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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9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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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473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93941005 |
ISBN10 | 8993941009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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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2일 ~ 2024년 10월 24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는 포옹의 힘을 안다.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났을 때 대부분 침묵하는 편이다. 얼굴은 굳어지고 곁에서 누군가 왜 화가 났는지 물어도 묵묵부답 대꾸가 없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풀어줄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그 사람을 아무 말없이 꼭 안아준다면, 그 스킨십 하나만으로도 화난 마음은 어느 정도 풀어줄 수가 있다. 그렇게 포옹, 끌어안음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서른다섯 이후로 '할까? 말까?의 기로에 섰을 때는 무조건 하는 게 좋아. 왠 줄 알아? '할까? 말까?"는 기회야. 근데 사람은 저지르며 살아야 그릇이 커지거든. 서른다섯이 넘어가면 이미 저질러서 실패해도, 그걸 약으로 만드는 자정 능력이 있어. 나쁘지 않다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나를 바라보는 것도. 일단 넘어지는 게 중요하지." (20~21쪽)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나는 누군가 나를 꼭 안아준 것 같은 위안을 받았다. 내가 나 자신을 힘껏 끌어안는다? 그것도 힘껏? 내가 나를 끌어안는다는 건 신체적으로 볼때 모순이겠지만,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보다는 더 능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 제목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얼핏 책 제목만 보고는 수필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내 자아가 한층 성숙되고 든든한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막연히 들었다. 수필이라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인터뷰 여행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은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에세이다. VOGUE라는 패션지에서 '피처 에디터'라는 직함을 가진 김지수 기자. 인터뷰하고 글 쓰는 직업을 가진 그녀가 몇 년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았다. 파울로 코엘료, 박완서, 김윤진, 고현정, 유지태, 션과 정혜영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대답들, 더불어 그 속에서 나는 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열심히 찍어대고 있었다.
"길은 생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우선 목적지를 정할 것. 미련 없이 길을 나설 것. 일을 복잡하게 만들려 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다른 인간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과 교감함으로써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39쪽)
그녀가 직업 때문에 한 뼘 한 뼘 생을 밀고나간 사람들을 찾아나서며, 순환하는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여정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얻었을 깨달음은 어찌 보면 급여 외에 소중한 보너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너와 나의 뒤섞임 속에서 기사의 '주인공'은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아닌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나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났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주인공 양치기 소년처럼 삶의 보물은 생각치 못한 곳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생을 야금 야금 파 먹고 있던 내게 한 뼘 한 뼘 밀고 나갈 힘을 보태주었다.
싸움은 덜 사랑하는 쪽이 일으키고 사과는 더 사랑하는 쪽이 한다. (194쪽)
짜고 치는 고스톱일까 싶을 정도로 인터뷰이의 답변들은 완벽하고 멋져 보이기까지했다.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지식을 갖추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외적인 질문에도 해박한 지식과 광범위한 어휘구사력을 보이는 걸 보면 누가 써준 건 아닐까, 작가가 수정보완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갖게 만들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엔 열정이 담겨 있었고 인간적인 아름다움도 묻어났다.
윤원정은 김석원을 "웅변가"라고 하고 김석원은 윤원정을 "꼬맹이"라고 한다. "사랑은 선택이고 그 선택이 올바른가는 죽을 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웅변가의 철학이고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게 웅변가의 아내, 꼬맹이의 연설이다. (195쪽)
책은 크게 네 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봄은 위로가 필요한 사춘기의 당신에게, 여름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질풍노도의 당신에게, 가을은 사랑의 실체를 묻는 그대 여자에게, 겨울은 자아의 신화를 위해 길 떠나는 당신을 위해 인터뷰되었다. 인터뷰한 내용을 가지고 책을 엮은 건 일반 여성잡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상업적인 광고가 거의 반을 차지하는 현실과 비교해볼때 알짜배기 내용만 담겨있는 묵직한 느낌이랄까. 삽입된 전문작가의 인물사진은 인터뷰 내용의 현장감을 더했고 읽는 재미도 배가시켜 주었다.
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근사한 여자는 '당당함'이라는 옷을 입은 여자입니다. 그리고 당대의 디자이너 진태옥은 자신의 작품에도 이 모든 것을 반영하고 있다. (생략) "…그리고 어떤 형태이든 간에 로맨스는 당당한 옷을 입은 여자에게만 찾아옵니다." (212쪽)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 인생관, 사랑관 등 다양한 삶의 각도를 읽어내는 건 타인의 사생활을 캐내는 비인간적이고 무의미한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인생의 중반에서 삐그덕 거리고 있을 때 그들은 땀과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열심히도 살아왔구나, 가십에 시달리며 일거수일투족이 기자들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세상에서도 참 잘 버티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가 나를 인터뷰하자고 했을때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얼마나 거침없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의 상품가치는 얼마나 될까 되돌아보게 된다. VOGUE지의 김지수 기자와 함께 떠난 인터뷰 여행은 나름 유익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