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저널리즘의 미래’에서는 대중이 더 이상 기성 언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짚어본다. 저자는 그러한 위기가 인터넷 웹진, 뉴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 신종 미디어의 등장 때문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저널리즘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정치 논리에의 굴복 내지 타협, 선정적 상업주의, 직업윤리 상실 등으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대중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널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웹사이트 등에 일부 무책임할 수도 있는 이런저런 사실을 올리거나 기분 내키는 대로 발언하는 것, 그 이상을 말한다. 잘 숙련되고 전문성을 갖춘 기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는 자세는 요즘 같은 디지털 소음, 정보 스모그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러한 저널리즘의 전통을 되살릴 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저널리즘이 이제 한물갔다는 말은 무성한 소문일 뿐 정확한 게 아니다. 신문의 경우 매일 대문 앞에 배달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종이 인쇄와 가가호호 배달 방식에서 탈피할 수도 있다. 기자란 말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콘텐트 공급자’로 바뀌어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던 잡지나 단행본 출판도 사라지고, 지금 인기 있는 TV 리얼리티 쇼로 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살아 있는 훌륭한 안목, 용기가 뒷받침된 취재와 탐사기획, 정확한 분석을 담보한 날렵하고 멋진 스타일의 글쓰기는 결코 낡아 빠지거나 유행을 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미덕을 두루 갖춘 취재와 보도는 더욱 가치를 인정받게 마련이다. 수요는 점점 느는데, 이를 채워줄 공급이 점점 줄어든다면 더더욱 그렇다. (본문 45쪽)
제2장 ‘저널리스트의 자질’에서는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과 품성에 대해 얘기한다.
첫째, 그 사회와 시대의 증언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인간이 연출해내는 위대한 성취의 순간을 함께하며, 사회 부패와 정치 부패에서 보이는, 즉 인간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타락 앞에 용기 있게 입을 열라는 것이다.”
둘째,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의 디테일에 마음을 활짝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그대 같은 젊은 저널리스트가 마음을 활짝 열어둔 채 그토록 복잡다기하거나, 때로는 극과 극을 달리는 모순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은 결코 상대주의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O. J. 심슨 살인사건을 둘러싼 소란스런 재판 과정을 떠올려보자. 왜 당시 흑인들과 백인들이 분명 똑같은 물증을 함께 보았는데도 결론은 한결같이 정반대일까? 심슨 재판 과정은 백인과 흑인이 각각 다르게 보는 두 개의 현실이 충돌하는 장소일지 모른다. 그것도 현실이다.”
셋째, 인간으로서 항상 따뜻한 가슴을 유지해야 한다. 흔히 취재 대상과 항상 ‘저널리스틱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객관성, 공정성이란 말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이란 인간의 풍부한 감성?감정을 꼭꼭 틀어막아버리는 것이 결코 아니다. 거꾸로가 맞다. 감성?감정의 물꼬를 터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도와야 한다. “엄청난 비극의 순간에는 당장 받아쓰는 메모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하지 말고 함께 흔들리라고…… 물론 기자는 항상 뒤쪽에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게 항상 최우선인 것은 아니더라고요. 우리 가족들이 그런 비극적 상황(9?11 테러)에 빠졌다고 가정해보죠. 그때 해야 할 것은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드는 일이 아니겠어요?”
넷째, 소속집단에 대한 충성을 버려라. 저널리스트란 독립적인 존재요, 생각과 판단의 망명정부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그가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할 대상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기자 직능, 자신의 신념체계, 독자?시청자들뿐이다.
‘도덕적 기자’란 직업윤리에 충실할 뿐이며, 따라서 소속집단의 충성서약으로부터도 독립된 망명정부인 셈이다. 동시에 연민과 감정이입에 풍부한 인간적 품성을 유지하는 기자 상이야말로 젊은 언론인 지망생인 당신이 간직해야 할 모습이다. (본문 98쪽)
3장 ‘취재하기’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들을 지적한다. 눈앞의 사실들에 현혹되어서는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 눈과 귀 뒤편에 있으며,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영역까지 파고들어가 사건?사고나 인간 행위에 들어 있는 본질적인 원소를 캐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펼쳐진 사건?사고를 정치나 문화사의 긴 흐름과 함께 포착해내야 한다. 소설가나 심리학자가 인간 내면을 탐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관찰하기, 치밀하게 바라보기, 마음의 눈으로 재구성하기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당신 어머니가 ‘얘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말해도 일단 확인해본 뒤에 믿어야 한다.” (본문 106쪽)
4장 ‘기사쓰기’에서는 주제 파악→취재→윤곽 잡기→추가 취재→원고 정리→수정으로 이어지는 쓰기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들을 설명한다. 쓰려는 기사의 주제 하나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기사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기, 그 결과 하고 싶은 말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기사 쓰기, 이를 위해 쓰기 전에 윤곽을 잡아보기 등등. 무엇보다 말하려는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소설가이자 스포츠 분야의 명기자인 젠킨스는 훌륭한 기자란 무엇인가를 놓고 다음과 같은 역설을 말한 바 있다. “들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멋진 말에 일단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기사를 쓸 때는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기사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그런 멋진 말도 가차 없이 뽑아내버릴 줄 알아야 한다.”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도 이와 흡사한 말을 속이 시원하게 뱉어본 바 있다. “겉으로만 멋진 말 따위는 사정없이 죽여버려라.” (본문 203쪽)
5장 ‘경력 관리하기’에서는 저널리스트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경력 관리법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 살기’다. 《뉴욕 타임스》 기자직을 그만두고 논픽션 작가로 전업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메이저 신문에서 폼 나게 일하는 것만이 저널리스트의 유일한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진짜 저널리스트는 단지 기사로만 말하지 않는다. 저자가 논픽션 단행본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자기가 쓴 글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져야 비로소 살맛이 난다는 점에서 기자는 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물론 속사정을 보면 개인적 삶을 사는 것이겠지만, 사회적 영역과의 얽힘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 기자로서의 당신은 보호망이 없지 않다. 명망 있는 언론사라고 하는 회사가 당신의 보호망이다. 지면 제작과 방송 활동이 그 안에서 이뤄지니 온실 안에 갇혀 사는 셈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온실을 나와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당신만의 언어 혹은 당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다. (본문 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