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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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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4쪽 | 488g | 140*210*30mm |
ISBN13 | 9791160943733 |
ISBN10 | 1160943737 |
KC인증 | 인증유형 : 확인 중 인증번호 : - |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6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살면서 한번이라도 소외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지 않을 존재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소속감은 인간 본성이 원하는 강한 감정 중 하나이다. 소속감은 삶에서의 만족도를 증가시키고 일할 때 강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좌절된 소속감이나 사회적 소외감은 한 개인의 정신 건강 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삶에서 소속감을 갖기 위해 서로 간의 공동 분모를 찾고 때로는 공동의 적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특정한 기준으로 세상을 나눈다. 그 기준에서 누군가는 소속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낀다. 어른과 아이, 남성과 여성, 주류와 비주류, 비장애인과 장애인,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하여 수많은 방법의 구별짓기가 존재한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나누든 누군가는 소외된다. 그 누군가는, 언젠가는 '내'가 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다. 저자의 한편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저자는 그 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자신의 고민을 글로 써오고 있다.
저자는 장애인의 사례를 통해 누구도 소외받지 않을 권리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왜 우리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존중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잘못된 삶'이라고 규정되는 신체를 가진 사람에게 실격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내가 '잘못된 삶'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을 수 있고 왜 그래야 하는지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잘못된 삶'이란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존중받지 못하는 삶, 하나의 개별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격당한 삶이다.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든 우리 모두는 '잘된 삶'과 '잘못된 삶'의 거대한 구별 짓기에 늘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유한 서사를 가진 하나의 개별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해 소외감을 갖거나,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지고 잘못된 삶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장애인을 위한 저자의 변론은 소외받는 순간의 나를 위한 변론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변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종적/성적 소수자, 나이가 많은 사람들, 장애는 없지만 배제되고 소외되기 쉬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을 장애인들은 얼마간 다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매력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표현해낸 역사와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 중 누구도 '잘못된 삶'이라고 규정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매력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표현해낸 역사'는 아름답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중받음으로써 두 개인의 존엄함이 구현된다. 누군가의 작은 움직임으로 존중받은 개인은 '내 삶이 꼭 잘못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희망의 세계에 닿는다. 타인에게 수용받고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소속감을 갖는다.
그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고, 피해자 되기를 멈추고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자율적으로 써내려가며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 투쟁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장애인이 균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법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그런 개인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와 신념, 성향, 몸의 질량과 부피, 비율과 신체의 곡선, 색깔과 향기, 목소리를 모두 종합하여 그 자체로 고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스스로를 존엄하게 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독이고, 자랑스럽게 여기기 힘들어 할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한 괴물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수용하고 돌보려 노력하지만 결코 완전하지는 못할 '취약함'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더이상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하나의 기준을 갖게 된다. 우리 모두는 어느정도 스스로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사는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러면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왜 우리 모두는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의 자아는 사회 속에 투영되고, 사회는 자아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누구나 소외되고 실격당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나'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엄해진다. 존중받은 개인이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며 변화시킨 새로운 세상의 누군가는 또다른 '타인'을 존중한다. 이런 존엄의 순환 속에서 구별짓기로 그어진 원은 넓어지고, 더 많은 원으로 다양한 공통분모가 생기며, 결국에는 처음과 그이후의 수많은 구별짓기가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타인을 존중하는 길이 내가 소외받지 않는 길인 것이다.
다양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는 소외되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쪽으로, 모든 인간을 존엄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다양성과,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인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 많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불완전한 나의 존재로 인해 세상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 나만의 고유한 서사는 그 자체만으로 이 세상의 다양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가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알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를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존엄의 선순환을 위해서 조금 어렵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나를 사랑하는 것, 내 존재의 가치를 믿고 나를 수용해주는 것과 나를 수용하는 것처럼 타인을 수용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처럼 나를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자 우리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p.313)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작가 김원영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실격당한 자’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장애인으로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냉철하게 짚어 나가며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기본적인 권리와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도덕성을 지닌 탁월한 인물임을 과시하는데 수단이 되고, 결핍을 지닌 채 태어난 것,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결핍된 부분으로 인해 이 사회에서 다양한 인간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 그냥 장애인이 되어버리는 사람들. 사고를 당하고 화를 입어 죽어가 자살을 하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장애를 가진 자가 그런 일을 겪은 것이 되어버리는 사람들.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생각을 한 개인의 역사를 지닌 사람이 아닌 앞뒤 전후가 잘려나가고 그냥 장애인이라는 것만 부각된다. 신체와 정신의 장애가 있지만 그들도 비장애인처럼 평범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장애인이 가진 특별한 시각과 사고를 하는 매력적인 존재이지만 이것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비장애인들만큼 가질 수 없다. 또한 법률과 제도의 수정과 보완으로 예전보다 더 나은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되었지만 그 법률과 제도가 오히려 그들의 한계를 정하고 구속하는 경우들을 보면 여전히 그들을 위한 사회적 변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극명하게 빛나는 순간은 서로가 서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는 때이다. 품격이 상대방을 적절하게 접대하는 연기에 의해 구성된다면, 존엄은 상대를 환대하고 그 환대를 다시 환대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가 본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대우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서로를 대우할 때 비로소 존엄이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p.71)
작가는 당연히 이 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원했겠지만, 장애인에게도 장애를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당부와 바램도 담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강인함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런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장애를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특히나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주의 제도 아래 자연스럽게 생기는 계층 중 어느 곳에도 자리 잡을 수 없는 존재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하지만 장애를 가진 작가의 시선에서 전해지는 비장애인 위주로 만들어진 사회가 가진 모순에 맞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때로는 힘겹게 다가오기도 했고, 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나의 곁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그들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할 수 없어 내가 그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접할 수도 없었겠지만 나의 관심이 그만큼 크지 않았음도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은 그들이 좀 더 사회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을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 여러 인간상 중의 하나로 평범한 인물로 인식되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장애아를 키운 부모의 이야기. 형제자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채 돌봄노동을 전담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공유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은 그저 사회와 가족의 짐으로만 여겨지고, 그 가족들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사람들로만 인식될 것이다. 이들이 경험한 공생을 위한 갈등과 협력, 때때로 찾아오는 경이로운 순간들, 장애인을 한 사람의 자녀로, 또래로 온전히 받아들인 시간은 그 자체로 고유할 뿐 아니라,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개별자로서의 이야기를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드러내줄 것이다. (p.204)
이 모든 실천은 자기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화가'들 앞에 자기 초상화를 맡길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렇게 그려진 초상화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와 신념, 성향, 몸의 질량과 부피 비율과 신체의 곡선, 색깔과 향기, 목소리를 모두 종합할 것이다. 아름다울 기회의 평등이 있다면 적어도 당신과 나의 신체도 얼마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 연예인 뺨칠 정도는 아닐 테지만. (P.285)
책을 읽는 내내 사실 이해가 쉽지 않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부분들이 많았다. 아마도 김영하의 북클럽에 선정되지 않았다면 읽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섣불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장애인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완독하며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들을 막연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던 관조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들을 우리의 삶의 테두리 안에 두고 그들을 내 삶에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준비를 이 책을 통해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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