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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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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4쪽 | 376g | 148*210*20mm |
ISBN13 | 9788983712271 |
ISBN10 | 8983712279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북토크 11월 30일(토) 오후 2시
2024년 10월 31일 ~ 2024년 11월 28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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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봄이면 엄마를 졸라 산으로 들로 나물 캐러 다니고, 여름이면 할머니댁에 가서 냇가에 나가 손가락만 한 고기를 잡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가을이면 나무에 열린 사과를 따서 씻지도 않은 채 우적우적 씹어 먹고, 겨울이 되어 하얀 눈이 내리면 입을 벌리고 내려오는 눈을 받아먹기도 했다. 그땐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니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겨우 20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일 하나를 먹어도 몇 번씩 씻어내고, 그것도 의심스러워 껍질을 벗겨야만 먹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채소 하나를 먹어도 잔류 농약이 남아 있을까 봐 걱정하면서 먹어야 하는, 말 그대로 먹거리가 인류를 위협하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수많은 식품 첨가물과 이름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이름의 유해 물질들로 인해 먹거리가 고민거리가 된 위험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 '세계 환경 시계'에 대한 믿고 싶지 않은 기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환경재단이 전세계 환경오염에 따른 위기 정도를 시간으로 나타낸 '세계 환경 시기'가 올해는 9시 33분을 기록했다는 것. 이것은 지난해보다 2분 정도 빨라진 것으로, 199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환경재단은 12시를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한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9∼12시 사이면 '매우 불안', 6∼9시 사이면 '꽤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1992년 첫 조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7시 49분이었던 것이 16년이 지난 지금 2시간 가까이 더 지나 9시 33분이 된 것이다. 15년 만에 두 시간 정도가 빨라진 것으로 추측해 볼 때 앞으로 10년, 적어도 15년 뒤에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환경이 재앙을 몰고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웰빙(welbeing)을 외치고 로하스(lohas)를 논한다 한들 자연 앞에서는 모두 사치요, 낭비일 뿐이다. 결국 사람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환경을 이용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환경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방법을 써도 환경을 지배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또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환경에 지배당하며 살아가야 한다. 환경에 지배당하는 것이야말로 환경과 가장 친하면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환경은 우리가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한한 에너지와 먹을거리, 즐길거리, 놀거리를 제공하는 아주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편한 것을 찾고, 더 좋은 것을 찾는답시고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하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훼방놓고 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만큼 아둔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번 훼손된 환경은 웬만해서는 되돌리기가 힘들다는 것!! 그래서 환경의 반란을 우리는 재앙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경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단체만의 노력으로 개선되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두가 하나되어 힘써야만 되돌릴 수 있다는 데서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알고 있고, 그래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귀찮다는 이유로, 또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했던 생각 없는 행위들이 환경을 아프게 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저자는 새로 옮겨간 사무실에서 빌딩 증후군(화학 물질 과민증)을 지독하게 앓으면서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매일 먹는 음식을 비롯하여 목욕 용품, 화장품, 옷을 비롯한 주거와 사무 환경을 모두 친환경을 바꾼 뒤에야 자신을 괴롭히던 만성 두통과 피부 질환 등에서 해방되었음을 깨닫고 환경 관련 사업으로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 이 책이 진실성이 느껴지는 이유도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지식이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생활 지침이자 당부라는 데 있다.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라, 어류는 조심해서 먹어라, 먹이 사슬의 아랫부분을 먹어라, 설탕이나 탄산음료, 기름에 튀긴 음식, 가공 식품 섭취를 줄여라, 플라스틱 용기를 추방하라, 천연 유기농 소재로 된 옷을 선택하라, 천연 소재로 된 여성 용품을 구입하라 같은 생활 지침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라, 재활용해라, 친환경적 방식으로 청소해라, 건강에 좋은 가구를 비치하라, 일회용품을 거절하라,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하라 등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환경을 보호하고 아낄 수 있는 지침들로 이루어진 이 책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환경 지킴이가 되어 있을 것만 같다.
이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편안함과 간편함만 추구해서는 환경을 살릴 수 없다. 내가 조금 불편한 만큼 환경이 살아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환경이 제 몸을 희생해 가며 우리에게 준 물질적 풍요를 이제 우리의 생활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갚을 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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