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
요리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요리를 해왔다. 요리는 우리 삶에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필요한 것이며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요리는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으려는 인간 노력의 산물이었고, 그 노력 속에는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지혜의 정수가 축적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셰프들과 요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통해 요리의 세계를 과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요리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조명해본다.
1. 열
요리의 핵심, 열!
오래전부터 요리는 불에 익힌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의 열기가 닿은 음식 재료는 형태가 달라지고 색깔이 변하는데, 불을 다루는 방법에 따라 요리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으로 열을 음식 재료에 바로 가열하는 방식에서부터 매개체를 이용해 음식 재료에 열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기체나 액체가 순환하며 음식 재료에 가장 균일하게 열을 전달하는 방식까지 세상의 모든 요리는 결국 이 세 가지 방식을 조합해서 재료를 최적의 온도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방식이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재료의 온도를 이상적인 지점으로 맞추는 것이 요리의 전부일까? 세계 여러 곳에서는 불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화학반응을 이용해왔고, 화학반응은 음식의 풍미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인간은 열을 이용해 음식에 향과 맛을 더했고, 지구상에서 요리된 음식을 먹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과 요리의 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인간이 요리의 과정에서 열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살펴보고,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행위인 요리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2. 힘
자연물을 해체하고 새롭게 조합해온 힘!
인간은 딱딱한 곡물을 빵, 떡, 면 등 완전히 다른 형태로 가공해서 먹는다. 우리가 곡물에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농사를 짓고 곡식을 먹는 유일한 유인원인데, 그것은 인간이 곡물을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자연물을 가공하는 것은 중요한 일로, 인간이 곡물이나 고기를 부드럽게 가공하는 것은 소화에 큰 이점을 주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본능적으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인간은 바삭한 질감도 좋아한다. 바삭한 질감은 다공질 구조를 형성해 자연 상태에는 없는 질감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요리는 이렇게 새로운 질감과 형태를 만들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자연물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온 그 힘 덕분에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번영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요리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하게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어떻게 자연물을 변형하고 가공해왔는지 살펴보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앞으로의 요리 방식을 들여다본다.
3. 균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 발효!
오랫동안 요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특별한 존재의 힘을 빌려야만 완성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미생물을 이용한 가장 복잡하고 오묘한 요리법, 발효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는 발효시키는 전통이 있는데, 서로 다른 요리문화를 가진 지역에서 같은 제조법과 맛을 가진 소스가 존재하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필연적인 결과일까? 인간은 발효를 위해 균에게 집과 양분을 주고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균, 효모,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은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인 셈이다. 먹이를 주고 잘 키워서 그들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 활동의 결과물인 부패와 발효는 같은 현상이다. 그렇다면 발효된 것과 썩은 것, 맛있는 것과 역겨운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독특한 풍미와 맛을 내는 발효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4. 맛
우리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 맛!
우리는 왜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은 거부하는 것일까? 신맛, 짠맛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맛은 우리가 먹을 것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욕망의 원천이고,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장치로 작동하며 우리를 교묘하게 생존으로 이끌어왔고, 생명의 진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우리가 맛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감칠맛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왔지만 그 존재조차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맛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음식이 혀에 있는 미각 수용체를 자극하고 그 신호가 뇌에 있는 안와전두피질로 전달되는 순간 맛이 탄생한다. 그러니깐 맛은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다. 만약 그 세계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면 실체가 없어도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주는 것뿐 아니라 인간의 진화와도 관련이 있는 맛의 비밀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