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성
崔晩成
국내작가
문학가
최만성(崔晩成)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서문에서 객(客)의 입을 빌어 ‘글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니, 글이라는 것은 사실의 손님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설에 풀어 놓은 수천 수만 마디의 말은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나고 보면 허황된 말이요 실상이 없는 것이니, 불태워 버리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강력한 비난을 받도록 만들었다. 비록 객이 말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이런 비난은 경(經)과 사(史)를 중시하던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지닌 일반적인 소설관과 맞닿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의도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다’는 말은 허구를 본질로 하는 소설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이다. 이것은 가장 강력한 비난의 말을 뒤집어 소설의 본질과 가치를 설명하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과 소설을 쓰는 일은 겉으로는 허공에 사다리를 놓는 허황된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진리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경서와 사서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숨어서 보는 하찮은 글이 아니라, 어떤 글보다도 가치가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인식과 관점을 단지 말로만 주장하지 않고 소설 속에 구현해 냄으로써, 그의 탁월한 작가적 역량을 충분히 증명했다. 최만성이 보여 준 진보된 인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 지식인들에 의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자력으로 근대화를 성취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강제로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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