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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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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432g | 130*187*20mm |
ISBN13 | 9788974255367 |
ISBN10 | 8974255367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7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무리 오랫동안 함께 했던 개라지만 가족보다 더 소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가족을 버리고 개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 전개되는 스토리를 읽어나가며 나와 생각이 다른 주인공의 행동이 너무 무모하고 한심스러워 보였다. 그런 식으로 무작정 집을 나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애완동물을 길러보지 않고 갱년기를 겪어보지 않은 내가 주인공의 마음을 함께 나누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페이지를 급하게 넘기면 넘길수록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입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생각은 온통 주인공에게 닿아 위험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안쓰러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도 지금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인지는 몰라도 하나하나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 치다꺼리에 정신없이 산다. 갱년기를 느끼기엔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 다 그대로 두고 훌쩍 여행 한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영영 가족을 버리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해봤다. 정말 남편에게 아무 기대가 없고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이 내 맘을 몰라준다 해도 돌아오지 않을 가출은 꿈도 못 꾸었는데 주인공의 용기가 대단하다.
집을 나와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마지막 거처로 ‘오루리마을’을 선택한 그녀. 텔레비전도 전화도 장식품도 화장품도 아무것도 없는 집. 벽에는 그림 한 점 없고 음악도 흐르지 않는 공간. 오로지 개와 체온을 나누는 것이 전부인 그 곳에서 가장 진심어린 평안함을 느낀다. 체념도 각오도 아닌 무언가를 가슴에 담고 개와 단 둘이 서로 의지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매 순간이 보석처럼 귀중한 시간이라 말한다.
외롭고 두렵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여자로 봐주지 않는 남편보다 엄마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보다 외로운 것이 차라리 나은 것일까? 아직도 쉽게 이해되진 않지만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꼈다. 어쩌면 나의 미래상일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하지만 부정할 수만은 없는 우울한 추측을 해보게 된다. 아내와 엄마, 주부의 굴레에서 과감히 도피해 여자로서의 생을 선택하고 안정을 찾고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편하게 소설 하나 읽어야겠다고 집어든 책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인생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게 하고 나의 미래를 미리 바라보게 하고 주인공의 외로움에 함께 울게 만드는(당황스러웠다) 묘한 매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날은 젖먹이에 이제 갖 두돌을 지난 첫딸을 데리고 사촌결혼식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에대해 남편과 심하게 싸운날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애들을 돌보는 1년만이라도 애경사를 빼달라고 요청했던지가 겨우 육개월이 지났을때였고, 그간 한번도 빠짐없이 집안 대소사를 챙겨왔었다. 이번만이라도 쉬고 싶었고 사람들앞에서 젖 내놓고 물릴수없어 숨어서 수유를 하고 싶지않았다. 게다가 딸들은 장염으로 계속 설사중이었다. 남편은 내 부탁에"어떤 며느리, 엄마도 당신처럼 그러지 않아!" 배신감에 펑펑 울던 그날 나는 이책을 읽었다.
" 아이를 죽인개"
50대 전업주부인 타에코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친구 포포는 온순하고 사람을 잘따르는 레트리버 종임에도 불구하고 옆집아이를 물어 죽이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옆집 아이로부터 끊임없이 위협과 공격을 받아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해결방법은 눈에 봐도 뻔한, 타에코는 한사코 반대하며 맡선다.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 거듭된 교배로 사냥견임에도 공격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자신이 인간이라 믿는 포포가 아이를 물어죽이자 가족들은 포포에 의지하는 타에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포포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포포가 절대 해선 안되는 그의 생리상 할 수없는 일을 저지른 상황이 타에코의 가까운 미래에 닥칠 상황과 꼭 맞아 떨어졌다.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는 두딸과 남편을 위해 '나'라는 존재는 잊은채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살아야만 하는 타에코 그녀는 남은 여생도 그렇게 살아만야했다. 아이를 죽인 개 포포를 데리고 도피행을 한 사실은 가족들이 생각하기엔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일이었다.
"도주"
그녀가 결혼해 신혼집을 꾸미고 장녀를 낳으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요코타초 4번지를 뒤로하고 노견 포포와 도주를 강행한다. 20여년간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과 두딸을 부양하며 알뜰하게, 집안을 잘 정리하고 바쁜 일상으로 살아왔던, 간혹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로 나가는 이웃 여자에게 나는 할 수없는데에 대한 반발의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던 그녀가 가족을 등지고 도주를 한 그때 수중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남편의 인감과 통장뿐이었다.그마저도 그녀 몰래 고향집 근처에 넓은 땅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 둔 비자금이었다. 남편과 딸들, 그들은 "나"라는 존재는 접어둔채 남편만을 믿고 아이들을 키우며 헌신한 중년의 타에코와는 달랐다. 다 큰 딸들은 엄마에게 냉정하게 갱년기를 운운하며 직언을 서슴치 않았고, 근종을 제거한 뒤 여자로서 끝났다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며 고통도 정신력으로 이겨내라고 하는 남편. 그 누구도 가장 가까운 가족이 아니었다. 포포는 달랐다. 그녀 곁에서 그녀의 감정을 읽고 반응해주던 포포는 그녀에게 가족이었다.그녀는 그런 포포를 위해 가족을 뒤로한채 떠날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거처"
그녀의 뒤를 쫓는 가족과 기자, 세상의 눈길을 피해 힘든 여정을 뒤로 하고 결국 그녀는그녀와 포포만이 함께 하는 깊은산속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 그녀도 포포도 떠나올때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살이 빠져 푹패인 볼과 눈초리에는 주름이 새겨졌다. 포포도 도피행중 일으킨 또다른 상해사건을 저지르고 숲에 들어온뒤 야생짐승들을 사냥해 먹어치우는 야성을 갖게된것이다. 그렇게 그녀와 포포는 예전 일상과 멀리 떠나 점점 변해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왜 그토록 큰 일을 저지른 포포를 데리고 도피행을 선택했는지 물음에 답하게 된다. 가족들도 소용없었다. 포포가 죽는다면 같이 죽으려 했던 그심정을 뒤를 밟아 찾아온 기자에게 혼잣말 처럼 고백하게된다. 그녀의 눈부신 청춘의 날도, 대학에 진학해 남편을 만나 결혼한 일도, 기나긴 육아기간동안 두 딸을 키워냈지만 딸들이 자신의 품을 벗어나자 그녀의 인생은 모두 물거품처럼 깨져버렸다. 그런 인생을 스스로 버리고 어렵게 다른 인생을 걷기 시작하려던 그때 그녀의 파트너 포포를 잃을 지경에 이른다.여느 대형견처럼 빨리 늙어 움직임도 둔해지고 앞을 잘 볼수없게 된것이다. 지금에 이르기 까지 지나온 모든일이 꿈처럼 느끼던 그때 그녀는 포포가 죽음에 이르는 길을 함께 하겠다고 결심을 한다. 어쩌면 포포의 삶이 그토록 타에코의 삶과 닮았는지 글의 종반부로 넘어가면서 안타까움에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살고있다고 생각했다. 전공을 살려 든든한 직장에 취직해 편모를 즐겁게 해드렸고, 성실하고 착한 남편을 만나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딸도 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쪼개고 쪼개어 직장도 가정도 쳐지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 너무 힘들게 달렸는지 둘째아이를 낳고는 지친 나를 위해서 없는 엄살도 부려야지 하고 남편에게 1년만 쉬게 해달라는 요구에 되려 모진 비난과 이기적인 사람이란 소릴 들어야했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설움이 배가 되어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지 회의감에 쌓였다. 정말 나는 행복하긴 한걸까. 하는 생각으로 글 속의 타에코가 결국은 "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허나 그렇다 한들 애들을 잘 키워내고 집안일과 직장일 모두를 잘해내고자 하는 목표에 변함이 없을 거란걸 알아선지 더욱 서글펐다. 남편도 자식도 언젠가는 모두 저만치겠지. 책을 읽은뒤 마음이 무겁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한다. 또 하루를 몇조각으로 쪼개고 쪼개 바쁘게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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