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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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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97g | 153*224*30mm |
ISBN13 | 9788937833663 |
ISBN10 | 89378336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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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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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제로 천칭 저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TV속 어느 법원 앞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을 스치듯 보았거나 학창시절 교과서나 역사책 속의 이미지로 보았을 법한 이 저울은 원래는 교환이나 매매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두 물건간 무게를 재는 도구였지만 근대 혁명기간을 지나오며 평등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좀 더 각인된 듯 하다. 그렇지만 천칭 저울의 양팔에 올려 진 물건은 수평하기만 하면 같은 값어치라는 사실을 다른 어떤 저울보다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럼 "돈으로 사면 안되는 것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혼자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살 수 없는 것들이란 그 자체로서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뜻일 것이다. 돈으로 사면 안된다는 꾸중은 그래도 내가 기필코 사고 말겠다면 살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욕망을 은연 중 부추길 수 있으니 말이다.
시장이라는 천징 저울의 한쪽 팔에 금 한돈을 올렸을 때 그 반대쪽 팔에 올릴 수 없는 후보 목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공공성, 윤리, 도덕, 헌신, 의식, 교육, 생명, 진정성, 선의, 자연 및 그 구성원 등이 그것이라 말한다. 얼핏 당연히 비교대상이 안될 것 같은 이 가치들은 미국내에서 신자유주의가 등장 이후부터 그 신자유주의의 반성 및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까지 시장에 의해 때로는 조금씩, 때로는 극적으로 많은 부분이 잠식되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의 생활은 어떠한가. 한해 전 쯤인가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담배를 끊고 일정량의 몸무게를 줄이고 상위 외국어 등급 취득을 성공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얼른 신청을 했다. 참 좋은 회사지, 직원들의 건강과 외국어 실력 향상을 독려하기 위해 성공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준다고 하니 말이다. 캠페인 기간이 이미 끝난 지금 나는 아직 담배를 피우며 몸무게는 그대로이고(그렇다고 난 비만상태는 아니다!) 얻은 것이라면 어학에서 비록 목표등급은 아니지만 인사기록 카드에 뭔가 새로 찍히기는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학은 캠페인 기간이 아니라 중국 출장기간에 취득한 것이니 실제로 인센티브가 나를 변화시킨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꾸준한 학습은 내 인생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나의 열정으로 내가 이끌어 가야 할 것들이지 외부의 당근 또는 채찍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나를 변화시키고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냉큼 인센티브의 보자기 속에 손을 집어넣어 버린다. 재화가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과 환상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일상속을 그렇게 야금야금 파고 들어온 시장의 이념은 나이 드신 부모를 일정 수준의 돈을 드리면 어린 자식을 돌봐 줄 보모로 만들었고 자식을 이런 저런 사교육에 보내면서 언젠가는 투자한만큼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될 거라 믿는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연말 고과의 끄트머리를 잡고 대롱대롱 거리는 사람은 조직의 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레고블럭으로 여겨져 교체되거나 폐기되기 쉽상이며 남들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명품백을 자기는 생일에도 선물받지 못한다며 부인은 남편의 자격에 실격점을 준다. 이런 단면은 어느덧 당연한 듯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현실을 저자는 미국의 예를 들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저서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문제인식에 따른 판단과 실천의 영역은 독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저울의 반대편 팔에 은근 슬쩍 살 수 없는 가치를 올려 놓으려는 시장의 음흉한 의도를 파악할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 없을테니 말이다.
"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맞서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고 해서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시장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하용하게 되는 셈이다. [...]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본문 274~275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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