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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4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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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07g | 148*218*18mm |
ISBN13 | 9791185435145 |
ISBN10 | 118543514X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특강 11월 30일(토) 오후 2시
2024년 10월 31일 ~ 2024년 11월 28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의 원제는 <The Formula>이다. ‘공식’이라는 것인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공식’으로서의 의미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한국어 제목은 <만물의 공식>이고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의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줄 수는 없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현상학적 판단에 그칠 수 있다.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은 언제나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대안 제시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두 가지 사례를 먼저 들겠다. 먼저, 김제동이 진행하는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등장한다. 그는 여러 데이터를 운위(云謂)하며 인간의 행동양식뿐만 아니라 사고행태까지도 데이터를 통하여 이해가능하다고 설파한다. 그의 말이 진리라면 인간은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데이터가 나아갈 길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둘째, <관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세조 때의 이야기이다. 이후 수백 년이 흘렀고 과학이 주도한 세계가 만들어졌다.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런데 <주역>, <토정비결> 등의 교리들로 무장한 관상가와 점술가, 역술인 등의 직업은 여전히 활황이다. 그들은 ‘신 내림’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고대로부터 축적된 학술적 데이터의 구술자로서도 활동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삶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삶의 방향을 위탁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유사하다. 동물로서의 유사함을 갖고 있기도 하고, 사회적·문화적 동물로서의 유사함도 갖고 있다. 인간이 오랜 역사를 갖다보니 유사성은 자료로서 축적되어 왔고, 그 자료는 인간을 이해하는 잣대로 활용되어왔다. 알고리즘은 그렇게 축적된 자료들을 목적에 따라 가려내고 분류한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은 믿어도 되는가? 알고리즘은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 있으니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의 소팅(sorting)은 인간의 명령에 의해 수행된다. 특정의 무엇을 남겨 두고, 특정의 무엇을 필터링(filtering)할 것인가는 인간의 초기 명 령에 의해 진행된다. 루크 도멜은 책에서 아주 작은 변수만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사례로 들고 있다.
알고리즘이 인간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알고리즘은 객관성을 상실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알고리즘의 결과물을 진리 혹은 진실로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 것이며, 엄청난 자료를 분류한 것이라는 설명에 설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전문가가 아닌가! 새로운 시대의 역술가인 것이다.
“만물의 공식의 시대에는 정체성이 중요한 사업 아이템이다. 여러 웹사이트와 서버에서 사용자 활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웹 분석이라는 거대 산업이 등장했다. 이 회사들은 사람들에 대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할 뿐 아니라 독자적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이를 분석한다.” P.30
인용문은 알고리즘이 기업 등의 이익 추구 집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익 확보를 위한 알고리즘의 활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알고리즘에의 노출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혈액형에 따른 인간의 성격 유형, 사상체질에 의한 행동 및 사고 양태 등을 이용한 사업들도 모두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알고리즘 생산자들은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수량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대중들은 자신의 삶을 수량 속으로 진입시킨다. 알고리즘이 가능한 것은 현대 문명 속 인간의 삶이 수량화 가능한 영역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명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알고리즘은 심각한 폐해를 가져왔다. 루크 도멜은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까지를 표준화하고, 인간을 기계로 급속히 대체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실제로 그러한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성별과 인종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개념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성품은 사람이 쌓아가되 결코 완성하지 못하는 개념이지만, 남성성 같은 특수 범주 또한 단순히 알고리즘으로 추론되어 그 시점부터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강화되어야 한다. 어떤 이용자가 남성으로 여겨지다가도 더 여성적인 주제를 검색하기 시작하면 범주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P.74
현대 문명 속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 과거에 비해 무수히 많은 선택지도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그 선택이 알고리즘을 만든 이들이 제공하는 기회들 속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유는 무한하지만, 언제나 제공자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수학적 존재가 아니다. 알고리즘으로부터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인용한 것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범주는 간단히 전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은 그렇게 쉽게 전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루크 도멜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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