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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발행일 | 2010년 08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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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48g | 153*224*30mm |
ISBN13 | 9788901110165 |
ISBN10 | 8901110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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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렇게 리뷰를 쓰기 전부터 지레 겁을 먹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너무도 솔직하고 투명하게 20대 중반들의 청춘과 인생의 고민을 담아낸 책인지라, 그리고 내가 바로 그 20대 중반인지라, 이 글이 "리뷰"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 혹은 "투정"이나 "푸념"이 될까봐 걱정스럽다.
그렇게 지금도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이 망설일 정도로, 이 책 "쇼콜라 쇼콜라"는 어렵지 않게 유쾌하게, 투명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우리 20대의 현실을,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자 아린과 단희로 보여주고 있다.
유머러스한 문장은 이 고민많은 현실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비록 뒤에는 씁쓸함이 감돌지라도, 읽는 내내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게 해 주었다.
졸업 후 내내 방바닥을 긁다 처음으로 지원사의 부르심을 받은
취업생의 비장함 비슷한 것이 엿보였다.
- p10 中
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졸업까지는 아직 1학기 더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취업전선에 들어가, 사실은 그 비싼 등록금을 4년간 내며 다닌 대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기에 저 문장에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토록 이 책에는 저런 문장들로 넘쳐난다.
방황하는 20대 청춘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문장들.
아린은 전형적인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자로, 동네 학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그리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신은 학원에서 일하는 걸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사실 진짜로 그 현실을 벗어나서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도 없고, 계속되는 실패에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그녀.
그런 아린의 집에 1살 터울 나는 사촌동생 단희가 들어와서 함께 살게 된다. 단희는 아린과는 180도 다른 성격의 여자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와 실패라는 것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이 대기업에 입사한다. 아린은 그런 단희가 부럽기도 하고, 단희를 볼 때마다 초라한 자신이 싫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단희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것.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단희는 어렸을 때부터 오직 공부만 했을 뿐, 친구들과 어울려본 적이 없어 사람 사귀는 데에 있어 서툴렀던 것이다. 회사원의 꿈을 이루었지만 그 '사회조직' 안에서 적응 못하고 겉도는 자신이 단희는 싫다. 그에 비해 사촌언니인 아린은 늘 핸드폰 연락이 끊이질 않고 7년을 사귄 남자친구도 있으며 그 외에도 친구들이 많아 단희는 그런 아린을 부러워한다.
각자 서로 다른 고민을 갖고 있지만, 그 고민은 20대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들로 바로 내가 그렇고, 내 친구들이 처해있는 상황 그대로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이야기 설정과 작가의 톡톡 튀는 듯한 유머감 넘치는 문장력에 깊이 빠지다보면 어느덧 주인공과 완전히 동화되어 함꼐 울고 웃고 고민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도 평범한 여자이기에 아린에게 완전히 감정이입되었다. 지금 이 곳이 아닌 분명히 더 나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도 겪은 실패가 두려워, 내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받게 될까봐 두려워 제대로 노력도 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는 그런 20대 말이다.
그녀는 배배 꼬인 피해의식을 무기 삼아
이제껏 실패라곤 겪어보지 못했을
저 반듯한 얼굴에 상처를 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패배감에 짓눌린 머리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 p122 中
그렇기 때문에 아린이 단희에게 까칠하게 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사실 마음속에서는 아린은 성공하고, 단희는 망하는 그런 결말을 바랄 정도였다. 지금의 나는 피해의식에 꽁꽁 싸여있기 때문에 엄친딸 같은 존재를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속에서 열불이 올라오는 것이다. '너희들도 실패라는 걸 맛봐야해' 라는 싸구려 피해의식.
그게 사실은 순전히 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내 자신도 알고 있고, 그래서 그걸 딱 꼬집어 말하는 단희가 밉기도 했고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
말로는 누가 못하겠는가.
이 문제로 몇날며칠을 떠들어도 아마 우리는 답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여자 나이 크리스마스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24, 25살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꺽인다나 뭐라나. 그 말에 따르면 나는 지금 한창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중이고, 이 다음부터는 아래로 꺽일 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꼭 그런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자들에게 '나이'란 참 민감한 문제이다. 제 나이 때 취직하고 제 나이 때 결혼하지 않으면 무슨 하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런 감각들은 우리의 신경을 더욱더 날카롭게 만든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해 얼마간의 돈을 모은뒤 서른이 넘어 노처녀 소리를 듣기 전에 시집가야 한다는 그런 초조함이 어쩌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에겐 굉장히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말이다.
20대 청춘의 고민을 다루었다고 해서 이 책에서 그 답까지 제시했다고는 기대하지 마라.
이 책에서는 단지 그런 고민의 단편을 슬쩍 비춰주기만 했을 뿐 자신의 길을 찾고 선택하고 걸어가는 것은 모두 자기자신이 해야 할 몫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린과 단희보다 내가 더 동생인 것도 그렇고, 그 흔한 말처럼 인생은 길고 할일은 많은 법이니. 내 자신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멀리 내다보는 법.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물론 이것 또한 말로는 누가 못하겠는가, 싶지만 책이란 것이 그래서 좋은게 아니겠는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통해 나와는 다른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보며 여러가지를 배우는 것 말이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인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아.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 p223 中
이 한문장에 나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다. "쇼콜라 쇼콜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이런 게 아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지금을 소중히, 열심히 고민하고 고민하다보면 나는 내 길을 걷고 있게 될 것이라는 그런 안도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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