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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6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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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314g | 153*224*30mm |
ISBN13 | 9788934925798 |
ISBN10 | 8934925795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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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마하르 카스트 출신이다. 내 아버지는 간신히 문맹을 면했고 변변찮은 막일로 가족을 먹여 살린 보잘 것 없는 노동자였다. 내 조상들은 불가촉 천민이었다. 그들은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오지항아리를 목에 걸고 다녔고 발자국을 즉시 지울 수 있게 엉덩이에 비를 매달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의 하인이 되어 이글거리는 태양 밑을 입에 거품을 물고 숨이 끊어지도록 달려서 관리들의 행차를 알려야 했다.” -296p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인 다무는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을 규정지어버린 달리트란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야말로 눈물겨운 투쟁을 전개한다. 물론 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하더라도 그가 달리트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달리트이기 전에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투쟁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전해주기 위해 헌신했다. 다무의 이러한 투쟁, 헌신은 결국 자식들의 인생을 자신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나렌드라 자다브를 비롯하여 다무의 자식들은 다무와 어머니 소누의 헌신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결국 신분의 제약을 극복하고 달리트로서는 꿈꿀 수 조차 없었던 위치에 까지 오르게 되었다.
책을 넘겨가며 다무와 소누의 깨어남의 과정과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식들까지 자신의 신분을 저주하고, 결국 체념하며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그림자마저 부끄러워해야 하는 달리트. 그런 영겁의 굴레에서 자식들만큼은 벗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나에게 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자식들에 대한 그들의 헌신과 그로 인한 자녀들의 성공이 아니었다. 보다 눈물겨운 것은 그들 스스로의 삶을 바꾸려는 치열한 투쟁 그 자체였다. 자신의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왔던 달리트란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이란 이름으로 강요되어왔던 모든 구속과 억압을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기 위해 모든 고통과 억압에 맞서 싸운 그들의 용기 그 자체가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그게 그들 속에 잠자고 있던 백조를 깨울 수 있었고, 결국 자식들에게 전혀 다른 삶을 전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2007년에 나온 직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전에 구입했던 책을 어디에선가 어느 순간 잃어버린 후 친한 사람이 다시 선물로 사주었는데, 1판68쇄였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팔렸다는 소리다. 이렇게 책이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각종 언론과 매스컴에서 이 책을 다루며 많은 홍보를 해준 덕도 있을 것이고, 출판사 자체의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인도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던 어떠한 막연한 환상과 동경(이 부분에 있어서는 류시화 님의 책임이 적지 않다.^^)이 책을 통해 상당 부분 깨진다는 신선함도 작용했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방법은 일정한 매뉴얼이 있을 정도로 획일화, 규정화되지 않았는가. 그 매뉴얼을 충실히 따른 책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받던 천민이 차세대 인도의 지도자가 되어버린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 주된 원인이 바로 교육에 있었다는 사실이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까. 물론 한 사람의 성공 과정을 보면 그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신분의 제약을 극복하고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미운 오리새끼도 백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화. 바로 거기에 한국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았을까. 이는 지금 불고 있는 오바마 신드롬과도 다르지 않다. 어찌되었든 그가 미국의 평범한 흑인이 아님을 잊고, 그가 선택받은 이라는 사실을 잊고, 다만 그의 성공만을 바라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 다무는 분명 특출한 재능도 그렇다고 재력이 넘치는 이도 아니었다. 평범한 달리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인도의 모든 달리트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교육과 자각에 대해 들려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바바사헤브(암베드카르), 토 마스터 등과 같은 정신적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분명 축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려, 자식들의 인생을 바꾸려 했다. 그 결과는 물론 성공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한다. 기득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결국 그 기득권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은연중에, 아니 적나라하게 책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독자들을 편안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이 기득권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 있다. 일단 기득권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기른 후 그 안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은 후 느낀 씁쓸함은 무엇일까. 국가가 자신의 생존과 국민에 대한 철저한 통제를 위해 만들어놓은 교육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 과연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다무의 노력과 그 자식들의 성공을 보며 만족해하면서도, 과연 다무와 같은 이가, 자다브와 같은 이들이 인도에서 얼마나 될까를 상상하는 것은 온전히 오버일까.
한국의 교육열이야 새삼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우리는 자신은 굶어도 좋지만, 자식만은 온전히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수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헌신과 희생 속에서 발전해왔다. 그것이 지금은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까지 어머니가 대신 관리해주는 수준까지 왔다. 누구를 비난하고, 누구를 칭찬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국가는 끊임없이 롤 모델을 제시하고 그 모델에 모든 국민들이 몰입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지금 처지를 비관하거나, 국가에 대해 반항심을 가지지 말고 일단 롤 모델과 같은 정도의 실력을 키우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잘 알지 않는가. 모든 여학생들이 김연아가 될 수 없고, 모든 남자들이 박태환, 박지성이 될 수 없음을. 이들을 뺀 나머지 한국의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이라는 통로를 통해 한국의 천민들은 신분 상승을 꾀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다. 하지만 이제 기득권은 그러한 통로를 조금씩 닫고 있다. 엄청난 교육비와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더 이상 한국의 개천에서는 용이 나올 수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소수의 용들은 남겨둘 것이다. 그래야 나머지 수많은 이무기들이 군소리 없이 따라올 테니. 대학은 자율화라는 개 같은 구호아래 교육의 불평등을 아무 제약 없이 추구하고, 노골적으로 교육 장사를 시작하려 한다. 소위 스카이라는 곳부터 지르고 있다. 돈은 가장 많은 것들이 항상 먼저 돈에 눈이 머는 법. 서민들은 더 이상 돈 많은 엘리트 집단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교육에 생명을 건다. 자식의 과외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들이 이 시대에 과연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보았는가. 그런 피눈물 나는 일들이 인도가 아닌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신도 버린 사람들”은 비단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점차 더욱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돈”이라는 신에게 버림받고 있다. 점차 권력은 소수에게 쏠리고, 나머지 달리트들은 로또와 같은 인생의 역전을 꿈꾸다 죽는다. 그리고 한두 명의 성공 케이스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또 그렇게 죽는다.
교육으로 인생의 역전을 노리던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다무와 소누 같은 부모들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교육을 사업으로 인식하고, 그 사업의 흑자를 내기 위해서 기득권은 더욱 더 교육을 더럽힐 것이다. 그렇게 더러운 교육의 수혜를 받은 이들은 역시 사회에 나가 또 다른 이익 창출을 위해 활약할 것이다.
희망은 있을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시대이지만, 나는 다무의 한 마디를 가슴 속에 품어본다. 그래도 꿈은 꾸어야 하기에.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연구를 많이 해도 길거리의 사람들을 돕지 못한다면 전부 낭비일 뿐이다.” - 342p
오지, 미지의 세계, 미개한 나라 등 글로벌 세계의 어두운 부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오지나 미지의 세계, 미개한 나라는 특별한 탐험이나 경험, 그리고 자원개발과 관광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21세기 밀레니엄 시대 인간들.
아프리카 오지, 남미의 오지, 그리고 티벳이나 이집트 등 미지의 세계, 그리고 일부 미개한 국가-여기서 미개하다는 의미는 인권측면의 관점에서도 그렇지만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것보 포함된다-들이 있다. 하지만 오지도 미지도 아닌 미개한 국가, 첨단산업의 발전과 부국강병의 탈을 쓴 이면에 미개함을 가지고 있는 나라 바로 '인도'다.
이 책 <신도버린 사람들>은 인도의 '불가촉천민'에 대한 이야기다. '불가촉천민'이란 말 그대로 가까이 하거나 접촉할 수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천민이라고 표현한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불가촉천민, 즉 '달리트' 출신으로 인도의 절대적 신분제도를 무너뜨리면서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는 불가촉천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역임했으며, 푸네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다.
힌두경전 '리그베다'는 인간의 계급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 경전에는 우주의 본질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 푸루샤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의 입은 사제인 브라만이 되었고 팔은 군인계급인 크샤트리아, 허벅지는 상인계급인 바이샤, 두 발에서는 노예인 수드라 계급이 탄생했다.
이로써 인도에서는 바르나제도, 즉 사성제의 신분계급(카스트 제도)이 존재하게 됐으며, '달리트'라고 하여 바르나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일명 '아웃카스트'인 불가촉천민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가 신분제에서 벗어난 후 저자의 아들과 손자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의 아버지는 20세기 말고 21세기 초 인도의 대 변혁기에 신분제 철폐운동에 동참한다.
1891년 인도의 평등혁명을 이끈 사람이 마하르 집단에서 태어났다. 영국 군대에 설치된 마하르를 위한 학교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바바사헤브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박사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수백만 달리트의 삶에 큰 감동과 영향을 주었다. 다모다르 룬자지 자다브로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다무라는 애칭으로 통한 자다브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을 이루어냈다. 암베드카르 박사의 가르침에 고무된 그는 카스트 제도의 독재에 맞서 일어섰다. 이 책은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정말 이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됐다.
학교에서 불가촉천민 아이들에게는 마른 소똥이 필요하니 그것을 구해오도록 시키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자시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기뻣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랐고 구해온 소똥을 아이들의 몸에 바르게 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일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어도 신분제의 벽때문에 임금의 차이가 있었고 밥도 바닥에서 먹어야했으며, 물 한모금 함께 마실 수 없었다.
불가촉천민들은 아우런 이유없이 모함을 당하고 두들겨 맞기 일쑤였으며, 머리도 자를 수 없었고 목욕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1950년 1월 26일 공화국을 선포하는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의 폐지를 선언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신분과 종교를 근거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문화하였다.
불가촉천민들은 그들의 침이 땅을 더럽힌다며 목에 걸고 다니라고 강요받았던 오지그릇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러운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려고 궁둥이에 매달고 다녔던 빗자루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카스트의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책 <신도버린 사람들>은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의 일대기적 이야기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신분제 철폐를 위해 어떤 일을 했으며, 또 주위에서 벌어지는 불가촉천민들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감동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미화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저자의 가족력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도에 대한 모습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카스트제도에서 성공이라는 열쇠를 거머쥔 저자에 대해서 감동의 드라마라고 표현하기 이전에 놀라움과 경악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지금은 인도가 IT대국으로 발돋움하고 가능성 1위의 나라로 전세계 이목이 집중돼 있지만 신분제 철폐이후에도 아직까지 그들의 삶속에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든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희망도 찾아오지 않는다. 희망이란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숨어있기 마련이다.
마하르를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게 뭔 놈의 전통이야? 그런 비인간적인 전통은 개나 물어 가라고 해, 나는 그런 전통 따위는 지키지 않겠어. 나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말로만 권리인 발루타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어쩔건데? 나를 죽이이라도 할 건가?(40쪽)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소설같은 가족력에 대한 이야기에 인도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도에 대한 관심이 큰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인도인의 문화와 삶, 정치, 역사, 경제에 대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고 저자의 삶 자체가 역사인 듯 하다.
<신도 버린 사람들>은 도대체, 빨리 읽혀지지 않는 책이다.
너무도 다른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말지만, 그럼에도 책장은 더디 넘어간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어찌보면 강대국의 속국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녔기에,
우리나라를 억압했던 이웃나라보다 '신사적'으로 생각되는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이기에 '민주' '자유' '권리'라는 단어가 우리보다 익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눈으로는 글자를 들여다보면서도, 머리로는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이 낯설어 쉽게 그려지지 않는데,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 다무와 소누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하기만 하다.
<신도 버린 사람들>는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가 번갈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 글이다. 다무와 소누를 통한 불가촉천민 계급과 그 계급이 속한 사회에서의 역할 등이 그려지는 한편, 카스트로 대변되는 인도의 계급사회, 사회 등이 표현된다. '다무'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암베드카르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계급투쟁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소누를 통해서는 전통결혼 등의 사회상, 가족제도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그려진다.
부모가 이룬 가정을 통해서는 계급의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한 가족사가 그려지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삶의 투쟁사가 그려지는, 어찌보면 사회과학 도서에서나 엿봄직한 내용이 364쪽에 걸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면, 인도중앙은행총재, 재무장관 등의 신분을 갖게 되는 나렌드라 자다브와 그 형제들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부모의 그늘에서 '잘' 자랄 수밖에 없었던, 어찌보면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동안 몇 쪽씩 읽은 끝에 겨우 마지막 책장을 덮긴 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장을 뒤적이게 만드는 책이 <신도 버린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면,
세계화라는 거창한 구호 속에서 고용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빈익빈 부익빈 현상은 심화되어 가고 있어
빈자는 대대손손 빈자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한숨이 여기저기 새어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 속에서
다무가 암베르카드에게 듣고 신성시 했던 '교육을 통해서 자녀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상대적인 빈곤의 상처가 너무도 큰 우리 사회에서
뭔가 '희망'의 끈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너무 큰 소망일까....
오늘도 꿈과 소망을 갖기 위해
다 읽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음미할 내용이 너무 많은
<신도 버린 사람들>을 뒤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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