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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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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36쪽 | 968g | 152*215*35mm |
ISBN13 | 9788934972464 |
ISBN10 | 8934972467 |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특강 11월 30일(토) 오후 2시
2024년 10월 31일 ~ 2024년 11월 28일
그래제본소 :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2024년 10월 23일 ~ 2024년 11월 11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53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첫 단원의 제목은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로 시작한다.
저자가 굳이 인류를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현재 우리는 인간이 유일하게 불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지만 10만 년 전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의 종이 살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첫
번째 Chapter 인 ‘인지혁명’에서 현대 인류만 존재하게 된 이유를 밝힌다.
15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 나타난 사피엔스가 불과 7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다른 모든 인종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학자들은 이를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능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규명한다. 인지 혁명으로 인하여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이 바뀌며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지 능력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교’나 ‘신화’와 같은 집단 의식이 발생하고, 단순한 표현에 불과한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언어’를 가지게 된 것이며, 수십 혹은 수백의 무리를 넘지 못하는 자연 생태계의 다른 어떠한 집단과 달리 수천 혹은 수만 명이 모일 수
있는 현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유발 하라리는 말콤 글래드웰이 소개한 바 있는 ‘150명의 한계’와 비교하며,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자연 상태의 인간은 결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의 크기는 제한적임에 주목한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하나의 ‘제도’에 단합하여 보다 큰 무리를 이루었고, 이 덕택에 동물들뿐만 아니라 다른 인류도 정복하였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사피엔스는 먹이사슬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서 최상층부로 급속히 올라가게 된 순간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얼마 전 한국 방문을 방문하여 어느 토론에서, 많은 이들이 ‘인지(Cognition)’와 ‘지능(Intelligence)’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인공 지능은 지능은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인지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과 함께, 인간이 진정 기계와
차이 나는 점은 ‘인지 능력’이란 것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누구나 인류의 발전이 농업혁명 덕분이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는 두번 째 장인 ‘농업혁명’에서, 농업혁명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기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의 내용을 많이 빌려왔다. 이로 인하여 더 여유롭고 더 풍요한 삶을
즐기던 수렵 시절의 인간이, 좁은 지역에 모여 제한된 종류의 곡식에 의존하여 질병과 영양실조로 허덕이면서도
소수의 권력자들의 안녕을 위해 다수의 인간들이 생산과 노동에 매진하여야 하는 하락된 삶의 질을 감수해와야 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여러 세대 동안 사회가 바뀌었지만 그때쯤엔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특히 인구 증가로 인하여 ‘돌아갈
다리가 불타버렸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역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이러한 농업혁명을 일으킨 것 또한 ‘상상 속의 질서’를 가능케한 신화와 종교, 제도와 같이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
BC 1776년 경의 함무라비 법전과 같은 것은 당시의 지도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고,
AD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문 또한 그러한 성격이었으나,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그것이 합리적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평등’의
개념에서, 바빌론 인들은 귀족과 노예로 구분되어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받아들인 것처럼, 평등을 주장하는 미국 독립선언문 또한 여자와 흑인들까지 자신들과 평등하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급 제도와 국가라는 실체가 아닌 인간이 만든 것에 의해 이를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인다. 그에 비해 자연에는 합리적이라거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신선한 주장에 이어 인류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의 실체와 미래의 인류 역사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인류의 상상력은 화폐와 재산이란 것을 통해 ‘가격’과 ‘가치’라는 것을 만들어
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신용’이라는 것을 만들고 ‘경제’라고
부른다. 과거의 다신교 문화에서 일신교로 바뀐 인류의 역사를 보여주고,
미래의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가 없다는 이유를 설명한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2단계 카오스계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이며(내일의 날씨와 같이),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석유 가격
예측과 같이).
여기에서 유발 하라리가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피엔스의 능력이다. 흔히 ‘추상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개념이다. 인간의 사회는 ‘신화’의 성립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은 롤로 메이의 ‘신화를 찾는 인간’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신화나 종교, 심지어 사회 제도 또한 인간이 서로를 인정하기에 유지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화폐’란 때로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1조 달러’짜리 짐바브웨 지폐를 한국에서는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한편으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는 그의 주장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설명과도 맞닿아 있다. 역사를 보는 우리는 몇 백 년, 몇 천 년의 시간을 한 번에 훑어보며
사람들의 업적과 그 사회의 변화를 평가하지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백 년도 채 안 되는 삶으로 그
변화를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결정적으로 현대 문화를 이룩한 것은 산업혁명과 맞닿은 과학혁명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제1장의 인지혁명을 통해 인류가 추구해온 것은 우주와 자연세계에
대한 이해였지만, 실질적인 과학의 발전은 비교적 근래에 이루어졌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그노라무스 ignoramus - 우리는 모른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하여 고대의 전통 지식은 오직
두 종류의 무지, 한 개인이 뭔가 중요한 것에 대해 모를 수 있지만 그보다 현명한 누군가에게 물으면
해결할 수 있었고, 전통 전체가 모를 수 있지만 그게 무엇이든 중요치 않은 것이기에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과학은 중요성을 따지지 않고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고, 한
개인보다 더 현명한 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얘기는 공자가 자로에게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의미다. 그러한 차이를 유럽에서 빈 공간이 많은 세계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최소 130권이 넘는 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미래에는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하지만 모든 학문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저자가 추구하는 것도 우리의 ‘행복’이다. 농업을 통해 인류가 정착하고, 산업과 과학이 발달하였지만, 우리의 삶이 과연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할까? 란 그의 진지한 물음 앞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가 말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다’란 문구처럼, 인류의 미래는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새로운 의무에 갇히게 될 뿐이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인간. 무엇이 되려하는가?>
이 책은 하찮은 유인원이 지구의 정복자가 되어가는 과정과 지구에 군림하며 변화시킨 역사의 시간을 길게 서술하고 있다. 인류의 빅히스토리라 할까. 대부분의 역사서는 역사를 서술하며 인간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가치나 의미는 별 쓸데없는 이야기이다. 전적으로 과학적인 진화의 과정으로 인간사를 서술한다.
하라리는 10만년전 6종(種)의 인간‘종’중에서 인류의 조상이된 ‘종’은 사피엔스 하나 뿐이라고 한다. 즉 사피엔스는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전 인류의 아버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피엔스는 어떻게 최후의 정복자가 되었을까.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다른 인간‘종’ 살육을 암시한다. 여기에 더해 사피엔스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에 역사의 시작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러한 출발을 기점으로 7만년전 아프리카를 배회하던 하찮은 유인원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지구의 막강한 권력자가 된다.
인지혁명(7만년전) : 인지혁명이란 약 7만년전부터 3만년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무엇이 이것을 촉발했는지 입증할 수는 없지만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우리 언어의 놀라운 유연성이다. 동물의 언어는 사실만을 말하지만 인간은 뒷담화와 허구를 말할 수 있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여도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허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집단적으로 상상 할 수 있게 한다. 많은 허구들이 모여 커다란 집단이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갖게 하였고 이것은 자연적 규모인 150명 이라는 결정적 임계치를 넘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농업혁명(12,000년전) : 인간이 250만년간 먹고 살기 위해 사냥했던 동물과 채집했던 식물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자라고 번식한 것들 이였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약 1만년전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이 생활하는 방식의 혁명이 바로 ‘농업혁명’이다. 사피엔스가 땅에 씨를 뿌리며 경작을 시작했을 때는 분명 수확량이 늘어 자식을 배불리 먹이고 배고픈 채로 잠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예상하지 못했다. 수확량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리라는 것을.
농업혁명은 더 나은 식사와 더 많은 여유시간을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고 사회 서열화와 착취, 가부장제의 길을 열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 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124p참조)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는 점점 규모가 크고 복잡해진다. 복잡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인간의 상상력은 고도로 정교해진 신화를 만들어 내야했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동안, 거대한 인류를 지배할 보편적 질서가 될 후보군이 세 가지 출현했는데 바로 화폐, 제국, 종교이다. 이 위대한 신화는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혁명적인 세상의 기반이 된다.
과학혁명(5백년전) :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위대함이 바로 ‘무지의 발견’에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전통 문화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질문에 대해 이미 해답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성경이나 쿠란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근대인은 많은 질문들에 대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찰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도 성직자들과 달리 과학자들은 많은 중요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한다.
과학,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서로서로를 떠받치고 있다. 과학과 자본주의는 제국의 확장을 위한 도구와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제국과 과학은 자본주의의 등장에 필수적이었다. 자본주의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의 확장과 과학의 발전 덕이었다. 제국은 시장과 원자재를 공급하고, 과학은 새로운 에너지나 생산의 효율성을 확대 시켰다. 최근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과학적 발전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새로운 종교 ‘자본주의’다. 전 인류가 역사상 유례 없는 하나의 신(물신)을 믿고 있다. 이 막강한 신 덕분에 인류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과학혁명은 인류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인 세가지 혁명중에서 하라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과학혁명은 인류 역사뿐만 아니라 생물학 자체와 우주의 경로 자체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이래 40억 년 동안 자연선택의 법칙이 지배했다. 바이러스건 공룡이건 자연 법칙에 따라서만 진화해왔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지적 설계(intellectual design)로 대체 하고 있다. 인지혁명 덕분에 인간은 별것 없는 유인원에서 세상의 주인으로 변했다. 과학혁명은 인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의 과학발전의 속도를 보면 초인간을 만들어내는데 정치적, 윤리적 반대 말고는 전혀 장애가 없어 보인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결합, 인간의 유전자 조작, 생명연장 혹은 불멸 등 하라리는 여러 가지 과학발전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발전의 열매는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받을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모든 인간사의 문제는 단 한 가지 ‘인간불평등’이다.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계급제도와 인종차별이 곧 인간개체의 능력 차이는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50년, 100년 후에는 실제적으로 생물학적 계급차이가 생길 수 있다. 과학에 관련된 고급정보는 소수가 독점할 것이며, 상류층은 지적설계로 더 건강하고 더 영리하며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인지 기능이 월등히 뛰어난 컴퓨터가 인간의 많은 영역을 차지하게 된다면 ‘쓸모없어지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새로운 세상에서 인간의 ‘쓸모’는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무용해질 수십억 명의 인간을 어떻게 할까? 하라리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제 모델도 갖고 있지 않고 과학발전의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힘을 얻는 데는 극도로 우수하지만 그 힘을 행복으로 바꾸는 능력은 힘을 얻는 능력보다 훨씬 못하다. 오늘날 우리는 선조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다지 더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과학발전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인간사를 보면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만약에 닥칠 비극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라리는 가장 고전적인 답변을 내 놓는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심신까지 바꾸는 능력을 포함한 유례없는 힘을 갖게 된 현실 앞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된다.
저자는 세계사를 배우지 않는 이스라엘에서 학생들을 위한 흥미로운 강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글쎄다. 하나님의 뜻을 내세워 막강한 힘으로 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이웃이라 그런지 제국주의와 힘의 논리에 대해서 참으로 간단하게도 정리를 한다. 우리에게 아직도 제국주의의 후유증이 남아서 인가. 불편하다.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거대 협력체들에 대한 암묵적 찬성은 또 어떤가. 인류변화의 방향성에 인간 개인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명상에 잠겨 평상심을 찾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같다. 거대한 흐름을 개인이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끊임없이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정치체계를 완성하고 윤리를 만들어 가는게 후손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책의 재미만큼 철학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건 내가 인간을 너무 믿어서인가.^^
과학도서 읽기를 올해 목표로 정했지만 물리/화학/우주/생물/의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혼재되어 있고 걸맞는 책을 찾기도 어려워 부담이 됐는데 『사피엔스』를 읽으며 다윈보다는 미래 기술 과학 분야나 생명 과학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읽겠다고 결심했다. 원래 관심 없던 분야인데, 늘 과학 지식은 가장 아래층부터 차곡차곡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필립.K.딕의 『유빅』을 읽을 때 등장한 기술들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곧 도래하리라는 기대에 신났다. 예를 들면, 최근 기사에 원숭이 머리를 이식하는 작업이 성공해서 곧 사람에게도 시험 가능할 거라는데, 성공을 주장한 중국은 혈관 이식에만 성공한 거라지만 언젠가 가능한 날이 오면 사람에게도 가능해지고 그러면 과학 기술 개발 끝에 늘 등장하는 인간의 윤리적 문제는 한층 심각해질 것이다. 또 몇 백 년 안에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에 나오는 만들어진 아이들이 단지 개발 수준이 아니라 윤리성 문제를 뛰어넘어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우를 갖게 한다. 인간의 한결같은 소망은 결국 지금 가능한 120년을 훌쩍 뛰어넘는 무한한 수명일까.
리뷰를 미래에서 시작했지만 『사피엔스』는 아주 옛날, 유인원이 수렵 채집을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된 역사와 오지 않은 미래를 동시에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반면, 한 권의 책이 다음에 읽을 수없이 많은 책을 불러온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정말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날이 올까. 저자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 세 개의 중요한 혁명을 지적하면서 여러 개의 호모 종 중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는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를 추적한다. 왜 골격과 뇌가 훨씬 더 컸던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를 능가하지 못했을까. 오늘날 인간이 사육하는 소, 돼지, 양, 개와 다를 바 없던 호모 종 중 하나인 사피엔스는 왜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종이 되었을까.
영화가 담아내는 과학 이야기는 대체로 어느 시점에 그치기 때문에 유흥거리를 벗어나기 힘든 면이 있었다. 『사피엔스』는 스토리를 가진 과학 에세이이자, 과학을 담은 인문 에세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유익하며, 적지 않은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큰 틀에서 긴 시대에 접근하기 때문에 흡수력이 빨라야 하지만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잘 읽히면서도 순간순간 생각할 문제를 던진다. 갑자기 뿌듯해지는 종에 대한 자부심은 그리 오래 가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거대한 시대의 토론장에 초대받은 느낌이 끝까지 이어지는 건 분명 서술의 장점이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로, 세계사를 강의한다. 그는 과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 그리고 인문학자다. 과학을 내러티브화하고 스토리화하는 능력은 그가 역사를 가르치기에 가능할 것이다. 과학전공자가 과학에 대한 글을 쓸 때보다 비과학전공자가 과학에 대한 글을 쓸 때 대중에게 친숙한 건 아마도 지식을 서술하는 능력/감각 때문일 것이다. 역사 분야든 진화론 분야든 전문가가 지성을 과시하는 식의 서술이 아니다. 서술방식이 통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을 참작할 만한 작가의 노력은 누구나 읽고 이야기하기 쉽게 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인류사라는 점이다.
과거를 알고 미래로 나아가는 자는 과거에서 무언가를 배워 미래에 써먹을 줄 안다. 도구 사용, 언어 사용, 직립보행,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 사피엔스가 사피엔스이기 위해 선택한 선택들이 우리를 만들었듯, 미래 어느 시대에 또 사피엔스 종처럼 똑똑한 종이 나타나지 말란 법 없다. 유전 공학과 로봇 공학이 인간 본성을 해칠 만큼 심각하다면 사피엔스 종이 우위에 있다고 가장할 경우 제어할 무언가가 아무도 없다는 게 가장 문제다. 다른 생명체들이 글을 읽을 줄 안다면 이 책을 보면서 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모의를 시작할 것 같다.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또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관련 분야를 많이 읽은 독자는 저자의 결론이 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얻는 게 단 하나 뿐이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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