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이치요
Ichiyou Higuchi
ひぐち いちよう
외국작가
문학가
1872 ~ 1896
일본 근대 여성 문학의 선구자이자 여성 서사의 신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본명은 나쓰(奈津), 일본 근대의 서막이 열린 1876년 도쿄의 한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학적인 재능을 보여 아버지의 권유로 당시 고전을 가르치고 습작하게 했던 하기노야라는 가숙에 들어갔다. 나쓰의 아버지는 본래 농민이었지만 에도 시대의 지배층이었던 무사 계급이 되고자 했고, 마침내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얼마 뒤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 막부가 붕괴하자 그 역시 무사에서 부르주아 시민으로 거듭나야만 했다. 이에 운반청부업조합을 세워 사업에 손을 댔지만 실패로 끝났고, 결국 번민으로 죽어 갔다.
비교적 모자람 없이 배우며 자랐으나, 큰오빠를 폐결핵으로 잃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16세의 나이에 호주가 된 그녀는 실질적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때 정혼자와도 파혼을 당했다. 이에 일가 호주로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써서 돈을 벌기로 결심하는데, 이는 지인의 성공 사례에서 동기를 얻은 것이었다. 아사히신문에 소설을 쓰고 있던 나카라이 도스이(半井桃水)의 문하에 들어가 가르침을 받았다. 이 무렵부터 나쓰는 달마대사가 타고 강을 건넜던 일엽편주에 빗대어 '이치요'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1892년 20세 때 첫 작 「밤 벚꽃」에 이어 「매목」을 발표했지만 큰 수입은 못 되었고, 전당포를 드나들었다. 돈이 바닥나자 급기야 그녀는 어머니와 요시와라 유곽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가운데 『꽃 속에 잠겨』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그러나 잡화 가게도 얼마 뒤 접고 집필에 매진하기 위해 혼고 마루야마 후쿠야마 정(丸山福山町)으로 이사했다. 대표작으로는 『섣달그믐(大つごもり)』, 『가는 구름』, 『도랑창』, 『십삼야』, 『키 대보기たけくらべ』, 『처마에 걸린 달(軒もる月)』등 수작을 완성한다. 『배반의 보랏빛』으로 문학적 전기를 꾀한 듯하나 『바다대벌레』에 모티프를 제공하고 미완에 머물렀다. 1896년 11월, 25세에 폐결핵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하기노야’의 스승 나카지마 우타코는 이치요를 헤이안 시대의 재녀 세이쇼나곤에 비유했다.
23세 때 『문학계』에 「키 대보기」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문예구락부』에 「탁류」, 「십삼야」 등도 연이어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갈림길」, 「나 때문에」 등을 발표했으며, 「키 재기」 또한 완성함으로써 문단의 총아로 부상했다. 당시 특권 계급의 여류 소설가들은 상류 사교계 등의 협소한 세계를 소재로 취하거나 대단원으로서의 결혼을 플롯으로 하여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치요의 소설은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고뇌를 언어화했다. 대표작인 「키 재기」에서는 요시와라의 구시대적 활기와 메이지적인 어둠, 사치와 빈곤, 해학과 슬픔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의 성장을 그렸다.
그러나 젊음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이치요는 1896년 과로로 인한 폐결핵 악화로 24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극적인 삶과 대조적으로 이치요는 사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부터 당대 최고의 여성 소설가로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녀의 작품은 그때부터 일본 근대 문학의 정전 목록에 올라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2004년 일본 정부는 이치요를 새 오천 엔 권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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