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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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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50g | 135*195*20mm |
ISBN13 | 9791166833694 |
ISBN10 | 11668336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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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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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네버' 엔딩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를 읽고
여기는 D대학교 캠퍼스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분주하게 오가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이따금 젊음과 낭만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울려퍼지는 「벚꽃 엔딩」의 노랫말이 언제부턴가 아름답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망할지도 모른다는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인 까닭입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교육계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학의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여 지방의 많은 사립대들이 문을 닫게 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빗대어 '벚꽃 엔딩'이라고 부른답니다.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라는 책제목을 보자마자 반가움과 동시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짧게나마 독서생활을 해오면서 대학교직원을 주제로 한 책은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더러 대학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는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서점가에서 직업에 관한 에세이, 이른바 업세이를 종종 만나다보니 이 책 역시 어느 대학에서 근무하는 직장생활자의 고군분투기가 아닐까 예상했습니다만, 대학교 입학처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SF(School Fiction)'소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Q대학교 입학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을 한 장씩 넘기듯 따로 또 서로 연이은 입시의 풍랑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0월이 되면 저의 업무용 달력에도 '입학처 업무지원'이라는 일정이 더해지던 때가 생각납니다. 수시모집에 미술, 음악, 체육 전공으로 지원한 수험생들의 실기고사 준비부터 당일 운영까지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 부서의 직원들이 함께 힘을 보태야 합니다. 수시모집이 끝나면 곧 정시모집이 시작되는데, 실기고사가 한겨울에 진행되는 만큼 수험생과 직원 모두가 추위와도 싸워야 합니다. 특히 수능시험 결과를 반영하여 최초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나면 예비 후보자들에게 추가합격과 등록에 관한 사항을 안내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실감나게 묘사된 바와 같이 등록 마지막 날까지 전화를 계속 하다보면 때때로 전화기 너머에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기쁨과 안도감이 느껴져 왠지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가 불현듯 하먼 멜빌이 쓴 『모비 딕』이 떠올랐습니다. 모비 딕을 찾아 모험을 떠난 피쿼드호의 선원들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 대박'이라는 목표를 향해 항해중인 Q대학교 입학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을 지휘하는 에이해브 선장은 사무실 제일 안쪽 자리에서 "안전이 제일"을 추구하는 오현종 팀장도, "입시는 전쟁"이라고 외치는 한덕수 입학처장도, "대학 서열 파괴"를 부르짖는 배인학 총장도, 바로 "죽기 전에 W대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문경자 이사장이라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점은 입학처 직원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이끄는 선장이라는 것입니다.
직장 선후배, 부부, 부모, 연인, 친구 관계에서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자신과 타인을 돌보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서 과거와 현재의 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워라밸에 대한 기대와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이 무색하게도 1월 정시모집 기간까지 몰아닥친 상상 그 이상의 업무량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입사 6개월차인 최성관 선생을 보면서 십 여년 전 신입사원 시절이 스쳐 지났습니다. 11월 수능시험을 치자마자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와 등록, 추가 합격자 발표 그리고 정시모집까지 모두 새로운 업무라 걱정이 앞서는, 4개월 전 국제팀에서 입학팀으로 발령받은 유장휘 과장은 지난 달에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부서에서 처음 맡게 된 업무에 적응하고 있는 제 모습과 닮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직원들이 직면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미래의 저를 미리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재외국민 입시를 담당하는 김지민 과장은 업무 경험상 보다 수훨한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일찍부터 아이들을 해외에서 공부시켜야한다고 남편에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한 Q대 국어교육학과 동기이자 입학팀에서 십수 년 넘게 일하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장대현 차장과 경지혜 책임사정관도 모두 아이들의 성적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의 건강 못지않게 공부도 중요함을 알기에 세 사람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입학처에서 일과 가정을 걱정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연애와 사랑에 진심인 이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월까지 입시를 마치고 3월이 되어 짧은 휴가에서 돌아온 조교학 선임이 대표적인 인물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1일 1소개팅을 소화하면서 못말리는 직업병 때문에 6명의 상대와 기승전'입시' 이야기만 늘어놓은 그의 사연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과연 그는 마지막 상대로 만난 고등학교 선생님과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그와 달리 안수현 입학사정관과 이원석 대리는 입학팀에서 비밀 연애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나아보이지 않습니다. 둘의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일과 생활의 균형 등 직장생활의 이슈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사랑보다 더 큰 현실의 벽에 부딪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유통기한은 끝이 났을까요?
"원석아, 그런데 넌 뭐가 되고 싶었어?"
"어?"
"교직원이 꿈이었어?"
"아니. 세상에 교수도 아니고 교직원이 꿈인 사람이 어딨겠어. 교수 시다바리가 뭐 좋다고."
(······)
"그래서 뭐 였는데?"
"나? 꿈 같은 거 없었어.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면 되는거지 뭐."
(145쪽, 「우리 사랑의 유통기한은」 중에서)
만일 안수현이 제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서슴없이 교직원이었다고 답하겠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을 항상 선생님이라는 세 글자로 채웠을 만큼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 꿈을 이룬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교직원들도 서로를 선생님으로 호칭하고 대학생들도 직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행정서비스가 마냥 사무적이거나 딱딱하지만은 않습니다. 학생복지, 국제교류, 취업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라포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에 선생님으로 불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덮으며 작고도 큰 바람을 가져봅니다. 한 해의 입시가 끝나면 다음 해의 입시가 시작되듯 대학교 입학처에 관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를 계기로 학생처, 국제처, 교무처 등 다른 부서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가 계속 나와주기를 말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 선생님과 그밖에 대학과 그곳에 일들이 궁금한 독자들이 마치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 캠퍼스를 지나는 것처럼 Q대학교 유니버스를 읽고 대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며 정서적 거리를 좁혀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되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책표지에 그려진 대로 "흩날리는 벚꽃이 울려 퍼질" 캠퍼스를 걷게 될 사람들 - 학생, 직원, 교수, 지역민들의 얼굴에도 항상 웃음꽃이 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입학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한민국 교육 종사자라면 도망갈 수 없는, 입시와 공정에 대한 치열한 고민
경쾌하지만 묵직하고, 익살스럽지만 날카롭게 풀어낸, 추천하고픈 소설.
(들어가며)
-토요일 자정. 이대로 보내긴 주말이 아까워 책을 들었습니다. 가볍게 몇 장 읽다가 잘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내리 3시간을 읽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그만큼 빠르게 전개됩니다. 훅 빠져드는 이야기랄까요? 너무 진지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소설이라, 글을 남깁니다.
1. 다음이 더 궁금한, 구성
1월1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소설은 12월31일에 마칩니다. 입학처 사람들의 1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지요. 사실 이렇게 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단순히 사건(발단 전개 위기 절정-으로 이어지는)으로만 구성하면 쉬울 텐데, 일년을 쭈욱 늘어놓다니요. 어지간히 재미없다면, 도중에 손을 놓고 말 겁니다. 하지만 늘 다음 사건이 궁금하고, 소소하지만 soso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그만큼 흡입력 있게 사건을 전개해 나갑니다.
2. 독특한 소재
입학처 사람들 얘기는,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소설로 본 적이 없는데요. 항상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과 학부모, 혹은 선생님 입장에서 이야기를 생각했지 정작 입학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학생이 더 좋은 학교를 찾는 것만큼이나, 학교도 더 좋은 학생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네요. 물론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 것에만 골몰하고,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지의 문제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있습니다.
3. 밀도있는 취재, 입학처의 뒷 이야기들
소설 속 에피소드에 공감을 많이 했는데요, 공감을 이끌어 냈단 건 그만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말이겠지요. 정말 있음직한 (실제 일인지 구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ㅋㅋ) 일을 취재해 맛깔나게 버무렸습니다.
처장이 대학을 홍보하면서 정작 자녀는 더 높은 서열의 학교에 보내고 희열을 느낀다든가, 외국인 학생을 돈벌이 수단삼는 것이라든가, 입학처 직원에게 시도때도 없이 문자보내는 완전 진상 학부모라든가- 또 흡연학생의 추천서를 쓰면서, 자기 속은 태우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른 사람을 태우진 않는다. 입학하면 전자담배를 선물할거라는 멋진 선생님의 얘기라든가 하는. 몰입하게 할 만한 입학 뒷얘기들이 있어요.
4. 그래서 입시제도는 어떻게 해야하는데? 치열한 논리싸움
그렇다고 비단 피식 웃고 말 얘기나, 가벼운 소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입시제도에 대한 논리싸움이 있거든요. 입학처 차장 장대현과, 입학사정관 경지혜 책임의 논쟁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정시가 맞냐, 수시가 맞냐, 어느쪽이 공정한가, 공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침튀기는(실제로 피튀기며 진검승부하는 느낌입니다) 논쟁을 읽다보면, 입시제도를 쾌도난마처럼 쓱싹 해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고민에서 나올 수 없는 에피소드예요. 묵직한 한 방은 독자에게 숙제를 줍니다.
5. 입학처의 진지한 고민, 그리고 누구하나 버리지 않는 주인공들.
소설엔 딱히 주인공이 없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작가는 인생이 걸린 입시를 고민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입학처 사람들도 진지하게 입시에 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시원서를 보며 어떻게 평가해야하는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사정관들, 추가입학 결정을 늦추는 학생들때문에 다른 학생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아는 직원들. 어떻게든 Q대학이 좋은 학교, 공정한 교육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
방식은 다르고 표현방법이 거칠기는 하지만, 입학처 사람들의 행동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빡치다가도(ㅋㅋ) 나중엔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되거든요.
6. 밑줄칠 문장들
전쟁터의 총받이가 되는게 이럴기분일까- 방심하면 연약한 두부나 묵처럼 한순간에 으깨질지도 모른다. (P.167)
확실히 시골은 빨리 잠드는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어쩐 일인지 빛은 스쳐지나가지 않고 안수현의 구두를 밝히며 머물렀다 (P.141)
작가는 단순히 이야기 전개에만 힘을 쏟지 않습니다. 읽다가 와우,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잘 만든 문장을 찾는 것도, 읽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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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쓰다보니 너무 좋은점만 늘어놨네요, 하지만 그럴만한 소설이라는 걸, 말해두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픈 책이거든요. 벌써부터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집니다. 그러기 전에 이 책을 천천히, 다시한번 읽어볼 생각이지만요.
야근하는 회사에, 집의 대소사에, 또 일상에 조금 지쳐있는 요즘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다른 세상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세상 한 편에 똑같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위로를 건넨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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