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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0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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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4쪽 | 660g | 140*210*35mm |
ISBN13 | 9788991239685 |
ISBN10 | 89912396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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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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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추리 소설은 한번 시작하면 쭉 읽게 만드는 힘이 대단하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분야다. 추리소설은 읽기 시작하는 그때부터 모든 등장인물을 용의 선상에 올려 과연 누가 범인일지 마음껏 점찍는다. 이야기의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여러 사건과 등장인물의 윤곽이 잡히면 추리 과정은 가속도를 내고 어느 시점부터는 세워진 뼈대 위에 살을 붙이게 된다. 독자로 하여금 “왜 그랬을까?”란 생각을 던지게 만드는 추리 소설이 잘 써진 추리 소설의 조건이라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80% 정도 충족한다고 본다.
독일 소설이다. 그래서 영미 문화권의 지명이나 이름에 익숙한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등장인물들을 구조화하고 연결하는 것보다 이름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 힘들었을 것이다. 맨 머리로는 정리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나는 결국 연습장에다 주인공 ‘토비아스’를 중심으로 등장인물 구조도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뒤에 등장하는 인물은 화살표를 끌어서 연결하다보니 이 구조도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복잡한 구조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를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입력하는 과정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추리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인기 도서였다는 것과 제목이 특이하다는 것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판본은 2011년의 20쇄본이다. 어마어마한 인기였음에도 내가 지금에서야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조금이라도 추리 소설에 가까워지고 싶어서다. 팍팍하고 빠듯한 일상에 숨통이 될 만한 책 읽기를 하고 싶었다. 만날 ‘이래라 저래라’하는 계발서도 벗어나고 싶었고 대리만족이라도 하자며 읽어댔으나 정작 갈 수 없다는 것에 더 심통이 나서 여행서도 당분간 쉬고 싶었다. 허연 배꼽을 드러낸 백설공주의 배를 보고 있자니 제목에 계속 호기심을 느껴오던 것을 이번에 아예 내가 백설공주다~ 생각하고 추리소설에 푹 빠져버리고 싶었다. 휴가도 없는 여름을 시원한 맥주와 서늘한 살인사건을 접하며 증거와 정황을 맞춰가는 두뇌활동이나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추리 분야에 문외한이고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도 잘 모르지만 최소한 범인 찾아가는 재미는 아니까.
두 여자 친구를 살해한 죄로 20대 전부를 감옥에서 보낸 토비아스가 주인공이다. 꼬박 10년을 채웠다. 홀로 남은 아버지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평온했던 마을은 살인자 토비아스의 등장으로 뒤숭숭해진다. 마을 전체가 토비아스를 향한 냉대와 조소, 심지어 대놓고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한다. 토비아스는 사라진 2시간의 기억 때문에 두 여자 친구를 죽였는지도 제대로 모른 체 가슴 속 억울함과 분노를 꾹꾹 담은 채 십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복수심으로 불타오른다. 마을 전체가 토비아스의 집안 몰락에 가담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토비아스는 여자친구인 로라와 스테파니를 죽이긴 했을까? 독자에게 가장 첫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미 답을 내려놓은 상태로 이 소설을 읽어나갈 것이다. ‘토비아스는 로라와 스테파니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답. 왜냐하면 그래야 반전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누가 죽였을까, 그리고 왜 죽였을까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는 전체 이야기의 뼈대에 살을 붙이기 가장 적합한 질문의 단계다.
추리소설은 주로 범죄 중심의 사건 해결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 수사관이나 형사다. 토비아스가 돌아온 고향 마을 [알텐하인]에 10년 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신이 하나 발견된다. 바로 살해 후 시신을 찾지 못했던 로라의 것이었다. 현재의 사건을 10년 전 사건이 직감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졌다는 것을 안 피아 형사. 그녀와 호흡을 맞춰온 보덴슈타인 반장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보덴슈타인은 현재의 사건만 들여다본다. 피아의 직관력을 믿지만 그는 팩트주의자다. 소설의 중심은 토비아스라는 청년이 과연 로라와 스테파니를 죽였는가, 이미 죗값을 치른 토비아스이지만 마을 주민과의 관계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토비아스가 가지고 있는 억울함과 분노는 풀 수 있는가, 만약 토비아스가 두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죽였고 왜 죽였는가, 이다. 이 질문에 대해 소설은 답을 해나간다. 그러나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사관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사생활을 갈등이나 문제 상황을 집어넣었다. 나는 그것이 뜬금없게 느껴졌다. 특히 보덴슈타인 반장의 부부 관계의 갈등 상황이 계속 등장하는 것에 토비아스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집중을 흐리게 하는 장치를 하는 것이라 보고 불만이었다. 이것이 작가가 일부러 설정한 것인지, 그리하여 독자가 제대로 범인을 찾지 못하게 하거나 반전의 충격을 극대화할 목적인지, 궁금하다. 원래 추리 소설은 그런 식으로 쓰는가
결국 독자가 이미 예상했던, ‘토비아스는 범인이 아닐 것이다’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 다음 문제인 그렇다면 왜 이 모든 것을 토비아스에게 뒤집어 씌웠나 일 것이다. 어딜 가나 질투와 시기가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 것 같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악마는 한 두 명이 아니다. 집단적 광기가 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씁쓸함을 주지만 개별적으로 보이는 악의 분출을 보노라면 내 주변의 과잉 친절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속도 알고 보면 위선과 욕망으로 압축된 내면을 가진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이 완벽하게 독자를 속일 수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억지로 반전을 시도한 느낌도 받았다. 추리 소설은 으레 그래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새로운 이면을 보여주려 작가가 애쓴 느낌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알텐하인] 마을의 유지나 다름없는 테를린덴이 자신의 장남 티스를 버릴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 살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가는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약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독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것이다. 또 아쉬운 점은 강렬한 주인공이 없었다는 점이다. 토비아스가 주인공인 듯 해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더니 의존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묘사되어 주인공에서 점점 멀어진다. 주인공이 가져야할 무게 중심이 약했다. 토비아스보다 피아나 보덴슈타인이 사건 전말을 파헤치기 때문인지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인물 중심의 서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 소설은 고전문학에서 만난 것 외엔 처음이 아닌가 싶다. 독일문학 중 읽은 작품은 떠오르는 게 없다. 딱딱할 것이다, 철학적일 것이다라는 이미지가 강한 독일문학이다. 그러나 대중성을 요하는 추리 소설장르인만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그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굳이 ‘독일’ 소설이라는 말만 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영미 소설과 유사하다. 어딜 가나 물질과 관능적 욕정은 따라다니며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친절과 배려를 가장하여 상황을 조절하려 드는 인간의 이중성은 추리 분야의 영원한 소재가 될 것 같다. 인간을 통제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자기만의 규칙을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갈망은 파멸과 몰락을 가져온다는 전형적인 메시지를 속도감 있는 서사 전개를 통해 식상함을 덜어준 소설이다. 공포보다는 범인 찾기가 재미있을 추리 소설이다.
여담이지만,
엄마의 배꼽에 환장하는 우리 아들이 이 표지를 보고 씨익 짓던 음흉한 미소를 잊지 못한다 ㅋㅋㅋ
"엄마 백설공주가 왜 옷을 벗고 있어?"
북커버 사용의 일상화를 잊지말자^^
(고발님이 주신 것 잘 쓰고 있는데 이번엔 책도 더워보일만큼 무더운 여름이라 책에 옷을 안입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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