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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6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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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5쪽 | 389g | 128*188*20mm |
ISBN13 | 9788984072299 |
ISBN10 | 898407229X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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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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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스런 소설의 주인공 찰리는 자신이 왜 자살하려 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면서 ‘누군가 세상 어딘가에 그어놓은 금’을 이야기합니다. 이 금이란 말하자면 생사의 경계선입니다. 자살이란 이 선을 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찰리가 그 선을 넘었다고 짐작하면서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사실 금 같은 것은 없다고 찰리는 말합니다. 그냥 삶이 있을 뿐이랍니다.
옳은 말입니다. 어찌 자살의 원인이 딱 하나일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삶이 절망적일 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하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과거를 더듬어보아도 온통 안개뿐입니다. 그럴 수밖에요. 세상만물은 서로에게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찰리에게도 그냥 삶이 있었고, 서서히 그 삶이 절망적으로 헝클어졌으며, 거기서 그를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입니다.
그렇더라도 어떤 계기는 있었겠지요. 찰리도 인정했듯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을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으로 치닫게 했습니다. 그렇게 내리막으로 방향을 선회한 찰리의 인생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딸의 결혼소식입니다.
어느 금요일 찰리는 딸에게서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 속엔 스냅사진이 들어 있고, 사진 속엔 젊고 아름다운 부부가 샴페인 잔을 부딪치고 있습니다. 찰리는 자신이 딸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아버지였음을 깨닫게 되지요. 그 사진 어디에도 찰리는 없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이 아름다운 순간이 과거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렇잖아도 주정뱅이인 찰리는 이를 핑계로 주말을 술로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월요일, 자살을 결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찰리는 딸의 결혼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절망에 휩싸인 이 남자를 잠깐 내버려두고 싶네요. 그 동안 또 한 장의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해요.
어젯밤 시간을 잊은 채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옮긴이의 말까지 모두 읽고 나니 새벽 두 시가 넘었더군요. 끝나버렸구나. 애틋한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그러다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죠. 작가의 어머니 사진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을 줄이야! 짧은 머리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큼직한 목걸이를 두른 어머니는 수줍게 웃고 있습니다. 너무나 실감나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라 얼마간은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지만 막상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나니 지금까지의 감동이 더욱 정답게 느껴지더군요.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한 백인여성의 얼굴에서 한국의 어머니를 보았다면 의아해 하시겠지요. 찰리의 어머니는 아이를 기다렸답니다.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지요.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집 근처 길모퉁이에 서 있는 나무 둥치에 글을 새깁니다.
please.
작고 비뚤비뚤한 이 글씨는 어머니의 기도였습니다. ‘나무는 하루 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 서' 있으니 어머니의 기도는 분명 하늘에 가 닿았겠지요. 찰리 베네토가 태어났으니까요. 사진 속에서 자애롭게 웃고 있는 작가의 어머니와 찰리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 보인 건 당연합니다. 좀 더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 백인 어머니 얼굴 위로 정화수를 떠놓고 빌곤 했던 한국의 어머니가 겹쳐 보입니다. 어쩐지 든든한 기분이 되면서 절로 웃음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찰리는 자신이 어머니의 염원을 딛고 태어난 소중한 생명이란 걸 알지 못합니다. 삶이 시작된 곳에서 삶을 끝내기 위해 술 취한 채 고속도로를 내달릴 뿐입니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누군가가 가슴 속에 있으면 그 사람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페퍼빌 비치의 집은 비어 있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찰리는 어머니에게 가는 길입니다. 교통사고가 나고, 그의 희망처럼 찰리는 어머니를 만납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 어딘가에서.
어린 시절을 ‘아빠 아들’로 보낸 찰리. 아빠와의 세계엔 야구가 있었고, 엄마와의 세계엔 언제나 잔소리만 있지요. 아버지가 가족을 버린 후에도 찰리는 진정한 ‘엄마 아들’이 되기보다 해마다 새로운 팀의 유니폼을 입으며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이혼녀’라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며 어머니가 생활을 꾸려나갈 때도 그는 진정한 ‘엄마 아들’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죽어가는 그 시간에도 그는 ‘아빠 아들’이었습니다. 두 남자에겐 야구가 있었으니까요. 야구야말로 이들 부자를 부자이게 한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이런 찰리에게 어머니는 죽어서까지 자식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은혜를 베풉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찰리와 어머니는 평범한 하루를 보냅니다. 그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어머니 앞에 아이가 됩니다. 점심 무렵 경찰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도 찰리는 재빨리 어머니를 찾지요. 여전히 싱크대 앞에 서 계신 어머니. 그것으로 모든 것이 족했지요.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하루가 저물고 있습니다. 그제야 어머니는 묻습니다.
“왜 죽으려고 하니?”
어머니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습니다. 찰리는 대답하지요. “포기한 거예요.” 어쩐지 그 말을 하는데도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용서해.” 어머니가 말합니다. 찰리가 되묻지요. 아버지를요? 아버지의 여자를요? 어머니의 대답은 다른 데 있습니다. “너 자신.”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찰스는 어머니로 인해 다시 태어난 찰리입니다. 어머니는 찰스를 두 번 낳아주셨습니다. 이제 찰스는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늘 하루가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랑의 깨달음은 찰스 베네토에게서 마리아 베네토에게로 이어지겠지요. 어머니에게서 아들에게로, 아버지가 된 아들에게서 그의 딸에게로, 어머니가 된 딸에게서 그녀의 아이들에게로 끊임없이 사랑은 이어지겠지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의 전부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야기는 유령이야기입니다. 작가도 이 소설의 첫 문장부터 이 점을 분명히 했지요. 찰스가 뒤늦게 깨달은 것도 바로 이것이구요.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온 후에야’ 찰스는 그의 딸 마리아가 대학 신문에 스포츠에 관한 글을 실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핏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실이 실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마리아의 글재주는 할머니의 것이며 스포츠에 관한 관심은 할아버지의 것이니까요. 마리아속엔 두 분이 살아있습니다.
그러므로 멀리 찾을 것 없습니다. 애석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낸다면 그것이 바로 그가 그토록 바라던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하는 방법입니다. 찰스뿐 아니라 우리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하루입니다.’ 그러면 매일 매일이 찰스와 어머니의 마지막 만남처럼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겠지요. 이처럼 값진 깨달음을 찰스는 자살까지 내몰렸다 얻어냈지만 저는 <단 하루만 더>라는 달랑 책 한 권을 통해 얻어냈으니 그 투자 대비 효용을 어찌 찰스와 비교하겠습니까. 부디 많은 이들이 저처럼 손쉬운 방법으로 이 깨달음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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