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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정판매
발행일 | 2007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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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153*224*30mm |
ISBN13 | 9788990220639 |
ISBN10 | 8990220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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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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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나이가 되었다. 스스로를 어른이라 생각하기에 이제 타인이 된 청소년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때, 청소년에 속해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그 단어는 어딘가 어색했다. 타인, 그것도 소위 기성세대에 의해 지칭되는 소속에 대한 단어로 청소년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전적 의미는 소년과 청년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하니 여전히 그것이 규정짓는 시기에 속해 있지만 그 단어가 주는 상반된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제 내게 청소년이라는 소속감은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청소년이라는 단어의 상반된 어감이 무엇인고? 하니, 쉽게 흥분하고 좌절했던 사춘기 시절의 미숙한 추억이 하나이고, 색다른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게 한 무한한 가능성의 충만함이 또 다른 하나이다. 일순간 떠오른 기발한 생각에 들뜨기도 하고, 사회를 보는 시각도 자못 날카로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 때. 하지만 이내 그런 관념은 가족과 학교 등 조직의 균형에 막혀 좌절감만 맛보게 했었다. 조금은 과장된 결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어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나는 패배감에 휩싸인 사춘기 시절의 추억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운 그저 그런 인간이 돼버린 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 때 어떤 행동을 취했더라면 이 비겁한 자격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또는 바른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적어도 사춘기 시절의 기억을 당당히 회상할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을 이 책, <바다의 풍경>(양철북. 2007)에서 발견한 기분이다.
바다. 그것도 공업의 항구가 아닌 자연의 형태를 가진 바다를 면한 섬마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청소년기의 성장과정과 그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기성세대의 장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것은 비단 청소년기의 성장 통이 아닌,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와 환경파괴와 집단이기주의 등의 세계화 추세의 문제 등을 청소년의 다듬어지지 않은 시각을 기성세대의 비겁한 현실안주에 대비해 나타내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학교를 관리의 장으로 바라보는 자들에 의해 문제아의 꼬리표를 단 소키치는 의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과거를 쫓기 위해 등교거부 중에 있다. 물론 소키치의 등교 거부의 이유가 아버지의 자취 찾기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막연히 느껴왔던 학교교육의 한계와 기성세대와의 대화단절에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광범위한 교육과정은 문제의식을 갖기도 전에 미리 정해진 결론은 내린다. 소키치가 사는 마을은 농부와 어부라는 직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멸종의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 허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은 당면한 현실조차 외면하고 있다.
공교육의 한계와 그로 인한 폐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떠한 결론을 내놓고 있는가. 변별력을 갖춘 시험제도, 사교육에 저항한 내신 위주의 입시제도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될 수 없음은 이미 명백하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허울일 뿐 그것은 결국 대입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고 그에 연계된 대학교육은 상아탑의 그것이 아닌 연봉 높은 직장에 맞춰가고 있다. 분명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을 감안한 느린 변화가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것이 지금의 세태임은 분명해 보인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때문에 어른들은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방황을 어린 시절의 치기로 치부한다. 철이 들면 그 시절의 방황은 시간의 낭비로 자신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서 말이다. 또한 이것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어른들의 변명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이제 더 이상 사춘기 시절의 긍정적인 방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이 필연적으로 벽에 부딪칠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성세대의 잘못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함을 몸소 느끼면서도 그것에 대해 항거하려 하지 않고 외면하는데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선생님이나 가족에게 사회와 학교에서 느낀 문제점을 제시 해봐도 수용은커녕 비웃음만 살뿐이 아닌가.
소키치와 그의 친구들이 겪고 있는 방황도 바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러웠던 것은 내게는 그 정도의 생산적인 비판을 내비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요즘의 아이들이 나약하고 버릇이 없다고 한다. 분명 이것엔 세대의 변화에 따른 문제의식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예전과 다르게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비하시키는 푸념일 수도 있다. 이래서는 청소년과 부모세대 간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 소키치가 발견한 사회의 이면을 살펴보자. 학교에 대한 막연한 문제의식과 아버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소키치의 학교를 떠난 사회에서의 산교육은 그에게 여태껏 알지 못했던 문제들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몰락해 가는 1차 산업, 직업과 부의 불균형, 그리고 환경파괴와 생산제일주의자들의 만행까지, 그것들은 그가 교과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혹은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실체를 인식하지는 못했던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길러준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신의 내면으로 번져 단절된 관계에 갇혀있었던 가족과 친구들과의 대화의 물꼬를 터주고 나아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 더불어 타인의 상처를 감싸 안을 줄 아는 사나이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소키치의 모험(가히 그리 부를만하다)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그가 뛰어나가는 길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지만 바다는 넓어서 어지간한 속도로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달음치지 않는다면 바다는 언제나 뒤처지지 않고 소키치를 감싸 안는다. 또한 그가 보는 태양은 바다에서 고개를 내밀고 숙인다. 어쩌면 바다의 풍경은 변하지 않는 가치인지도 모른다.
소키치의 치열한 방황은 이 책에서 끝을 맺지는 않는, 진행형에 있다. 그와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더불어서 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조차 혼탁한 세상에서 소키치가 찾는 올바른 길이란 보일 듯 말 듯 그를 애태우며 평생 그 뒤를 좇아 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내닫는 길은 아스팔트가 되었다 흙길이 되었다 하며 뒤로 물러나 그를 지치게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뛸지를 종잡을 수 없게 되기도 할 테고 사뿐히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도 산재해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서의 뜀박질은 결국 바다의 풍경에 녹아나게 된다. 소키치. 사춘기의 실패한 추억의 청소년기가 아닌 청년까지 아우르는 당당한 청소년기의 그가 바다의 풍경을 잊지 않고 언제까지 달려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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