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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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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32g | 150*210*20mm |
ISBN13 | 9788956601786 |
ISBN10 | 895660178X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4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정명 작가는 나에게 항상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가이다. 작가들이 신작을 발표하면 익히 알고 있던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이 연상이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지만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짐작을 항상 뒤집는 작가가 나에게는 바로 이정명작가이다.
<뿌리 깊은 나무>와 <비밀의 화원>으로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했는데 역사를 소재로한 팩선 작가로 알고 있다가 <악의 추억>을 읽으면서 바뀌었고 <천국의 소년>을 읽으면서 또 한번 그리고 이번에 <선한 이웃>을 읽으면서 또 한번.. 모두가 같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는 다양함과 생소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정명 작가의 신작은 기다려지고 이번에는 또 어떤 다른 이야기로 만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선한 이웃>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을 마치 무대위에 서 있는 배우들처럼 묘사한다. 어떤 시스템하에서 모든 상황들이 어떻게 짜여지고 그 짜여진 극본대로 나 자신도 모르게 연기에 몰입해가는 배우가 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 그때 우린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세상은 달라지겠지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권력 앞에 서슴없이 괴물이 되었던 사람들, 악은 그들의 정의이자 전부였다.. (책소개 중에서)
1980년대를 이야기하자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시위와 최루탄 그리고 눈물과 투쟁이다..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그 장면이었다. 요즘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 택시운전사등이 흥행을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첫 장면 시위대의 출정을 교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위진압요원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라는 궁금증과 더불어 맘을 무겁게 하는 내용과 맞닥드릴 것 같은 두려움에 읽기를 살짝 주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물의 이름이 소제목으로 나오며 그들의 싯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첫 이야기는 얼굴 없는 시위 주동자인 최민석을 검거하기 위한 요원들의 이야기였다. 결국 그들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최민석으로 추정되는 이의 손이 나온 흐릿한 사진만이 단서로 남게 된다. 작전의 책임자였던 김기준은 좌천 당하고 팀원들도 일선이 아닌 한직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이태주라는 연극 연출가의 이야기였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한 <줄리어스 시저>를 연출하여 연극계에 화려하게 등단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 공연의 대사 한 줄이 문제가 되어 연행이 된다. 그리고 그는 풀려났지만 동료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방황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김진아.. 그녀와 <엘렉트라의 변명>을 준비하며 재기에 힘쓴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단편집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과의 연관관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연극이 뭐라고 생각해? 그건 잊힌 것들에 대한 기억이야. 우리가 한때 기억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무엇, 우리는 그걸 연극으로 되살리는 거야. 우리가 선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동시에 악하다는 것. 어설픈 행운 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 끝없이 고통당할 거라는 것.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남으리란 것. 그래서 우리가 숭고하면서도 비천하다는 것 말이야.,,(p69)
그리고 다음은 여배우 김진아의 이야기였다. 그녀가 연극을 시작하고 몰입하게 되었던 이야기.. 그리고 특이한 극단에 들어가 연기연습생이 되지만 결국 그녀는 중간에 좌절을 하게 되고 삼류 에로 연극의 여주인공으로 활동을 하다가 이태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작전 팀장이자 요원이 김기준이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그들이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김기준은 흐릿한 손이 나와있는 사진을 근거로 다시 최민석을 잡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다시 작전을 수행한다. 그의 작전의 그림중에 이태주가 준비하고 있던 <엘렉트라의 변명>이 있었고 그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이태주와 김기준의 서로 다른 싯점으로 묘사되는데 그것이 또 다른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결국 이 모든 연극의 총지휘는 관리관이었다. 그리고 최민석은 가공의 인물로 다시 태어나 시대의 영웅 대접을 받게 되는게 여기에 또 다른 반전이 보여진다..
그렇다, 빨갱이를 잡고 좌익분자를 색출하는 일은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민석을 쫒기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최민석을 쫒았다. 그냥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제대로 일하는 방식이었다. 회사원들이 정시에 출근을 하고. 신속하게 목표를 정하고. 정확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효율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여짜는 것처럼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정보를 글어보으고, 분류하고. 가공하고, 용의자를 추료내고 의심 가는 인물을 미행하고. 혐의가 확실한 자들을 추적했다. ..(p144)
범죄를 규정하는 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야. 강요에 따랐든 자발적이었든 간에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범죄는 범죄야. 선의의 거짓말도 , 어쩔 수 없는 범죄도 없어.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그냥 악일 뿐이라고. (p246)
한때는 법관과 문학가의 길을 꿈꾸었던 김기준이었기에 이태주를 뒤를 밟으며 자신과 동일시해 보는 모습을 보인다. 그를 취조할때에도 마치 서로가 생각하는 문학에 대한 가치관과 이념을 토론하듯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에는 시대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선한 의도로 행했던 일들이 악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악행을 선한 의도로 탈바꿈 시키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저 평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조직에 이용되면서 철저한 악의 구도로 변하게 되는 것 ..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려는 모습..그렇게 소멸되며 이용당하고 있는 힘 없는 개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 시절로부터 지금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외형만 많이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을 그저 그대로인 것 같은 것이 현실이다.오히려 그때 보다 더 교묘하게 분열되고 또 다른 이상 집단들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더욱 복잡한 악의 현실이 되 버린건 아니가.. 항상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더 행복한. 더 정의로운.. 그런 삶을 추구하지만 하드 웨어가 아닌 소프트 웨어는 점점 더 척박해지고 메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1980년대를 청년으로 살아왔던 지금의 우리 가 봤을 때 이들의 이야기는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흘러버린 30년의 세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고 던지는 작가의 질문에 좀 더 신중하게귀를 기울여보게 된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시 좀 더 나는 . 좀 더 행복한. 좀 더 정의로운 ,. 그런 삶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꿈틀거려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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