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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3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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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1.5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4만자, 약 4.2만 단어, A4 약 8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91347104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0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진부한 말이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좋아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부터 <마루 밑 아리에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판타지, 왠지 모를 추억과 풋풋한 감성을 자극하는 <귀를 기울이면>,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재미와 메시지를 전부 담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 지브리의 작품은 다양한 모습들로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이런 플롯과 작화와 함께 지브리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은 OST로, 작곡가 ‘히사이시 조’로 대표되는 지브리 작품들의 OST는 작품의 몰입감을 높여주고, 때로는 OST만 들어도 우리를 작품 속으로, 한 장면 속으로 데려다 준다.
내가 언제 지브리와 처음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샌가 나는 지브리의 팬이 되어 몇 번씩 같은 작품을 보고, 화집과 음반을 구입하고, OST를 직접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지브리 작품의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도시오’로 대표되는 지브리 사람들 자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이 책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단 지브리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작품(가령 게임 시리즈라던가)이 있다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제작자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스즈키 도시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설립 이전부터 함께하여 여러 작품의 기획, 제작, 마케팅 등에 거의 빠짐없이 참여한 인물로, 지브리의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표이사의 직함으로 있다. 즉, 누구보다 지브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지브리에 관한 책을 여럿 저술했으며 이 책은 세 번째 저서로, 초대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2014년작 <추억의 마니>까지 작품별로 챕터를 나누어 기획부터 개봉 후까지의 많은 내용을 알차게 담고 있다. (2013년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이야기는 실리지 않았는데,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짧게 그 이유를 밝힌다)
책은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그렇게 길진 않은 분량이지만 지브리의 팬으로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만큼 소개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는 뜻이지만, 오히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정리하지 못하고 대충 써버린 리뷰가 한두번이 아니라 이 글에서는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와 ‘지브리의 사람들’로 나누어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
Q.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자매는 원래 한 명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는 기획 당시 적자가 나올 것을 우려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이의 묘>와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애증의 관계, 라이벌 관계인 두 감독은 작품을 각각 60분씩 만들기로 했는데, 어느새 <반딧불이의 묘>는 8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야자키 감독은 대항심에 불타올라, “영화를 길게 만들 좋은 방법이 없을까?”라며 머리를 짜냈다. 그 결과 원래는 한 명이었던 주인공 여자아이를 두 명으로 늘렸고, 그 두 명이 지금의 주인공 자매 사츠키와 메이가 된 것.
Q. <마녀 배달부 키키>의 비행선 장면은 원래 없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후반부에는 키키가 비행선에서 친구 톰보를 구출해 내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 미야자키 감독은 키키가 노부인에게 케이크를 선물 받는 장면으로 잔잔하게 끝내려 했다. 하지만 스즈키 도시오가 “차분하게 끝나는 영화도 좋지만, 오락 영화라면 역시 마지막에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스태프들과 감독을 설득해서 비행선 장면을 추가했다. 후일담으로, 영화가 개봉된 뒤 영화잡지《시네마준호》의 영화평에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좋은 영화이긴 했지만 케이크 장면으로 끝났다면 더 명작이 되었을 것이다.”
지브리의 사람들
미야자키 하야오 & 다카하타 이사오
원래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는 천재 감독이다. 하지만 그만큼 괴짜이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다카하타와 미야 감독은 너무나 유명해서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건 알지만 두 사람이 떠난 후에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다”고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p.45)
미야가 얼굴을 내밀면 모두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없다. 미야가 원하는 것은 상대방 안에서 장점을 찾아내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오직 ‘자신의 분신’일 뿐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덕분에 좋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어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p.88)
물론 두 사람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작업 스타일, 사람을 대하는 스타일, 취향도 다르다.
미야는 성실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으로, 자신이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타입이다. 반면에 다카하타는 하루 종일 빈둥거려도 행복하게만 살면 된다는 사람으로, 그 연장선에서 영화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정말이지,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다르다. 그것도 극단적일 만큼……. (p.99)
하지만 오히려 이 차이가 그들을 애증의 관계로, 선의의 라이벌 관계로 만들어 지브리를 더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카하타 감독에 대한 경쟁심으로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귀여운 두 자매가 탄생한 것도 한 예다. 둘은 자주 티격태격했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었으며, 프로의식을 절대 잊지 않았다.
“미야 씨, 작품과 관계없는 말은 하는 게 아니야. 인연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건 관계가 없어.” (p.32)
스즈키 도시오
사실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식이 달라진 것은 저자이기도 한 스즈키 도시오다. 이름만 들어 본 정도지 두 감독에 비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니 두 감독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고, 그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브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도쿠마쇼텐이라는 출판사에 다니던 그가 뜬금없이 애니메이션 잡지《아니메주》를 맡게 되면서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초략) 그런 잡지와 인터뷰를 한다면 내가 더러워지지요. 당신과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의자를 가져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도 그는 나를 상대해주지 않고 그림만 그릴 따름이었다. (중략) 할 수 없이 이튿날 아침에 또 찾아갔다. 그가 내게 말을 걸어준 것은 사흘째였다. (p.23)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점점 더 두 감독에 빠져들게 됐고, 같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했으며, 꽤 오랫동안 아니메주와 지브리에 동시에 몸을 담기도 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지브리에서, 오후부터 새벽까진 아니메주에서 일했다. 그는 그래도 그 일이 재밌었다고 한다.
지브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지브리와 함께해 온 그는 기획, 제작, 마케팅 등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책을 읽어보니 꽤 자주, 그의 선택이 작품의 운명을 바꾸기도 했다.
(초략) 나는 콘도를 찾아가 솔직하게 물었다.
“솔직히 어느 작품을 하고 싶나요?” / “양쪽 모두 하고 싶습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주십시오.” / “저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스즈키 씨가 정해주시면 그걸 따르겠습니다. (중략)”
“그렇다면「반딧불이의 묘」를 만들어주십시오.” (p.61)
이 외에도 위 세 사람에 대해 적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특히 두 감독에 대해선 거의 적지 못했다), 콘도 요시후미, 미야자키 고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등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데 다 적지 못한 것이 아쉽다. 거장의 여러 모습, 또는 거장에 가려져 잘 몰랐던 지브리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있으니 직접 읽어보길 추천한다.
사실 글 자체가 엄청 잘 쓰인 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약간은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고 난잡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여담으로 새 책인데 구겨짐, 잉크 번짐 등이 있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지브리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지브리 스튜디오의 역사, 그 자체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딱히 감동적인 부분이 없음에도 왠지모를 감동을 받기도 했다.
현재 지브리는 예전만큼의 위상이 없는 게 사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라는 두 천재 감독이 주축이 되어 움직였지만 이제 다카하타 감독은 세상에 없고, 미야자키 감독 또한 80대 노인이 되어버렸다. 세월의 흐름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그동안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문제가 크다.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을 맡고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렸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49세의 나이로 요절했고, <게드전기>와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감독을 맡은 미야자키 고로(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는 아직까진 지브리의 이름에 걸맞는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 또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썩 좋지 못했다. 이외에 신카이 마코토나 호소다 마모루 같은 쟁쟁한 감독들이 왕성히 활동하기도 하고, 책 후반부에서 저자가 말하듯 ‘세상이 근본적으로 전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2014년 지브리의 제작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그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술관을 운영하고, 단편 애니메이션과 TV 애니메이션 등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미야자키 감독의 장편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제작 중에 있다. 물론 지브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살펴봤을 때 미래를 무작정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지브리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응원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다시 한번 감동을, 재미를 선사해 주었으면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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