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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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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9 제7회 올해의 책 선정도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저/정일 그림 | 샘터 | 2009년 05월 13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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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423g | 150*210*20mm
ISBN13 9788946417489
ISBN10 89464174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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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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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저 : 장영희 (JANG YOUNG HEE,張英姬)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첫 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전도사...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첫 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내 생애 단 한번』,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다시, 봄』,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Crazy Quilt』 등의 에세이를 냈다. 『슬픈 카페의 노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종이시계』, 『스칼렛』, 『톰 쏘여의 모험』, 『피터 팬』, 『살아있는 갈대』, 『바너비 스토리』 등 2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2002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 [조선일보]에 칼럼 ‘영미시 산책’을 연재하던 중 암이 발병했지만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담은 시들을 독자에게 전했다. 2006년, 99편의 칼럼을 추려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엮은 시집 『생일』과 『축복』을 출간해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깊은 우정을 나눈 김점선 화백을 먼저 떠나보냈으며 두 달 뒤인 5월 9일,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57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까지 독일과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는 물론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지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독일 쾰른아트페어, 스페인 SAGA, 일본 도쿄아트엑스포 등 국제아트페어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까지 독일과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는 물론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지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독일 쾰른아트페어, 스페인 SAGA, 일본 도쿄아트엑스포 등 국제아트페어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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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35, 「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추천평

이 책 속의 글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뒤로 물러남이 없다. 폭포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힘찬 소리로 떨어질 때 같은 힘이 문장 속에 숨어 있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새겨 두고 외워 두고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냇물처럼 흘러 강을 이룬다. 읽다 보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뭔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고 싶게 만든다. 이 글을 쓴 그는 이 세상에 희망을 퍼뜨리는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신경숙 (소설가)
지난번 만났을 때 방사선 치료로 식도를 다쳐 음식을 삼키는 것이 칼을 삼키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그의 글도 마찬가지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 넘치는 글을 우리들과 나누기 위해서라도 계속 오래 버텨야 한다고…… 함께 기적을 믿는다.
신수정 (피아니스트)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서 30여 시간 만에 구조된 93세의 이탈리아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면서 공포를 이겨 냈다고 한다. 장 교수의 글쓰기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칭얼대지 않고 오히려 흥얼거리도록 만드는 마법의 뜨개질이다. 한 올 한 올 정성으로 뜬 스웨터를 입고 나들이하면 까부는 바람쯤이야 제풀에 잦아들 게 뻔하다.
주철환 (前 경인방송 대표)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의 벽을 쌓아갈 때 장영희 선생님은 괜찮다고, 눈물 또한 삶의 일부이며, 어쩌면 행복의 작은 씨앗일지 모른다고 위로해 준다. 울먹이는 등을 토닥이는 따스한 손길을 느끼게 된다.
최영아 (아나운서)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작정 사람을 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곧 깨닫게 된다. 그 상처 또한 사람으로 인해 치유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위안을 받는다.
박경림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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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언제나 기분좋은 희망의 글~~
평점10점 | c******2 | 2009-07-03 | 신고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언제나 나라는 사람이 너무 심술쟁이에 욕심쟁이 같이 느껴진다. 내가 많은 것들을 손에 쥐고 더 많은 것들을 얻지 못해서 불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워 진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 (count your blessings)” 라는 영국속담을 이야기 하고 있는 그녀 앞에서 난 자꾸만 숨고만 싶어진다. 나는 좀 게으르고 잠이 많다고 남편에게 좀 야단맞기는 하지만 몹쓸 만한 사람은 아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을 낸다고 하지만 난 역시나 게으르다. 하지만 그녀의 희망을 글들을 읽고 있으면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도 될까라는 마음이 든다.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 희망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 어여쁜 세상을 난 이렇게 허비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다시 열심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겨난다. 오늘도 내일도 나만의 내공의 힘을 기르기 위해 매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고 싶다.

 

그녀의 글이 희망을 얘기하지만 삶에 대한 의연함을 또한 말해주고 있다. 아등바등 이 삶을 살아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가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진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얼굴에 나이가 묻어나는 것도, 가끔은 날 놀라게 하고 속이기도 하는 세상도 하하 웃어버리면서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삶의 여러 가지 소리에 둔해지기 보다는 의연해 지는 것인가 보다. 고난과 힘듦 가운데서도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의연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끔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조급해지면서, 불안하고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불편하게 만드는 기가 막힌 재주가 있다.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내가 또 왜 그랬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견딜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마다 남편은 내게 숨 한번 크게 쉬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늘 말해준다. 난 그제서야 심호흡을 하고 조금은 긴장한 마음을 달랜다. 이런 내게도 그런 상황에서 하하하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웃으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숨을 크게 쉬시고, 한번 웃고 나면 해결될 겁니다라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 어서 다가오기를 소망해본다.

 

좋은사람이라는 글을 보며 좋은 사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시켜주기 위해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요즘은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대답은 들어 본적이 없다. 이미 20대의 후반을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사람은 현실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 착한 사람, 유머 있는 사람은 있어도 좋은 사람은 없다. 크면 어떤 사람이 될래 라는 질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답하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좋은 사람들이 묵묵히 희망을 말하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난 편하게 살고 있다. 오늘은 꼭 누군가에게 넌 좋은 사람이야라고 칭찬을 하고 싶다.

상대방의 반응은 왠지 뜨겁다기 보다는 갸우뚱 하겠지만 그만한 칭찬이 또 있으랴. 누구에게 그 말을 해야 할지 고민고민 해봐야겠다.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녀의 글이 나는 좋다. 삶이 마냥 아름답다고만 말하지 않고, 삶의 아름다움과 어두움을 모두 이야기 해주는 그녀의 솔직함이 나는 좋다. 언제나 사람냄새가 진동을 하는 그녀의 글이 나는 좋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그럴 바에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게 더 좋다라고 이야기 하는 그녀의 당당함이 나는 좋다. 너무나 멀리 있어 잡을 수 없는 희망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희망이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희망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나는 좋다.

 

 

" 저 치열하고 아름다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3 댓글 1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우리에게 남겨진 기적
평점10점 | k******8 | 2009-06-25 | 신고

  우리는 늘 기적을 꿈꾸며 산다. 내일 아침 눈 뜨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기적,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던 그이가 맘 고쳐먹고 내게 '귀환'하는 기적, 우연히 산 로또가 대박나는 기적...기적의 사전적 정의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또는 신(神)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기적을 바란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기적'을 몰아내고 타자화한다. 내겐 닿을 수 없는 무엇. 남루한 일상과는 거리가 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할 무엇. 

  얼마 전 출간된 로쟈님의 책에서, 타르코프스키 영화 <희생>에 대한 짤막한 리뷰 부분 - "기적 없는 기적" 이란 소제목의 글을 읽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산더는 신께 '기적'이 일어나길 빌고, 다음날 아침 기적에 대한 답례로 자신의 모든것을 바친다. 알렉산더가 확인한 기적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기적'이었다. '(3차대전-세계의 종말-에 맞서) 오늘과 같은 하루가 내일 또 주어지는 것이, 그가 모든것을 걸고 소망했던 '기적'이었던 것이다. 로쟈님은 덧붙인다. "만약에 당신이 이 '기적'같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지 않았다면, 아직 당신의 삶은 기적이 아니라 투어에 가까운 것이리라. 바라건대 당신 스스로가 '기적을 행하는 자'임을 믿을 것이며 세상은 너무도 많은 기적으로 충만해 있음을 믿을지어다"  

 故 장영희 선생님의 '기적'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선생님은 오랜 투병생활을 끝내고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낸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살아온 날의 기적'이라 적었다. 곧바로 "다시 그런 기적같은 삶을 살기가 싫다. 기적이 아닌, 정말 눈곱만큼도 기적의 기미가 없는, 절대 기적일 수 없는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떠시지만 말이다. 선생님의 병이 감쪽같이 낫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하루하루 역시 기적이었을거라고 믿는다. 아직 완성형이 아니어서 장선생님을 기억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충만한 기적. 

  우리는 늘 평범함/다수/주류를 근거로 끊임없이 타자화를 시도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작년 어느날 <내 생애 단한번>에서 처음 장선생님 글을 접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잘 못쓰지만 여느 '멀쩡한'사람들보다 더 씩씩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에 "아 정말 대단하시구나.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사실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한 끔찍한 타자화의 결과였다. 다리를 못쓰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어떻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이런' 사람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 멀쩡한 난 뭐야?! 

  다시 책장을 넘긴다. 이번엔 '대단하다'라는 느낌보다, 좁은 편견에 갇혀있었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선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몸의 불편함'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사람의 '타자화'였음을. 몇 개의 글을 제외하면 이 책에 '다리가 불편한 것'을 알려주는 '증표'는 없다. 오히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시련과 굴곡, 놓치기 쉬운 일상의 아름다움이 가득할뿐. 책에서 느껴지는 선생님은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의지의 한국인'보다는, 남들처럼 좌절도 하고 푸념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로도 받고 또 어찌어찌 살아갈 힘을 추스리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단지 조금 더 감사해 할 줄 아는. 

  한달에 한번. 샘터에 연재했던 글을 엮어놓은 책이다. 여러편의 글에서 선생님은 미리 써놓지 않고 닥쳐서야 쓰는, 그것도 소재를 찾지 못해 끙끙거리는, 별로 '멋지지 않은' 일상을 풀어놓는다. 대개 어찌어찌 우연히 일어난 사건들이 소재가 되고, 그렇게 한편의 글이 써진다. 자신의 '예쁘지 않은 면'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솔직함이 여기 실린 글들의 매력이다. 한껏 짜증이 나서 동료 교수가 보내준 '좋은 말'들에 하나씩 토를 다는 모습, '젊음'앞에서 주눅들어 '레인보우 마끼'대신 나이든 사람들이 먹는다는 '프라이드 마끼'를 먹고 변명하듯 '나이 듦'에 대해 풀어놓는 모습, 자기는 단지 '의심하기 귀찮아서' 남을 잘 믿는데, 한번은 덜컥 중국한 '부세'를 '굴비'인줄 알고 바가지를 썼다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사람좋고 넉넉한 중년 여인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누구나 저마다의 산을 오른다고 했던가. 장영희 선생님은 분명 많은 곡절을 겪었고,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선생님의 삶이 주는 감동은 "자, 잘 봤지? 너희들도 나처럼 역경을 잘 딛고 일어서라고!" 이런 영웅의 훈계가 아니다. 때론 비틀대고 때론 주저않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어찌어찌 견뎌가는거 아니겠냐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 때로는 슬픔, 때로는 기쁨을 나누며 그렇게 같이 견뎌보자는 토닥임이다.  당신이나 나나 때론 싸우고 화내기도 하는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러면서 또 돕고 마음 나누며 사는 이 인생이 바로 기적 아니겠냐는. 

  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장영희 선생님이 당당할 수 있는것은 여러모로 지원해줄 수 있었던 가족들과 괜찮은 사회적 지위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스스로 결핍되었다느 느끼는 내게는, 타인의 어둠은 보이지 않고 밝은 빛만 보였던게다. 나는 이것이 없는데 저사람은 있네..그런식의 비교는 스스로를 '마음의 불구'로 만든다. 선생님을 당당하게 만든 것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굳은 의지라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타인에게 '힘'이 되는 것은 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보살피는 행위이기도 한 것임을.  

  익숙한 이름에 유달리 故자가 많이 붙는 2009년이다. '삶'이 있으면'죽음'이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지만 구체적인 개인의 죽음은 늘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고인의 명복일 빈다, 라는 말은 얼마나 헛헛하고 쓸쓸한지. 죽음 앞에선 늘 말이 없어진다. 선생님의 희망, 선생님의 기적들은 이제 남겨진 우리의 몫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8 댓글 3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슬픈 날들에 읽는 감사와 희망의 언어들
평점10점 | s*****7 | 2009-06-01 | 신고

 

2009년 5월......지나고 나면 이 잔인한 계절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졸지에 전직 대통령도 `자살할 수 있을 정도로 모진 나라'의 국민이 되었고, 자해공갈단을 연상시키듯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 시위는 답답해진 가슴에 쉴틈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가지수는 북한의 핵위협 쯤이야 이미 면역이 돼 있다는 듯,  별 영향이 없음을 과시하고 정치인들은 6월의 국회에서 또 미디어법으로 한판 붙을 요량이다.  지난 5월은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하였다.

 

어렸을 적 우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약자가 존중받는 세상, 가난한 이들도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정의롭다라고 배웠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배웠고 상상했던 그 어린 시절부터 실제 세상은 정의롭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단지,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정의로웠을 뿐이었을까?  이제 나이가 드니 세상사의 굴곡에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나를 느낀다.

 

그럼에도, 사는 동안 5월의 기억들은 아름답지 않았던가?  푸르른 초목이 아름다웠고, 봄바람이 제법 시원해질때가 되면, 5월엔 푸른 잔디밭에 누워 하늘만 봐도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나의 짧은 삶 가운데 5월은 그래도 가장 평화로웠던 날들의 기억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제 해마다 5월이 오면 그 앞에 슬픈 기억들을 떠올리며, 황망히 떠나보낸 사람들을 눈물속에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저 봉화 마을의 부엉이 바위에라도 올라 지켜주지 못한 사람을 애타게 불러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서강대 영문과 교수, 뛰어난 번역가, 영어 교과서 저자, 아름다운 문장가, 에세이스트, 평생 목발을 애인처럼 끼고 다닌 사람, 서양화가 故 김점선의 친구.  이 슬픈 5월에 우리가 떠나보낸 사람 가운데 한명, 故 장영희 교수에 대한 프로필이다.   내가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였던가?

 

2000년 초 대학 졸업반 시절이었다. 자취방 공동 화장실엔 샘터라는 잡지가 항상 놓여 있었다. 이름만 들어보고 한번도 제대로 읽어보질 않은 그 책에서 우연히 그녀의 글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잡지 뒤편에 단발머리, 초롱한 눈망울, 어색하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내 생애 단 한번>이라는 그녀의 단행본 광고였다.  그 잡지는 한 달 내내 거기 있었고, 나는 매일 그녀의 얼굴과 수필집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에세이따위엔 관심 없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독서 편력기인지라 장영희와 그 책과의 조우는 그 후로 몇년이 지나야만 했다.  아마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던 희망과 설레임 가득한 어느 봄날이었을 것이다.

 

그 후 장영희의 카페에 가입했을때, 나는 무료로 신간을 나눠준다는 말에 혹하여 주소와 이름을 그곳 게시판에 남겼다.  신청자가 많아 만원이 넘어가는 하드커버의 신간을 보내줄지 의문이 들었지만,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소포 하나가 와 있었다.  보낸 사람엔 서강대 장영희 교수 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 받은 책이 장영희 선생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자다.  책의 첫 장을 펴들자 "새 봄 새 희망 새 숲의 향기 전하며 "라는 메세지 밑에는 그녀의 사인과 함께 앙증맞은 스티커 별 하나가 붙어 있었다.  생에 처음으로 저자의 사인이 들어간 신간서적을 선물로 받았다.  아, 그때가 2005년 4월 3일이다.

 

그로부터 4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2009년 5월 9일 장영희 선생님은 이 눈부신 5월,  결코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뒤로 하고 떠나셨다.  오랜 투병 생활 가운데 그러나 유고(遺稿)를 다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녀는 마치 독자에게 던지는 유언처럼 두툼한 단행본 한 권을 또다시 세상에 헌정했다. 요며칠전 출퇴근길 기차안에서 4년전 생면부지의 독자에게 책이라는 가장 귀한  선물과 희망의 메세지를 남겨주었던 고마운 사람의 마지막 글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내가 남의 말만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한 것은 몽땅 다 망했지만,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120

 

펀드 열풍에 무턱대고 든 펀드의 손실액은 어디 하소연도 못한 채 흔적 없이 내 마음속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어느 마음 따뜻한 작가의 사인이 든 책 한 권은 4년이 지났어도 내 기억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걸 보면,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 책을 받은 후 몇년이 흐르고 이제 홀연히 작가는 이승을 떠났고, 책 한 권이 또다시 내 손에 쥐어졌다.  이제는 내가 직접 구해 읽은 책이다.  더 이상 그녀의 멋진 사인도, 귀여운 별모양의 스티커도 없는  책이다. 그러나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다듬은 원고는 내가 받은 또하나의 귀중한 선물에 다름 아니다.  이 황망한 계절, 책속에 가득한 감사와 희망의 언어들이 쉴새없이 나의 가슴을 위무(慰撫)하였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언어에도 희망이 담길 수 있고, 가식적인 사람들도 진실을 입에 담을 수 있지만, 그러나 언제나 좋은 글이라고 하는 것은 아름다운 삶에서 건져올리는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그것은 흉내낸다고 쓸 수 있는 언어들이 아니다.  진정 아름답게 살지 않으면 그러한 언어들은 독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마지막 책속에서 장영희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 않다. 그녀는 `내가 살아보니...'라는 경험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영어에 `한 개의 속임수는 천 개의 진실을 망친다'라는 격언이 있지만, 어쩌면 그 반대, `한 개의 진실은 천 개의 속임수를 구한다'가 더욱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속이지 않는 자'가 한 명만 있어도 `속이는 자` 천 명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224

 

삶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보다 많은 돈, 무소불위의 권력,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음식, 로또같은 횡재.   누구나 이러한 것들을 바랄 수는 있다. 그것은 나쁜 바람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지면 우리의 내면이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을까?   장영희는 말한다. 일상에서, 평범함 삶안에서, 희망과 감사를 체험하자, 라고.  물질적인 것에서 오는 행복이란 손쉽지만,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오늘 내가 내뱉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타인의 삶에 희망을 싹틔우고,  내가 행한 오늘의 작은 선행이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만 있다면, 진정 이 세상은 희망과 감사가 넘치지 않겠는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5월이 갔다.  슬픔을 남기고 이승을 떠나간 사람들, 어제까지 매일 신문,방송 지면에서 못된놈, 죽일놈이 되어야 했던 전직 대통령도 죽어서야 세상의 별이 되었다.  죽고나서야 그 진가, 그 보배로움, 그 아름다움을 깨치는 우리들이란 얼마나 어리석은가?   주위를 둘러볼때다.  소중한 사람들이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다.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배려와 친절, 사랑을 보여줄 때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장영희 선생님의 유고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으며 마음이 참 평온해졌다. 세상사 잘 헤쳐 나가기 위해 너무 약샥빠를 필요가 없겠구나, 깨닫는다.  5월, 그녀가 남기고 간 책 한 권에서 건져올린 감사와 희망의 언어들이 슬픔속의 나를 위로한다.

 

 

 

 

200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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