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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2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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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쪽 | 346g | 264*227*15mm |
ISBN13 | 9788982815980 |
ISBN10 | 8982815988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프리다는 프리다, 너는 너!
프리다를 닮고 싶어하는 내 딸에게--
매미는 뜨거운 햇볕에 매맞는지 맴맴...시끄럽게도 울어대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고 어느새 도서관으로 향하는 우리 온 몸에서 땀들이 송송 솟아오르고 있었어.
제대로 여름을 느끼며 겨우 도착한 도서관은 곳곳에 얼음이 박혀 있는 듯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의 더운 몸을 감싸 안았지.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책 있는 곳으로 잽싸게 달려간 너와 나는 어린이 책 서가 비슷한 곳을 빙빙 돌며 책을 찾다가, 으흠~우리 두 쌍의 손이 책 한 권 앞에서 만나게 되었어.
<프리다>
초등학교 2학년. 위인전을 슬슬 접하게 해 주어야지 하는 때인데, 프리다 칼로의 위인전은 어른들, 청소년을 위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너에게 적당한 책을 찾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그 때, 내 눈에 이 책이 띄었던 것이고, 이 책을 집어 든 나의 손 위에 너의 자그마한 손이 슬그머니 얹혀졌지. 보통은 네가 책을 스스로 고르고, 나는 한 두 권 정도 덤으로 ‘엄마의 초이스’ 선으로 고르게 되는데, 그게 겹치는 일은 별로 없었지.
그런데, <프리다>를 보고서는 나와 너의 마음이 통했나 보다.
나는 <프리다>를 너의 눈높이에 맞게 보여줄 책을 발견해서 기쁜 마음이었고, 너는...필시<프리다>의 강렬한 표지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일 테지.
물소 눈썹에 강인한 얼굴, 그 한가운데 형형한 눈빛을 한 살아 있는 눈의 프리다를 보고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없었을 테지.
누구라도 그녀의 실제 모습(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마음을 빼앗긴단다.
#그림책 속으로
어린 프리다가 나오니 너의 시선이 저절로 책 속으로 향하는구나. 일곱 살에 소아마비라는 장애로 절름발이가 된 프리다. 딸만 여섯을 둔 프리다네 집에서도 프리다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을 듯 해.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 상상 속의 프리다를 불러 내어 같이 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 사진 작가인 아빠에게서 붓을 사용하는 법,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대. 관찰하기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너와 닮은 점이 많네? 그러다 열 여덟 살이 되던 해에 버스, 전차의 충돌 사고로 프리다는 거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지. 프리다는 절망했을까?
아니야,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눈으로 본 것 위에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려 나갔어.
그리고 프리다만의 그림을 그렸지. 어때, 그림으로만 봐도 프리다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
이 책에는 프리다가 나고 자란 멕시코의 코요아칸이라는 마을이 소개되지. 그 곳은 다리가 불편한 프리다의 온 세상이나 다름없었겠지. 멕시코의 민속 예술품에 나오는 재미난 모습의 해골과 작은 악마, 귀여운 표범이 그림책 곳곳에 숨어 있는 거, 혹시 찾았니? 프리다가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것들이니 프리다의 그림에도 그대로 녹아 있음직하지 않니? 프리다의 그림을 볼 때, 잘 찾아보도록 해.
짤막한 글과 강렬한 색의 환상적인 그림들이 한 눈에 쏙 들어오지?
표지 그림을 보고 완전 반했듯이, 책을 다 보고 나서도 프리다의 삶이 네 머릿속에 콕 박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거야.
프리다 만세! 프리다 영원하라! 라고 쓴 문구를 들고 서서 프리다를 응원하는 저 캐릭터의 무리 속에 너도 끼어들고 싶지 않니?
#프리다의 그림에 대한 감상
자, 프리다의 그림을 보았을 때, 너는 무엇을 느꼈니?
“그림 속의 프리다는 웃고 있지 않아.”
“많은 고통을 당한 것이 그림에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
책 말미에 소개된 프리다의 그림-<원숭이가 있는 자화상>, <내 마음 속의 디에고>, <목걸이를 한 자화상>, <디에고 리베라의 초상화>를 보고 너는 이렇게 말했어.
그렇지.
프리다는 강인한 여성이었어. 고통 속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나갔지만, 그 고통이 그림에 대한 열망에서 그녀를 끌어내릴 수는 없었어. 프리다는 ‘엑스보트’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어. 엄마도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된 거야. 자기가 아플 때는 자신을 위해 엑스보트를 그렸대. 마술 같은 장면을 그린 다음 그 밑에 글을 써 넣는 것을 멕시코에서는 많이 그렸대. 아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 같은 거랄까? 프리다의 간절한 기도는 그녀의 그림에 힘을 불어 넣었어.
네가 본 것처럼 웃고 있지 않는 물소 눈썹의 프리다는 실제로 많이 아파했던 거겠지.
그렇지만,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면서 그림으로 그려냈던 거야. 끈기와 열정, 불굴의 의지의 화신이라 할 만하지 않겠어?
집에 있는 프리다의 그림 중에서 네가 따라 그린 그림 있잖아.
그 그림을 처음 본 네가 “괴물”이라고 말했지.
괴물을 직접 따라 그려 본 소감이 어땠어?
정말, 그리기 싫을 만큼 징그럽고 무서웠니?
아니지?
괴물은 자신도, 타인도 납득할 수 없는 존재를 말하는 거야. 도저히 인간이 아닌 어떤 것. 중국의 <산해경>에 나오는 온갖 괴물들처럼 머리가 둘이거나 다리가 하나이거나, 머리가 아예 없고, 눈 코 입이 몸통에 달려 있는...기이한 형상을 한 것들. 영화 <에이리언>에 나오는 에이리언처럼 입이 얼굴을 다 차지하고 있는 생물 같은 것 말이야.
그렇지만 프리다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마음 속에서 “자꾸 들여다 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솟아오르는 걸 느끼게 될 거야.
그래...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여러 대의 화살을 맞은 흔적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사슴이 무섭기는커녕, 아픈 사슴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프리다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거야.
힘없고 여린 자기 자신을 애서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당당한 사람으로 나서고 싶었을 거야. 네 말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아픈 마음이 조금씩 치유도 되었겠지.
그걸 바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다‘라고 하는 거야.
#프리다를 따라 하고 싶다고?
그래. 훌륭한 인물의 삶을 보면 꼭 따라 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지.
그래, 프리다의 어떤 점이 닮고 싶은데?
프리다의 개성 있는 그림?
프리다의 강인한 정신력?
일생 동안 그녀를 지탱했던 그림에 대한 열정?
현실을 이겨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그렇지. 배울 점은 참 많아. 닮고 싶은 점도 많지.
그렇지만 프리다는 그녀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야.
네가 프리다를 따라 하고 싶다고 프리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프리다는 프리다의 길을 따라 가다 보니 훌륭한 인생을 완성한 것이고, 너는 너의 길을 찾아 가야 너다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
엄마는 누구를 닮은 삶을 사는 너를 바라지 않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니?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어?
아직까지는 여러 개의 꿈을 먹고 사는 너일 수 있어. 그러니, 그 꿈을 최대한 많이 누리렴.
프리다가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자리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지, 누군가를 따라 했기 때문이 아니었어.
네가 네 얼굴에 물소 눈썹을 그리고 두 명의 너를 심장으로 연결시키는 그림을 그린다고 너를 칭송해 주겠니?
그저, 잘 따라했다고 감탄이나 하겠지.
위인전이나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를 읽는 까닭은 다양한 삶의 모습에서 배울 점만을 취하기 위해서야.
누구를 따라 사는 것은 너를 속이는 짓이지. 너는 너를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하는 거야. 엄마는 너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너의 그 자그마한 손으로 꼭꼭 눌러 닮은 그림을 그려내거나 모양 좋게 비슷한 그림으로 바꾸어 내 놓는 것은 너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어리니 “모방”의 단계라고 치자. 프리다도 어렸을 때는 많은 그림을 따라 그렸으니. 그렇지만, 점차 너의 그림을 그리고, 너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비교하거나 누구 닮았으면 하고 절대 강요하지 않을게.
프리다는 프리다의 삶을, 너는 너의 삶을 살면 그 뿐!
한 권의 책을 통해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내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착한 채원이, 순수한 채원이.
엄마와 함께 할 날 동안 엄마의 날개와 그늘 아래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본 다음, 세상에 나아가렴.
당당한 프리다의 모습만은 닮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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