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경수
국내작가
인문/사회 저자
내게 평화는 옆 사람을 보면서 가는 길이다. 앞에 서서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가서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평화가 무언지 설명할 때 망설여진다. 현학적인 단어로는 평화를 설명할 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현장과 내가 만난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는 보다 분명한 평화의 길을 발견한다. 촛불을 든 사람들의 기도를 들을 때 나는 평화를 목소리를 듣는다. 더 간절한 목소리가 나침반이 된다. 내게 평화는 그들 옆에 서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걷는 것이다. 내 발걸음이 느리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다른 세계를 보았다. 그때는 교사의 체벌보다 학교라는 구조가 더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때 나는 내 몸이 말하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그것이 용기보다는 간절함이라고 생각했다. 그 선택은 내게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관계 맺는 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걸음 멀리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병역거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평화주의자여서 병역거부를 했다기보다 그 선택이 나를 평화의 길로 인도했다고 생각한다. 병역거부를 했을 때에도 한 걸음 더 멀리 보였을 뿐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 다행히 늘 나보다 먼저 그 길을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동안 군사기지를 주제로 활동했고 지금은 틈틈이 몇 개의 평화단체를 돕고 있다. 녹색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람들과 하나씩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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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강정평화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