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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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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공부하기 싫다.’
공부하기 싫은 내게 책 한 권이 날아왔다. 엄마가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해 준 책이다. 책 표지를 보고 더 실망했다. ‘아~ 완전 사회책 같아.’라는 생각에 지루하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여름방학 숙제 선택 과제로 독후감을 쓰기를 선택한 걸 후회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눈물이 핑 도는 감동이 담긴 책이었다. ‘11월 13일의 불꽃’은 그렇게 불꽃처럼 내 마음을 밝혔다.
이 책은 노동환경개선을 위해 자신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의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이다. 노동환경개선을 이루겠다며 자신의 목숨까지 아끼지 않은 전태일 열사의 진심이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순옥이는 가족들과 살며 집안일을 했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귀해서 남자는 학교에 가고, 여자는 주로 집안일을 했단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순옥이도 학교 가서 공부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현실에 실망했다. 졸업식 때 우수상으로 받은 영어사전은 순옥이에게 꿈이고 희망이었다. 오빠가 영어사전이 필요하다고 달라고 했지만, 절대 주지 않았다.
내가 순옥이었다면 나는 머리 아픈 영어사전은 얼른 오빠에게 주고, 오히려 집안일을 하는 게 더 좋았텐데... 불평등하다는 생각에 더 공부하고 싶어 하는 순옥이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옛날과 지금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순옥이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크게 다쳐서 수술해야 했다. 어머니는 순옥이에게 남희언니를 따라 서울에 가서 일하면 아버지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올라가면 공부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순옥이는 서울로 갔다. 생각과는 달리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 순옥이는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받은 첫 월급은 고작 2,500원. 한 달 버스비 600원과 쪽방 월세, 도시락 비용만 남기고 전부 시골로 보냈다.
월급이 2,500원이라니 솔직히 너무 터무니없는 돈이다. 나는 2,500원으로 컵 떡볶이 1개를 사 먹는다. 내가 간식으로 쓰는 돈이 한 달 월급이라니... 엄마에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버스비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지금은 월평균 60,000원이 드니까, 당시 100원이 지금의 10,000원 정도의 가치라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계산해도 고작 월급이 250,000원이라니 너무 적은 것 같다.
일터에서 순옥이는 전태일 재단사를 만났다. 다정한 태일 오빠 덕분에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그 후 전태일은 순옥이를 위해 집도 구해주고, 빵도 나누어줬다. 태일 오빠는 봉제 공장 노동 환경 개선과 인권 보장을 위해 시위를 했다. 그리고 11월 13일 전태일은 자신을 화형식 하며 죽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전태일 열사와 그 밖의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그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우리를 위해 희생해 주신 전태일 열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만약 내가 매일 16시간씩 일을 한다면 어떨까? 차라리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엄마의 부탁으로 아는 언니와 함께 평화시장의 미싱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 곳은 제대로 된 환기 시설도 없고 에어컨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재단사 전태일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점점 전태일이 공부하는 '근로 기준법'에 관심을 가지고 '바보회'에 들어가 열악한 환경의 개선을 꿈꾼다. 얼마 뒤 전태일은 노동환경 조사서를 주고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쫒겨난다. 그 시절에는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는 노동자가 많았고 특히 미싱사에서 일하는 시다들은 대부분 12~15세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놓고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사장이 몹시 미웠다. 또 자신의 형제나 동생들을 위해 아픈데도 돈을 버는 아이들을 보며 되게 안쓰러웠다. 아파도 해고당 할 까봐 참고 일하다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조금만 아파도 보건실에 가서 2~30분씩 쉬고 오는데 .......
나도 그 아이들을 보며 조금 아픈 것은 참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도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책 한 권. 아리송한 제목이었다. 알 듯 말 듯 한 떨림을 주는 책 말이다. 원래 같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나였다. '과연 내가 짐작하는 내용일까?'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쉽게 옮길 수 없었다. 마치 유혹이라도 할 것처럼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5학년 1학기쯤,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던 프로그램이 문득 떠올랐다.
13살 순옥은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뒷집 남희 언니를 따라 서울로 올라간다. 순옥은 '한미사'라는 공장의 시다로 일하게 된다. 고단한 공장일에 짓밟히는 어린 순옥을 옆에서 가만히 쳐다볼 수 없었던 태일 재단사는 순옥을 틈만 나면 챙겨주곤 한다. 감당할 수 없는 공장일로 몸이 아픈데도 끊임없이 일하는 순옥을 보고 태일 재단사가 퇴근하라고 한다. 그때, 공장장이 들어와서 누구 맘대로 시다를 퇴근시키냐고 단단히 막아선다. 태일 재단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 중에 몸이 아픈 노동자도 보호해 줄 권리가 있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런 태일 재단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공장장은 태일 재단사를 해고해 버린다. 태일 재단사가 이끄는 삼동회 회원들은 순옥이 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가 참석하고 있었다. 11월 13일, 그날은 근로 기준법 법전을 태워 버리기로 한 날이다. 근로 기준법 법전이 커다란 불꽃에 태워진다. 그 뒤에 타오르고 있는 사람의 형체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 형체는 다름 아닌 전태일 열사이다. 모든 노동자의 소중한 인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본 것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내용이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내가 지금까지 본 근현대사 책 중에 제일 마음속 깊이 와닿은 책이다. 책의 표지는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읽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순옥이가 전태일 열사를 목이 터져라 애타게 부르는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마음속으로 전태일 열사를 불러보았다. 저 만치서 한 청년이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태일 열사는 어떻게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꽃다운 삶이 시작될 20세 청년이 이런 용감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할 결정을 하고 자신을 희생해 모든 노동자의 인권을 지켜낸 것이다. 노동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또 한 번 울컥했다. 전태일 열사를 향한 노동자들의 마음은 지금까지도 빛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간다. 이 세상은 전태일 열사가 감싸 안고 있어 지금의 우리가 인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이유다.
11월13일. 나라에서 지정한 공휴일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는 하지 않더라도 나는 꼭 그날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감사할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용감했던 전태일 열사. 그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11월 13일의 불꽃 청년 전태일의 꿈
저자 윤자명
그림 김규택
출판 풀빛
출시 2022.11.13.
“여기 있는 순옥이는 열세 살짜리 시다입니다. 초등학교 내내 우등생이었지만 하루 열다섯 시간 노동에 묶였으니, 글 한 자 볼 새가 없고 햇빛 한 줄기 못 쪼입니다. 그러니 앞길이 불 보듯 훤합니다. 무식한 채로 병만 얻게 되겠죠.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근로기준법대로 노동자의 인권을 찾고, 권리를 세워야 합니다.”
출판사 풀빛의 ‘근현대사 100년 동화’는 근현대사를 동화로 담은 시리즈입니다. 한국사에서 다른 연대에 비해 근현대사에 관한 창작물 비중이 많지 않음에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리즈는 1894년 동학 농민 운동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사건들을 아우르며 제주 4.3사건, 6.25전쟁, 4.19혁명, 1970년대 노동 운동, 5.18 민주화 운동으로 마무리 됩니다.
오늘의 책은 70년대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 문제 등 부당한 처우에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던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투신한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 속 또 다른 주인공 순옥이를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과 노동자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삶을 오늘 다시 되새기고 있습니다. 70년대의 순옥이가 사는 마을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남자인 아들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딸들은 집안의 기둥이자 밑천이 되는 대들보가 되어야 했지요. 꿈도 희망도 꿀 수 없는 불평등한 세상이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이 시스템은 순환되고 있었습니다. 순옥이의 아버지가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기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겨우 13살이 된 순옥이 또한 뒷집의 남희 언니처럼 집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 순옥이는 자신의 의지나 생각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남희 언니를 따라 서울로 상경하고 미싱사인 남희언니를 따라 우여곡절 끝에 의류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없이 4번 시다로 불리며 ‘한미사’라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 순옥이에게 친절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전태일 재단사였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위태로운 순옥이는 으뜸 시다를 거쳐 미싱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순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공장 작업실, 갈라진 손끝, 휴식 없는 근무시간, 아파도 쉬지 못하는 환경 등 사람답지 못한 삶에 지쳐갑니다.
“문제를 고쳐 볼 엄두조차 못 내고, 보고만 있을 때는 정말 바보였지. 최근에야 이러다 우리의 앞날이 없겠다는 걸 깨달았어.”
순옥이의 고됨을 공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는 전태일 재단사를 통해 노동자 문제를 다룬 규칙과 법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일은 자신이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바보회’를 구성해 공부를 하는 중임을 알립니다. 기대하라는 말과 함께요. 그럼에도 순옥이와 함께 사는 언니들의 고달픈 공장 생활은 이어져 가고 공장 밖 생활도 가난한 이들에게 끊임없는 시련을 가져다 줍니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연속된 삶의 무게를 열세 살 순옥이와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언니들이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무허가 건물에 세 들어 살다 시청에서 들이닥친 용역꾼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헐려 공장에서 도둑잠을 자던 순옥이네를 도와주는 것은 태일입니다. 가난한 이와 또 가난한 이, 노동자와 노동자들만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강팍한 생활을 이기고 흐르게 합니다. 그리고 태일은 희망 없이 사는 이들에게 자신이 꿈꾸며 만들어가고자 하는 ‘태일 피복 주식회사’의 이상향을 전합니다. 주 6일 일하며 일요일은 무조건 쉬고, 하루 여덟시간 근무하고 시다에게도 월급을 8천원을 지급하며 공장 내에 학교를 운영한다는 그것입니다.
어느 날 아픈 순옥이를 나무라는 공장장과 갈등이 생긴 태일은 해고를 당하게 되고 태일은 꺽이지 않고 노동자들의 현실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동 운동을 이어갑니다. 노동 운동이 깊어갈수록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갈등도 점점 더 심화되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슬펐던 것은 오늘 현재, 2022년에도 순옥이의 잔혹동화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많으며 여전히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 안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개인의 영역이라 치부하고 맙니다. 시간이 더해갈수록 자본주의자들이 세운 계급 나누기와 진입장벽은 점점 가파르게 높아져 가고 그들이 유리한 세상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고통스런 죽음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실상을 알린 전태일 열사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흐믓해 할지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조금은 나아졌겠으나 노동자들의 고단함은 계속되고 있음에 마음이 무거울 듯합니다.
오늘 이번 금요일에 학교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급식을 빵으로 대체한다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아이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바라던 상생이 가능한 세상이 어서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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