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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2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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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460g | 153*224*20mm |
ISBN13 | 9788987175195 |
ISBN10 | 8987175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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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현대사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박정희 소장이 군인반란을 일으킨 것이 1961년 5월 16일이고, 전두환 소장이 중심이 된 신군부가 광주 학살을 저지른 것이 1980년 5월이다. 이명박 씨의 검찰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이 비극을 당한 것도 2009년 5월이었다. 문득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서 펼친 책에서 느낀 생각을 독서 일기 형식으로 적어보았다.
첫날 1~112쪽까지 읽고 느낀 생각
이 책의 초판은 1994년 9월에 발간되었다. 내게 있는 책은 2005년 10월에 발간된 초판 16쇄이고, 내가 구입한 것은 이명박 씨가 청와대에 살던 시절에 검찰의 핍박을 받고 노무현 대통령이 목숨을 끊어야 했던 2009년 5월이었다.
사실 나는 현직 정치가에 관한 책이나 자서전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자서전을 읽고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이명박 씨에 대한 분노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의 발로였다. 하지만 책만 구입했지 읽지는 않았으니 달리 할 말이 없다.
오늘 버스를 타고 긴 시간을 갈 일이 있었기에 우연히 들고 간 책이 이 책이었다. 버스에서 책장을 넘기면서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못미라고 했던가? 권력과 검찰의 마수에서 그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한편 글에서 진솔한 마음이 느껴져서 정치적인 입장과 관계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첫 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양심고백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변호사로 개업하던 초창기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왔다고 한다. 남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라 합의만 하면 끝나는 사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사건을 접수하자마자 바로 남편을 면회하고 왔다고 한다. 만약에 고소를 한 아주머니가 고소한 사람과 합의가 되어 고소가 취하되면 수임료를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남편과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고 며칠이 지난 뒤에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고소를 한 사람과 합의를 했다면서 수임료를 돌려달라고 했단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법을 보여주며 거절을 했다고 한다. 사건에 착수(피의자 면담)하면 수임료를 돌려줄 수 없다는 수임약정서를 보여주니, 아주머니는 기가 막혔다. 아주머니는 제발 돌려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법은 강자(변호사)의 편이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은 수임료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아주머니는 울먹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변호사는 그렇게 해서 먹고 삽니까?"
그때 아주머니가 한 말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슴을 찔렀다고 한다. 돈 몇 푼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울린 자신의 행위가 두고두고 부끄러웠고, 이런 일들이 뒷날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계기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나름의 속죄라고 할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일은 고백하기 힘든 자신의 치부가 아닌가? 악덕변호사까지는 아니겠지만 인간적으로 치사한 행위이다.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그밖에도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과 그로 인한 소소한 실수까지도 감추지 않고 실려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이 비극을 당해야 했던 것이 대한민국의 지난날이었던 듯하다.
둘째 날 113~162쪽을 읽고 느낀 생각
이 책은 모두 4부로 되어 있는데, 오늘 3부까지 읽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노무현 대통령은 진솔한 사람이고,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 점 허물도 없이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도 인간적인 약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런 것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반성을 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결혼 초기에는 영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휘어잡을 수 있느냐는 동료들의 말에 진반농반으로 이런 말도 했다던가.
"조져야 해. 밥상 좀 들어달라고 하면 밥상을 엎어버리고, 이불 개라고 하면 물 젖은 발로 이불을 질겅질겅 밟아 버리는거야. 그렇게 해야 꽉 잡고 살 수 있어."
설마 그렇게야 했겠는가? 중요한 것은 젊은 시절 자신의 자세가 그랬다는 것을 가감 없이 고백하고, 그것이 잘못임을 깨닫는 과정까지 기록했다는 것이다.
떠난 뒤에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리워지는 사람이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씨는 그 반대인 경우인 듯하다. 학창시절의 나는 이승만 씨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그가 비록 잘못은 했지만, 그것은 아랫사람들이 그의 눈과 귀를 가린 탓이고, 실제의 그는 평생을 애국과 애족으로 살아온 애국자였을 것이라고…….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알면 알수록 이승만 씨는 그 자신의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판 사람이라는 것이 보였다. 그 행적에 비하면 하와이 망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순진함과 함께 판단력도 느꼈다. 14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패하고 정계 은퇴를 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다음 대선에 출마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은 절대로 안 나간다고 확약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말을 믿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김대중 대통령은 15대 대선에 출마했고, 당선이 되어서 대통령이 되었다. 나는 그 무렵에 김대중 대통령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는데,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옳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만큼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나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진실한 글인지 가식적인 글인지는 어느 정도 파악한다. 교단에 있던 시절에 평가를 위해서 학생들의 글을 자주 보다 보니 문장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글이 진심인지 가식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나의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능력은 평가할 수 없지만, 최소한 글에 거짓이 없다는 것은 느껴졌다.
이 책에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영삼 대통령 등 여러 인물에 대한 인물평이 가끔 나왔다. 이 글을 쓴 시점은 1994년이니, 약 30년 전이다. 지금은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세 분이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그 무렵에는 세 분 모두 왕성하게 활동을 하던 시기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아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가는 정확한 듯하니, 판단력은 훌륭하신 듯하다. 그렇게 인물을 정확히 파악하는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가 그런 인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은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싶다.
셋째 날 163~240쪽을 읽고 느낀 생각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 것은……. 첫날부터 언급했지만 그의 치적보다는 솔직한 성품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고급 가방을 갖고 등교한 부유한 친구에게 시기심을 느끼고 그 친구의 가방을 칼로 찢은 것, 고교시절 술과 담배를 피우며 방황한 것, 과수원을 만들기 위해 김해농업시업장에서 감나무 묘목을 훔친 것, 울산에서 노가다 일을 하다 밥값을 떼먹고 도망친 것, 노동을 하다 이빨 2개가 부러져 치료를 받던 중에 미모의 간호 보조원에게 연정을 품은 것, 공사장에서 아주머니들에게 음담패설을 한 것도 부족해서 그녀들을 향해서 방뇨를 한 것, 초임판사 시절에 개인적인 감정으로 피의자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 인권변호사가 된 것도 사명감보다는 어찌 하다 보니 되었다는 것 등 이건 뭐 모범생이나 의식이 있는 인권변호사의 이미지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자서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숨길 흑역사일 텐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이렇게 쓰고 있다. 아마도 선천적으로 정직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인가 보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것이니 자기 자랑을 할만도 한데, 그가 고시계(고시생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 발표했다는 고시합격기를 보면 너무도 진솔하다. 영웅적인 모습을 거의 표현하지 않은 것은 겸손이라고 쳐도, 자기처럼 상고를 나올 것이 아니라 대학을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 것은 의외다.
"학력은 의미가 없다. 나를 봐라. 상고를 나왔지만 고시에 합격했지 않나."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시쳇말로 더 폼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졸업자의 유리한 점을 거론하면서 가능하면 대학에 진학하기를 권하고 있다. 고시계에서 원고를 청탁한 이유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고시 합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는데 편집자는 어쩌면 실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쓸 당시의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에 실패하고 암담한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 그는 성공했을 때 자랑하지도 않았지만,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도 않았던 듯하다. 그런 분이 그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을 당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부분을 존경하고 지지하지만, 죽음의 선택만은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작년에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 속에서 만신창이 되었던 조국 전 장관이 생각났다. 아무튼 조국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의 몸을 지켰으니 그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의혹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용기가 고맙기만 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글쎄……. 종교, 지역, 정치는 토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대화가 안 되는 것이 정치라고 하던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감동적으로 읽을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펼쳤다고 하더라도 반감을 더 많이 느낄지 모르겠다. 정치적인 관점과 관계없이 국어교사였던 나의 판단으로 볼 때 이 책은 글쓰기의 교과서 같은 내용이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2009년 5월 23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하산하다가 들었다.
그때 우리 뒤에는 누군가의 위령비가 있었는데,
그 위령비와 노무현 대통령의 부음을 들으면서 어떤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우리 일행은 정치적으로 각각 생각이 달랐지만,
모두 머리를 숙이고 그분의 명복을 빌었다.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이런 마음을 지니는 우리 국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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