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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6년 02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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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4쪽 | 55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0429476 |
ISBN10 | 89904294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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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5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에는 정말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는 노래를 흥얼거리면 혼자서 옷도 입고, 식사도 할 수 있지만
뭔가 방해를 받아 맥이 끊기면 완전히 아무것도 못한다.
입으려던 옷이 뭔지 잊어버리고 자기 몸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
음악이 시각적인 부분을 대신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외에도 23명의 남자와 여자, 노인, 어린이를 소개한다.
그들 모두는 뇌신경에 무언가 이상이 일어나면 기묘하고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동작과 상태가 나타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집어들었던 이 책을 좀 더 진지하게 읽기 시작한 건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를 읽으면서 부터였다.
크리스티너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차츰 그녀는 몸이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말도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지 않았고,
저자 올리버 색스와 함께 자신의 몸이 갖고 있는 문제를 공부하며, 스스로의 몸을 실험한다.
그녀가 터득한 기술은 움직이고자 하는 자신의 신체부위에 시선을 고정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기적처럼 병동에서 일어나 걷는다.
여전히 모든 움직임과 음성이 부자연스럽고, 그녀의 질환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장애인 흉내를 내는 몰상식한 여자', '술 취한 여자'라며 이야기를 꾸며대겠지만,
여전히 느낌 없는 몸을 갖고 살아가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놓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
나는 크리스티너가 새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이 책의 저자이며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가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사는 그녀의 증상을 '불안히스테리'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는 크리스티너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인간적인 면과 잠재된 힘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사는 삶은 어떨지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상태,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솔직하게 설명해주었다.
이 책을 신경학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감정적으로 쓰지않기 위한 노력도 알 수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2009년도에 교통사고로 대수술을 받았다.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대에 오르고 몸에 칼을 대는 것이 두려웠기에
어머니는 후유증을 안고 지금껏 살아오셨다.
시간이 흐를 수록 갈빗대는 심장을 쪼그라들게 압박해왔고, 척추는 휘고 발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척추를 치료한다는 명의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작년 12월 부터 그 명의가 진료하는 병원을 다니신다.
나는 어머니가 그 병원에 다녀온 첫 날, 엄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환희와 낭만, 앳되어 보이는 얼굴.
그녀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옆집 아저씨 같더라. 털털하게 웃으면서 나 시집살이 하던 얘기까지 다 들어주셨어."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며 어머니를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쭈뼛쭈뼛 피했던 특별한 증후군 환자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나를 참 좋아했지만 지능이 낫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았던 중학교 친구도...
병을 낫게 하는 힘은 의학과 의술에도 있지만 '경청'에도 있다는 것.
환자의 '병' 뿐만 아니라 환자가 살아온 '삶'을 살펴봐주는 것에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힘을 믿고 실천하는 저자 올리버 색스.
이러니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무지(無知)는 살인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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