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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0년 05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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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95분 | 130g |
연령제한 | 15세 이용가 |
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벼르고 벼르던 영화 500일의 썸머를 드디어 봤습니다. 드디어 봤어요 드디어!! 주이 디샤넬 + 조셉 고든 래빗의 환상 조합을 드디어 봤어요! 래빗은 이 영화로 떴죠. 주이 디샤넬은 전부터 여러 영화를 거치며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었고요.
대충 어떤 영환지는 알고 봤습니다. 공감 100%를 지향하는 이 시대 모든 남녀를 위한 영화, 라고 하더라고요. 홍보 카피도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적이 있다.' 좋습니다만, 먼저 여친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네?
...사실 전 약 한 달간의 연애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연애 비슷한 거였어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도 그렇지만 뭐 정말 이게 사귀는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사귀어서 권태기가 온 건지 싶을 정도로 두근거리는 것도 없고 특별한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제 잘못이었죠. 사랑 없이 연애를 시작했으니까요. 사랑 없는 연애를 과연 연애라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좌우간 사실입니다. 외로워서 사귀었어요. 연애에대한 어떤 막연한 동경심도 있었고. 상대는 절 꽤나 좋아했었는데 말예요. 결국 한 달 조금 넘던 날 심경 고백을 했습니다. 그만 만나자고. 그 뒤로도 연락이 오긴 왔지만 일부러 씹었어요. 그 편이 나으니까요. 그 사람 주변에는 아는 사람도 많아서 개새끼가 될 걸 앎에도 단호하게 끊었습니다. 이런 저런 눈치 사정 봐가며 더 큰 상처를 주기엔 너무 미안해서요...
아는 누나가 그럽디다. 요즘 노래들 들어보면, 특히 걸그룹 노래에서, 내 남자가 사랑이 변했네 내가 널 얼마나 믿었는데 이 개새끼야 이 씨발년아 감히 니가 나한테 배신을 때려 이 개같은 년아? 하고 통수쳤다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사람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 마음이 변했다면 본인은 괴롭더라도 놓아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배신감이라는 감정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영화에 대해서 그런 평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썸머가 썅년이라고. 주로 남성분들이 그러시던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만 오히려 영화를 보고나서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정확히는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왜 썸머는 그런 취급을 받아야할까요?
썸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사랑한다(I love you)고 하지 않습니다. 좋아한다(I like you)고 하죠. 그러고는 자신은 사랑도, 운명도 그 어느것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인공 톰은 그런 그녀의 감정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거고요. 단지 방식의 차이일뿐.
전 이 영화를 어머니와 함께 봤어요. 티비에 틀어놓고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웃으며 봤거든요. 참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어머니도 여자 맞습니다. 더욱이 이 나이대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 경험을 갖고 계신 베테랑 여성이지요.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썸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남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만 사랑까지는 가지 않는 애매한 감정이죠.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감정의 중간선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어머니는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썸머는 이 감정에 대해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고요. 어쩌면 그 사이에 자신은 톰을 사랑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여기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있을까요. 모르는 건 모르는 겁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길 대로변에 똥을 쌀 때는 나무라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처럼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알아가야죠. 인던 레이드 헤딩파티 돌면서 서로 누가 뭐라 나무라나요? 물론 숙련자를 뽑는데 생초보가 와서 난장부리면 짜증낼 수 있겠지만 이 둘은 그런 관계도 아니고 정말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관계입니다. 특히 톰이 그렇지요. 톰의 진정한 첫사랑은 썸머입니다. 썸머의 첫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지요. 그녀와 결혼한 남편이 첫사랑일 겁니다. 그녀도 그렇게 말하고요.
이 모르는 감정에 대해서 쉽게 저울질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헤딩하며 경험하는 기간이 있고, 걸음마를 배우는 기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강요할 수도 없지요. 톰이 자신의 사랑을 강요하고 싶어도 썸머가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당장 내일 지구 멸망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런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뭐, 개인에 따라서 기도도 하고 지하 벙커에 숨을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적극적인 조취를 취할 수 없다면 체념하고 조용히 사과나무를 심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세상에는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 존재합니다.
사랑처럼 말이에요. 물론 그게 쉽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라 짐작합니다. 자꾸만 집착하고, 자신이 베푼 감정에 대해 보상받길 원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배신감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거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걸 끝까지 안고가면 안 되지 않을까요.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사랑이 한 번 끝나면 정말 세상이 끝난 것 같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고 더 이상 이런 사랑은 다시 한 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정말 의외로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고요. 여름(썸머)이 끝나고 가을(어텀)이 찾아오는 것처럼 톰도 썸머와의 관계를 정리한 후 어텀이라는 새로운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또 다시 500일이 시작되겠죠.
이 현실감 넘치는 미묘한 감정 노선을 잘 다룬 영화라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많은 수의 노래들하며 톰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사물들, 그리고 시간의 변화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이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물론 두 주연의 연기도 한 몫 했겠지만요. 간만에 정말 유쾌하고 산뜻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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