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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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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928쪽 | 1,426g | 152*225*40mm |
ISBN13 | 9791189143206 |
ISBN10 | 1189143208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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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역사학자였던 이 책의 저자 이언 커쇼는 1972년에 독일 바이에른을 방문했을 때 나치즘이 히틀러를 비롯한 소수 광신자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평범한 많은 독일 국민들이 왜 나치즘을 지지하게 되었는지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파시즘과 나치 치하의 독일, 히틀러를 비롯한 독일 현대사에 천착했다. 명저로 꼽히는 그의 [히틀러 I, II]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아예 유럽 전체의 현대사를 연구 주제로 삼았으니 그 결과물이 바로 [유럽 1914 - 1949]이다. 1차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과 2차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 철의 장막이 드리워지는 시기인 1949년을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이 기간에 벌어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대공황으로 인하여 유럽 스스로가 철저히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예 이 시기를 '유럽의 자기파괴 시대'라고 규정하는 것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유럽은 이 시기에 죽다 겨우 살아났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럽 1914 - 1949]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이 대략 20년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당시 문명의 절정이라고 자부한(유럽의 관점이지만) 유럽에서 도대체 왜 이런 거대한 역사적인 비극이 반복된 것일까? 심지어 전쟁의 양상은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잔인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그동안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이언 커쇼는 이 대파국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이를 토대로 이 시기를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첫째, 인종주의적 민족주의의 폭발.
둘째, 거세고도 조정 불가능한 영토 개정 요구.
셋째. 격심한(이제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 구체적 구심점을 얻은) 계급 갈등.
넷째. (많은 관찰자가 최종적이라고 생각한) 자본주의의 장기 위기.
이언 커쇼는 4대 요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폭발력을 키우는 과정으로서 이 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첫번째 요인인 '인종주의적 민족주의 폭발'은 흔히 생각하는 2차세계대전의 독일에 의하여 이루어진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대규모의 학살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것이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이미 유럽 각국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수 있다. 그동안 보통 이 시기에 대두된 민족주의와 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부주의의 갈등을 1차세계대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이언 커쇼는 이것을 특정 국가와 민족에 국한하지 않고 유럽 전체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요인이 독자적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 및 사상과 사회적인 변화에 따른 계급 갈등과 갈수록 증폭되는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그가 자신이 말한 4대 요인이 단독이 아닌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유럽은 점점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였고 보수주의 엘리트와 자유주의 엘리트의 정치 기득권층은 불확실성을 감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대중을 '국민화'하려고, 즉 기존의 정치 질서에서 이득을 보려는 공세적인 민족주의적, 제국주의적, 인종주의적 정서를 대중에 불어넣으려고 애썼고, 얼마간은 성공했다. 국제주의적 사회주의 교리에 이끌리는 소수파 밖에서는 호전적인 민족주의와 지독한 반유대주의, 그리고 다른 부류의 인종주의가 흔한 일이었다. 그 같은 영향력은 기초 교육 확대, 문맹률 감소, 값싼 대중 신문으로 말미암아 확장될 수 있었다.
- p. 48 中에서 -
이러한 분위기는 제국주의가 절정에 다른 유럽이 이제는 점점 '국가'를 영토가 아닌 민족으로 정의하는 과격한 민족주의의 대두로 이어지게 된다. 1902년 프랑스의 민족주의자 에드몽 아르슈데콩은 스스로 반유대주의를 자처하면서 유대인과 그 하수인들이 3800만 명의 프랑스인을 억누르는 행위에 대한 멈춤을 요구하면서 스스로를 "진정한 공화국, 프랑스 공화국"을 대표한다고 주장하였다. 에드몽 아르슈데콩을 아돌프 히틀러로, 프랑스를 독일로 치환해버리면 놀랍게도 일치하는 이 현상은 그동안 2차세계대전의 원인으로만 지목되었던 것들이 1차세계대전 이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언 커쇼가 주장한 4대 요인들은 이 시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그는 1차세계대전이 이러한 요인들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며, 오히려 그 요인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점을 주장한다. 즉, 19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과격한 민족주의를 비롯한 영토와 계급, 자본주의의 내부 모순이 1차세계대전을 통하여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독성을 띨 사태 전개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었고, 이후 다시금 유럽을 전쟁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두 번의 세계대전이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하여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다. 특히 2차세계대전에 이루어진 대규모의 인종 학살과 절멸 정책은 1차세계대전과 별개의 관점으로 다뤄졌지만, 이언 커쇼는 그것이 1차세계대전 이전에도 만연하였음을 지적한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존재한 유대교와 기독교의 갈등, 19세기에 등장한 우생학으로 인하여 그러한 종교와 민족적인 갈등을 아예 생물학적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이언 커쇼는 앞서 민족주의가 1차세계대전을 통하여 비극의 씨앗으로 잉태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생학과 같은 인종에 대한 혐오와 갈등 역시 전쟁으로 인하여 증폭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1910년대에 독일은 우생학에 근거하여 낙태아 불임화가 의학적으로 바람직해 보인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하지만 독일의 제국 정부는 불임화나 낙태의 사회적 또는 우색학적 근거를 기각하고 "생명이나 팔다리에 즉각적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그 조처를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이 마련되기 전에 독일은 1차세계대전을 치뤄야 했다. 반유대주의와 마찬가지로 우생학은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큰 의의를 얻지 못하고 수그러들 수 있었지만, 오히려 전쟁으로 인하여 훗날 더욱 확대되는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실제로 히틀러가 반유대주의와 우생학의 개념을 그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뜻밖에도 환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 전쟁이 특별한 하나의 사건, 이를테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에 대한 세르비아인의 암살에 의하여 발발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유럽의 황금기라 일컬어지던 '벨 에포크'(19세기말부터 20세기초)에 사태 전개의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민족적, 종교적, 인종적, 계급적 적의와 혐오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남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영국의 보어인에 대한 강제 수용소 운용이라든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00년대 초반의 러시아와 동부 유럽에서 이루어진 조직적인 유대인 학살 사건인 포그롬, 오스만제국에서 1800년대 말에 이루어진 대규모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학살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종에 대한 갈등, 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 제국 내에서 벌어진 계급 차별에 대한 불만, 자본주의의 모순 확대는 결국 전쟁으로서 그것을 끝내기 위하여 작용하였지만, 결코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1차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이언 커쇼가 말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유효하였다. 아니 그 요인들은 더욱 강하게 작용하면서 2차세계대전은 더욱 지독한 전쟁의 양상을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전쟁은 점점 민간인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였으며, 인종 청소와 삶의 터전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보통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에 의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간주했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이러한 양상은 유럽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2차세계대전에 이루어진 끔찍한 비극을 나치에 전가하였지만, 전쟁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그러한 일들은 유럽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의 결과로 인하여 영토 조정과 더불어 수많은 신생국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금 인종과 영토에 대한 갈등을 발생시키게 된다. 전쟁 이후에 독일과 그 편에 섰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토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였으며,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이언 커쇼가 말하는 4대 요인들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동인으로서 여전히 작동하였으니 유럽은 스스로 자부하던 황금 시대를 스스로 파괴하고 죽다 살아났다는 저자의 표현은 더없이 잘 어울려 보인다.
"너희 영국인은 바보야. 너희 나라가 우리 나라와 한편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거야. 함께 했더라면 우리가 볼셰비즘을 쳐부수고 세게를 지배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유대인은 비열한 족속이라니까!"
- p. 865 中에서 -
1972년 독일 바이에른을 방문한 이언 커쇼가 독일의 한 노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로부터 들은 말이다. 나치즘이 히틀러를 비롯한 소수 광신자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이 에피소드는 왜 이언 커쇼로 하여금 1914년부터 1949년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역사적인 사건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며 또한 그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설명한 파국에 대한 그의 요인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럽 1914 - 1949]는 유럽의 파국을 다루고 있다. 이언 커쇼는 이 파국의 원인을 인종, 민족주의 갈등의 폭발, 강대국의 치열한 영토 개정 요구와 격심한 계급갈등, 자본주의의 위기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이 시기의 유럽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각기 다른 양상으로 서술되던 두 차레의 세계대전과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던 대공황에 대하여 4가지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최근 유럽의 상황을 보면 여전히 이 책에서 다루는 이언 커쇼의 4가지 요인들이 언제라도 다시금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의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이 시기를 단순히 거대한 두 전쟁의 전개 과정으로 서술하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더욱 읽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 유럽에서 일어난 그 비극이 그들 스스로가 자처한 황금 시대 이후에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늘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이 책에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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