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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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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294g | 128*188*20mm |
ISBN13 | 9788937432231 |
ISBN10 | 8937432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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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다카이 나오유키,마스다 무네아키 저/ 나지윤,이정환 역 | 길벗+민음사 | 2018년 10월 19일
25,920원 (10% 할인)
5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한때 스마트스토어 창업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내 마음속에서 삭제됐는데, 그 이유는 내가 창업하려는 시대에 대한 회의감에 있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상품도, 파는 곳도 넘쳐나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내가 무엇을 팔아도 이미 그 상품은 세상에 존재하고, 똑같은 걸 파는 사람도 너무 많은데, 내가 거기에 또 하나를 보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회의감에 종종 빠졌다.
하지만 <지적자본론>을 읽고나서 내가 가졌던 회의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는 여전히 기회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사양 산업이라고 일컫어지는 서점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다. 그는 모두가 입을 모아서 더이상 성장 동력이 없다고, 있는 건 망하는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되던 분야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의 성공 자체가 곧 내 회의감에 대한 부정이었고 반례였다. 기회가 없는 곳에도 기회는 존재한다. 디자인 감각과, 그것을 지탱하는 지적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 시대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만든 '츠타야 서점'은 기존의 서점들과는 많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 바로 분류법이다. 보통 서점들은 책의 내용보다는 형태에 따라서 분류하는 식이다. 만화책은 만화책끼리, 잡지는 잡지끼리 분류한다. 또한 일반 서점은 책의 내용에 따라 분류를 하기는 하지만, 그 분류가 세세하지 못하다. 큰 주제로 수많은 책들을 한 분야로 묶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츠타야 서점은 다르다. 책을 분류하는 데 있어서 책의 형태를 나누지 않는다. 츠타야 서점은 책을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는 존재이며, 자신들이 파는 것은 바로 그 제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책들을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들끼리 묶는다. 책이 품고 있는 제안이 비슷하다면, 잡지와 만화책과 그림책과 일반 책이 한 서가에 나란히 놓이기도 한다.
또한 츠타야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방대한 책들과 빠른 결제 시스템을, 절대 오프라인 서점이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저자는 명확히 한다. 그러나 아직 온라인이 뛰어넘지 못한 오프라인 상점만의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최대화한다면 아직 오프라인 상점에도 기회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점이 여전히 갖는 우위는 편안함이다. 온라인은 고객에게 편안하다는 느낌을 제공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마스다 무네아키는 츠타야 서점이 고객에게 편안한 장소가 되기 위해서, 다른 서점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한다. 주차장을 널찍하게 만드는 것이나, 서점 내에 은은한 커피 냄새가 나게 하는 것, 서점 사이로 자연광이 충분히 들게 하는 것, 서점 주변에 자연 공간을 꾸미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에게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행위들은, 기업에게는 더 많은 비용 지출과 더 많은 관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고객이 더 편안해질 수 있다면, 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이든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론이다. 이건 그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 가치를 증대시키는 일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고객에게 좋은 제안을 할 수 있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 자본이 충분해야 한다고 마스다 무네아키는 말한다. 계속해서 세상을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지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물려 받은 자본이 없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지적 자본을 키우면 여전히 자수성가가 가능하니.
"부자유를 모르면 자유도 알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의 자유를, 취업 규정이 없는 것이라거나 복장이 편한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착각입니다. 그런 것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적용시킬 가치가 없는 대상들이니까요."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획을 하려면 자유로워져야 한다.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재무자본에서 지적자본으로."
"반세기 전, 일본의 미래를 창조해 낸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손에 넣으려면 자본이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을 창조해낼 것은 디자인이고 여기 필요한 것이 지성이다."
"좀 더 휴먼 스케일을 갖춘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으로서 지나치게 성장한 CCC보다 기동성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분사화다."
"단순히 분사화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이 창업이어야 한다.
사원들 각자가 그 '산고'를 겪지 않으면
미래를 열 수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 미리 준비된 길은 없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끝났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다."
"단,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고 싶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성의 목소리를 따르는 자유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자유를 입에 담기는 간단하지만 지속적으로 자유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관철하려면 사명감이 필요하다.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책 자체는 두께도 얇고 내용도 많지 않지만 그 속은 꽉 찬, 정말 내실 있는 책인 것 같다. 가끔 일본 저자들이 지은 책을 보면, 미래형 사고방식과 개방된 마인드에 깜짝 놀라곤 하는데, 이번 책도 그런 신선함을 줬던 것 같다. 융합을 통한 창조라고 해야할까나, 문화들 간의 융합과 이로 인해 새롭게 창조된 공간에서 창출된 라이프스타일은 일본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러한 공간이 가능했던 것은, 앞으로의 미래는 재무자본이 아닌 지적자본을 통한 제안 능력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저자의 선견지명과 실행력 덕분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말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 나는 '현대카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현대카드도 음악(슈퍼콘서트, 현대카드 Curated 콘서트, Music Library, Vinyl&Plastic), 미술(Design Library), 여행(Travel Library) 등 문화 공간을 통해 각 문화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처럼 각 문화의 영역들이 모두 한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융합'하여 제안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카드회사에서 본연의 업인 카드 판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문화적 영감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점에서 현대카드는 고객들에게 문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인생은 그 자체로서 예술이며 우리는 모두 예술가라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 완성될 지는 죽는 순간, 눈 감을 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미완성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우며 동시에 매우 고통스러울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도 비슷한 의미에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디자이너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라는 작품을 세상에 제안하는 것. 우리라는 브랜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인과 기업이 자유로워야 하고 이러한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사명감이 없다면 이어나가기 힘든 것이다.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 결과 쌓인 신용이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할 수 있다. 이는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휴먼 스케일을 갖춘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 즉 지적자본이 고객에게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항시 유지하기 위해 분사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자가 말하듯이 새로운 길을 여는 창업이라는 '산고'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로서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고, 산업 내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할 때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내가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겠구나 하는 방향이 보인다. 덧붙여, 디자이너를 넘어서서 예술가가 되고 싶다. 이 생에서 이 작품의 감독으로서 열심히 디렉팅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든다.
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지난 달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11.5 미터 길이에 폭은 1.5∼1.8m나 되는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가 설치되었다. 설치비용만 4억3000만원의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의 등장은 찬반양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한동안 뜨거웠다. 이제야 제대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사지도 않고 읽기만 한다면 손때 묻어 팔 수 없는 책들은 반품이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된다며 생색은 서점이 내고 손해는 출판사가 지게 될 거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내 생각은 전자 쪽이다. 테이블이 있기 전에도 통로에 서서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았다. IMF 외환위기 시대였던 18년 전,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할 때 거의 일 년 동안 매일 그곳에 들러 공짜로 책을 읽으며 우울한 시절을 견뎠던 나는 불편하게 책을 읽는 소비자에 대한 서점의 배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나를 힘들게 한 건 다리의 고통보다 필경 자격지심이었을 직원들의 눈칫밥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명물이 된 서점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고객가치를 우선한다면 답은 쉽다.”고 말할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서점을 매장(賣場)이라고도 부르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매장(買場), 즉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매입하는 장소’여야 한다. 츠타야의 정신이기도 한 고객가치 우선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츠타야처럼) 독자가 책을 최대한 편하게 경험하며 만끽할 수 있어서 읽고 있는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츠타야의 ‘고객가치’가 궁금하다면 <지적자본론>을 읽으면 된다. ‘츠타야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책은 서점의 미래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버블 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을 앓아 온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에 10,000여 곳의 서점이 문을 닫는 등 기존의 대형서점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만은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성공은 ‘서점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츠타야의 성공은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소비사회의 변화를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품자체가 부족한 퍼스트 스테이지(first stage)와 상품이 넘쳐나는 세컨드 스테이지(second stage)를 넘어 지금은 온오프상에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넘쳐나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런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서점이라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것은 ‘제안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49쪽
저자는 제안능력은 곧 ‘지적자본’이고, 이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53쪽)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서점의 위기는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68쪽)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구축했다. 그래서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책을 구분했고, 책도 단행본이든 문고든 가리지 않고 장르에 맞춰 횡단적으로 진열시켰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을 단순히 책이 아닌 책 속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지적자본을 충분히 갖춘 접객 담당자(Concierge)를 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접객 담당자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지금 판매액을 기준으로 키노쿠니아 서점이나 준쿠도 서점을 웃도는, 일본 최대의 서점체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서점의 혁명’은 시너지를 낳았다.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인 히와타시 게이스케가 저자를 찾아와 시립 도서관 운영을 부탁했다. 인구 5만의 시의 시민들 중 약 20%밖에 이용하지 않는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좀 더 개방된 시설로 만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기획회사인 CCC가 축적한 다양한 지적자본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전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재개관 이후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 인구 5만 명 규모의 지방 시립 도서관이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다이칸 야마에서 시작된 ‘서점 혁명’은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같은 ‘도서관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 다케오 시에 이어 다수의 시립도서관과 일본의 기차역인 JR역사 건물에 시립도서관 설립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지금 일본은 지적자본에 의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편안한(comfortable)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책을 마음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 쉽게 책을 찾고, 관심 있는 분야의 몰랐던 책도 덤을 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추천해 준다면, 제아무리 불황이라도 책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고객가치의 창출) 최대한 편안한 선택을 도와주는 것(라이프 스타일 제안)이 츠타야의 성공비결이자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철학이다.
서적을 단순히 물성(物性)으로서의 책으로 보지 않고 지적자본의 시작이자 ‘제안 덩어리’로 봤다던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방향성이 다른 발상은 무척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생각법에 있었다. 그 점에서 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소나무 테이블은 대한민국판 츠타야의 탄생을 위한 첫 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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