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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3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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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7쪽 | 356g | 136*195*20mm |
ISBN13 | 9788971847077 |
ISBN10 | 8971847077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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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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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기 전까지 꼭 한 번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러한 소망, 모든 경우의 수마다 다채로운 무한의 사랑, 그 사랑에 대해, ‘말해’, 내면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존재는 꿈틀거리며 속삭인다. ‘너는 언젠가는 그러한 이야기를 써야만 해. 너는 너만의 사랑에 완전히 몰두하겠지만 그것이 세상에 드러날 때 그건 즉시 모든 인간들의 사랑 이야기가 되어야만 해. 그러한 사랑이 너를 구원하고 세상의 사랑을 깊게 할 거야.’ 아지즈 네신이 말하고 있는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는 내 이러한 소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욕망하게 한다. 그래서 내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줄 수 있는 의미를 격렬하게 확장시킨다. 이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 속에는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사랑이 하나 포함되었다는 예감이 든다.
‘풍자’와 ‘해학’의 국민 작가로 잘 알려진 아지즈 네신의 작품을 읽는 건 해질 무렵 바닷물에 반사되는 햇살의 살아있는 무늬를 즐기는 것처럼 눈부시고 따스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지즈 네신이 살아온 삶의 무게와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터키에서 무려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체제와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하며 이백오십여 차례의 재판을 견뎌낸 훌륭한 지식인이며 약자와 소수, 억압받는 개인을 옹호한 인권 운동가였으며 몸소 출판사와 출판사를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외면하는 사회에 맞써 싸운 투사였다. 그는 스스로 손가락이 여섯 개라고 말하면서 항상 손에 펜을 놓지 않고 쉼없이 작품성이 뛰어난 많은 작품을 써내려간 것으로도 유명한 작가이며 이백 개가 넘는 필명으로 엄청난 양의 글을 생산해낸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어린이들과 고아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통해 얻어지는 인세는 모두 그가 세운 ‘네신 재단’을 통해 고아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풍자’를 완성하는 건 웃음이 아니라 그 풍자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다. ‘풍자’는 불합리, 모순, 억압, 시련, 저항, 투쟁 등의 비극적 낱말과 가깝다. 우리는 풍자가 단웃음이 아니라 쓴웃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웃을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울음’을 경험해야만 한다. 개인은 영혼과 신념으로 거대한 권력과 맹목적 집단과 무신경한 대중들과 싸우고, 선동하고, 투쟁하고, 희생해야만 한다. 거기에서 풍자는 피와 고통을 뒤집어쓰고 태어난다. 우리는 풍자를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웃음’을 상투적으로 쉽게 소비하지만 그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이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과 시선을 두지 않는다. ‘해학’의 상황에 너무나 익숙해졌을 네신의 삶, 자신의 삶을 해학으로 승화시킨 네신의 삶을 생각하면, 웃음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 담긴 ‘사랑’은 이제까지 알려져 있는 네신의 면모와는 좀 다른, 격렬하고 치열한 사랑이다. ‘사랑을 한다’라는 의미에는 ‘낭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타인의 사랑을 바라보는 건 낭만적일 수 있겠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은 늘 치열한 결핍과 격렬하게 끓어넘치는 감정과 정상을 넘는 도취와 몰입으로 이루어진다. 여섯 편의 사랑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공감과 그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자신만의 사랑에 대한 열망과 가치를 생각하게 만든다. 쉬운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쉬운 건 사랑스러울 수 있지만, 사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고 아지즈 네신은 꼿꼿이 말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거대한 신념과 세계를 희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숭고한 이야기, 오랜 방황과 시련과 시행착오 속에서 마침내 사랑을 얻었지만 그 사랑에 잠식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것이냐 아니면 그 사랑 속에서 자신을 얼마나 지켜가면서 상대방과 공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처절하고 아픈 융화를 담아낸 섬뜩한 이야기, 자신의 삶의 목적과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사랑과 욕망을 결합해 계속해서 가치를 추구하는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끝없는 이야기, 순간을 통해 영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 관한 희생과 자기파괴의 이야기, 완전하게 소유하고 서로를 탐하지만 그 내면의 의미에 도사리고 있는 치명적인 허점과 사랑의 단계적 변태에 관한 묵묵한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직업이며 일이며 자기 생의 존재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에 대한 뜨거운 평생의 이야기, 네신이 표현한 사랑 속에 우리가 경험한 사랑과 우리가 꿈꾸는 사랑이 있는가를 경험하는 건, 우리가 꿈꿀 수 있고 또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랑의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서를 통해, 사랑은 확인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 아지즈 네신의 책을 누군가에게 권해주고자 할 때 나는 약간의 당황을 경험한다. 네신의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기에도 적절하고, 청소년기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걸맞기 때문이다. 독자층이 폭넓다는 의미는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에 담겨 있는 주제나 의미가 인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울림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눈높이를 가지고 있는 네신의 작품이야말로, 가장 건전하며 또 한편으로는 불온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출간될 네신의 다른 작품들을 기대한다. 우리는, 이제 막 네신의 빙산의 일각을 만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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