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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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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2.65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4.5만자, 약 4.6만 단어, A4 약 9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91187557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박웅현 대표와 오영식 대표는 이미 이름만으로 브랜드이자,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 같은 사람들이다. 두 대표를 ‘월간 디자인’ 편집장과 대림 미술관 부관장을 지낸 김 신 작가가 인터뷰했다는 것만으로 책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생각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증명을 넘어, 전에도, 후에도 이 정도의 내공으로 나올 수 있는 책은 드물거라는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인터뷰이가 누구이든 인터뷰를 엮어 낸 책은 가독성은 좋지만, 내용의 밀도는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마련인데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페이지마다 줄을 치다 포기했을 정도로 행간 사이 빈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끔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비법이 궁금할 정도였다. 수백 장의 방대한 리포트를, 수천 장의 이미지들을 정제하고 정제해 한 줄, 한 장에 담아낼 줄 아는 내공을 가진 이들의 말이기에 가능했고, 한 두 번이 아닌 열 번이 넘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협지로 치자면 고수 셋이 오랜 시간을 들여 단금질한 천하제일검이 탄생했다고 할까...
책은 두 대표가 창작을 하는 즐거움을 알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서사를 시작으로 예술가로서의 생각, 클라이언트라는 존재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하는 협업자로서 생각,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로서의 생각, 그리고 함께 지구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생각까지, 일하는 사람을 넘어 ‘존재하는’ 사람의 생각들이 다채롭게 담겨있다.
아주 작지만 홍보 일에 한 발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두 대표의 일하는 방식과 노하우, 영감을 끌어내는 방법,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 등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오영식 저는 클라이언트가 말을 할 때 굉장히 집중하는데, 그 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이 그리고 싶어 하는 걸 연상하지요. 제 작업은 이런 거예요. p107
중략
박웅현 임계점까지 가야지요.
오영식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는 하루에 스케치 100개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렸어요.
누가 시킨 게 아닌데 혼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p 108
결국 일을 잘 하는 방법은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들어주고,
그것에 이르기까지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하는 끊임없는 노력하는 것,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두 가지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소소한 홍보일을 프리랜서로 하다 보니 큰 광고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을 하는지 알 기회가 없었는데 책을 통해 헤리티지를 쌓아가는 것의 중요성, 브랜딩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케미컬 미팅 등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주변과 스스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두 대표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에서 그저 지나가는 장면 정도로 보았던 명함 씬에서 명함의 서체를 유심히 봤다는 오영식 대표의 ‘직업정신’에, 카톡도 하지 않는다는 박웅현 대표의 의외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전에는 무심코 보던 서체와 디자인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 중 하나이다.
어느 도시를 방문했을 때 도시 중심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물을 본 적이 있다. 외관 전체를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한 천박한 건물을 보며 동행하던 건축가 친구에게 저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양심과 능력을 운운했더니 그가 짧게 말했다.
“클라이언트가 원했겠지.”
속을 알 수 없기에 더 두렵고, 매력적인 밀당의 고수 ‘클라이언트’을 이야기한 페이지에서 몇 번이나 감탄사를 내뱉고, 더 자주 소리 내 웃었다. 이 챕터의 첫 문장으로 나온 미국의 디자이너 솔 바스의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클라이언트는 이 세상에 없다.’와 ‘창작자에게 클라이언트는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자연이다’라는 말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모든 이들은 무릎을 치게 하는 명언이다.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하다 가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묻게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일까 박웅현 대표가 예로 든 벤츠라는 회사가 마케팅을 의뢰하는 방식은 참 부러웠다.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내 일을 해주는 업체를 제대로 대해주면 된다. 책을 읽다 박웅현 대표가 지은 카피처럼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것에 나도 조용히 한 표를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뒤표지에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는 박웅현 대표의 말은 진심이었다. 업계 언저리에 있는 내가 보기에도 광고와 디자인 업계는 열려있는 것 같지만 무척 폐쇄적인 곳이다. 창의적인 분야란 다른 말론 매뉴얼이란 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그건 곧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비법들(?)이 전수되는 곳이란 말이다. 30년이 넘게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정보를 나눈다는 것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장맛의 비법서를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고, 책을 다 읽고 더더욱 두 분의 진심을 느꼈다.
일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가장 큰 적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환경도, 환경만큼 빨리 마음이 변하는 클라이언트도 아닌 항상 나 자신이었다. 과연 내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인지 매번 묻는 내게 박웅현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가 뜨거운 위로가 되었다. 책을 읽다 뭉클했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박웅현 대표님도 좌절할 때가 있으신가요
좌절하지 않은 적보다 좌절한 적이 훨씬 많지요. 저는 33년간 일했고요. 쉬지 않고 카피를 썼는데 지금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한 줌이에요. 그러면 나머지 기간 동안은 일을 안 했다는 소리인가? 다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고, 경쟁 PT에 떨어지고, 만들었는데 반응 없고, 이런 것들이 수두룩 빽빽해요. 드문드문 가뭄에 콩 나듯이 성공한 게 몇 개 있는 거지요.
p. 184~185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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