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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5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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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454g | 125*210*18mm |
ISBN13 | 9791190090643 |
ISBN10 | 1190090643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6개의 단편 수상작품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모두 SF물에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우주와 해녀를 결합한 소설 '루나', 기계속으로 의식이 옮겨간 사람들을 만나는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게임 개발과 창작 AI가 등장하는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의식을 책으로 옮겨 영생을 살고자 했던 소설 '책이 된 남자', 환생과 소멸을 선택하는 사후세계를 그리는 '신께서는 아이들을', 연애담 뒤에 숨겨진 외계인의 인간 도축을 다루는 '후루룩 쩝쩝 맛있는'. 이렇게 6개의 소설들은 각자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했지만,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상상력을 볼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다.
아래의 글은 그 중에 하나, 김혜윤 작가님의 '블랙박스와의 인터뷰'에 해당하는 리뷰다.
처음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을 봤을 때, 단순히 로봇과의 인터뷰만을 생각했었다. 로봇과의 인터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둘째치더라도, 어떤 인터뷰가 필요한지에 관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이 소설은 독특한 설정이 있다. 바로 인간의 의식을 기계로 옮기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라나'의 보호자였던 '로티' 또한 의식을 기계로 옮기는 시술을 받았다. 활공 오토바이에서 미끄러져 몸이 으스러진 로티는 배달일을 하며 혼자 아이를 키우던 사람이었다. 로티는 라나를 두고 죽길 원하지 않았다.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시술을 결정했지만,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돈으로는 구형 블랙박스 정도가 최선이었다. 거기다 시술이 불법으로 분류되어 의식을 옮기는 데 성공해도 숨어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날 수 없다라는 마음과 갑작스런 사고로 보호자와 헤어질 준비가 되지않은 아이. 블랙박스가 된 후 로티와의 관계는 조금 달라졌다. 딱딱한 음성이 나오고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세상을 보는 로티는 주인공인 라나에게 여러 생활지식들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어휘가 제한적이라 소통이 매우 어려웠고, 블랙박스가 종종 전원이 꺼져버리면 로티의 기억도 잃어버리곤 했다. 어쩌면 알츠하이머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나눴던 대화가 모두 사라지고, 의지했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이 주인공에겐 미어지는 슬픔이었리라. 하지만 하나 남은 가족의 모습이 어떻든 함께 있어야한다는 마음과, 점점 변해가는 로티의 모습에 지친마음은 라나의 안에서 계속 충돌한다. 그리고 라나는 로티가 정말로 죽어버리고 나자 도망치듯 집을 벗어난다. 불법 시술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화성으로. 하지만 주인공은 로티에 대한 부채감을 지울 수 없었는지, 화성에서 의식을 기계로 옮긴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인터뷰하기로 한다.
기계에 사람의 의식이 이식된다는 설정이 재밌었던 소설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재산을 탈탈 털어도 구형 블랙박스밖에 구하지 못했던 사람, 구형 라디오에 동생의 의식을 이식한 사람, 이외에도 많은 기계들에 의식을 이식한 사람들을 보며 착잡함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기계에 의식이 이식되면 기계 안에 들어있는 어휘만 구사할 수 있고,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게 바뀌어간다. 원래 사람임에도 기계의 몸을 입으면 스스로가 사람인지 기계인지조차 헷갈릴텐데 가족들 또한 그런 변화를 느끼고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이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물론 스스로 원하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로티 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후의 커리어를 생각하며 기계가 된 사람도 있었다. 라나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상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삶이 있음을 알게된다.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기계안에 들어간 사람의 의식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할 때 방법이 딱히 없었다는 것이다. 불법 시술을 받은 사람은 기계의 한계 때문에,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동되는 기계는 사회의 부품인 기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라나의 인터뷰를 보기 전까지 전혀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뭔가 부당하기도, 안됐기도,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복잡미묘하다는 소리다. 사람의 의식이 기계로 옮겨가면 사람으로 봐야하는가? 그렇다면 사람의 권리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도 가족의 곁에 남고 싶었던 로티의 마음이 아리게 다가왔다. 분명 함께 있고 싶어서 선택한 길인데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작가 후기에서 보았듯 라나와 로티가 함께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셈이다. 사이보그들이 질문이 없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SF라는 이름 아래 미래의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이 이야기가 마냥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음이 아닐까. 상실의 아픔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라서 이 소설이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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