절절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의 제목이 여기서 나왔구나, 싶었다. 진실되게 쓰라는 말에 조금의 거짓도 없어보이는 사람. 어떻게 본인을 재능 부족이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저 평가 마저 본인의 진심임을 알기에 존경하게 된다.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쓰기
최근 창작을 자주 해서 그런가, 글쓰기에 관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도 글쓰기란 이기적인 일인 것 같다. 문장 그대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면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일. 다만,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휴머니즘적인, 여성주의적인 공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란 말이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도 들었다.
나의 생각이 들어간 글 쓰기는 언제나 부끄러운 일이다. 보이고 싶지 않지만, 보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일. 아무 것도 아니기 위해 결국은 내보이고 마는 일. 올해는 나의 뜻을, 나의 글을 조금 더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도 감추고 싶은 건 있지 않을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글은 더더욱 골라내고 가려내어 쓸 것이다. 헌데 이토록 진솔한 글로 모두의 마음에 훅- 다가오는 이는 흔치 않을 듯하다. 저 밑바닥에 자리한 마음까지 툭- 꺼내어놓으며 속깊은 곳에 감춰진 마음까지 이끌어내는,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늘 따스함이 깃든 그 분의 글을 만날 때면 소름이 돋으면서 엄청난 전율을 느낀다.
2011년 01월 22일.
이제 곧 10주기, 그 분의 글을 다시 만났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p221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남긴 산문 660여 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님의 글은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접한 편인데 만날 때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그러면서도 항상 새로운 기분이 든다. 배우고 또 배워도 항상 배울만한 것들이 넘쳐나는 느낌이랄까? 이 책 역시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이야기 하나 하나, 한 문장 한 문장 결코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는데 읽고 또 읽어도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와 문장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실은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는데 제목이 나오는 대목을 읽고 거기에 담긴 뜻을 음미하며 박완서 님의 진실된 글을 향한 올곧은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싶어졌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가 될까 말까 하던 4년 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다. p216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아니었다할지라도 이렇게 엄청난 매력을 지닌 방대한 이야기를 짓고 솔직담백한 글을 쓰셨던 박완서 님 역시 글에 대한 고민은 꽤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이 있었기에 마침내 모두의 마음에 가닿는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이밖에도 너무나 좋았던, 다시 봐도 마음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몇몇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 p20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p26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p27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한 현실 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p69
아무리 많아도,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줄 생각은 커녕 더 빼앗아다가 보탤 생각만 굴뚝같다면 가난뱅이와 무엇이 다를까. p92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p139~140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p151
다 옮겨두고 늘 들여다보고 싶은 넘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다 옮기기엔 이것 역시 박완서 님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욕심인 듯해 천천히 오래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진솔한 문장들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으로 언젠가 '필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추리고 또 추려 기록을 해둔다해도 어쩐지 기억하고 싶은 게 넘 많은 문장과 글이요, 책인 탓이다.
***
'세계사'의 '꿈엔들 잊힐리야(미망)'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던 박완서 님의 글을 이번 10주기를 맞아 세계사에서 나온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 넘 기쁘고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아직 읽지 못한 에세이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에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읽어주지 못한 소설 역시 올해에는 꼬옥 차근차근 만나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립고 넘 그리운 마음을 가득 담아... 부드러운 느낌의 고운 색감을 지닌 일러스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 지나간 시간들을 깊이 반성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이야기, 꼬옥 한번 만나보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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