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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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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726g | 150*210*30mm |
ISBN13 | 9788956056234 |
ISBN10 | 8956056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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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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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남미 여행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지금까지 읽은 남미 여행기들이 취향에 맞지 않기도 했고, 그보다는 남미가 나에게 관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납치와 시위, 테러가 빈번하고 치안도 그리 좋지 않은 곳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그 곳을 굳이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제3세계 여행을 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일반인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그 모든 이상을 과감하게 포기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지금까지의 나의 여행에는 계산법만 존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 모든 이상을 과감하게 포기하기 위한' 가치를 꼽자면 '교감'이 아닐까 싶다.
일본어에는 いちごいちえ(이치고이치에)라는 말이 있다. 일생에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으로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말이다. 얼마 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그 문장과 いちごいちえ(이치고이치에)가 계속 생각이 난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칠레편을 담은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에서 인연의 소중함, 교감은 극대화되어 커다란 감동을 준다. 더불어 지금, 여기에서 접하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고 친절하게 대하자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라오스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계획에 봉사를 빠트리지 않는다는 작가와 JB는 에콰도르에서 그 이상을 또 한 번 실천한다. 배움의 기회도 별로 없고 생계를 위해 따로 떨어져 사는 환경으로 애정의 깊이도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간 것이다. 국제활동가 에일린을 통해 알게 된 소중한 경험들. 그 곳에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게임방식을 도입한 영어를 가르치고 JB는 어린 스승이 되어 바이올린을 가르친다. 밖에서 공을 차며 놀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두 명의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책임을 다하려는 그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들이 보낸 일주일간의 학교생활은 에콰도르 최고의 관광지 갈라파고스를 포기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보통의 여행자라면 에콰도르 관광의 일번지라 불리는 갈라파고스를 포기하기란 매우 어려웠을텐데 작가는 고민하고 생각한 후 JB와 의논 끝에 자원봉사를 결정했다. 책을 읽다보면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상황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해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데, 과연 나라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갈라파고스 관광을 눈 앞에서 포기하고 자원봉사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제안을 JB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것도 매우 놀랍다. 여행을 통해 아이는 성장했다.
작가의 책이 다른 여행서들과 또 하나 다른 점은 그 나라의 정세와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페루가 스페인에게 어떻게 정복당했는지, 볼리비아의 에보 대통령이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현대에서 이룬 업적과 주변국들과의 상황에 대해 세심하게 알려준다. 결국 여행이란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를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크게는 남의 것을 부당하게 취하고 뺏은 역사, 빼앗긴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 그리고 그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심한다. 작게는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혹은 다른 곳에서 여행 온 사람들과 어울리며 배운다. 친절이 무엇인지, 열정이 무엇인지, 자유로운 삶과 주체적인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다.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소중한 덕목들을 배운다. 그런 점에서 JB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여행을 주도하고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삶으로 연장하여 제3세계에 도서관을 짓고 독자들과 책을 보내는 프로젝트는 세운 작가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여행기를 읽고 이렇게 가슴이 묵지근해진 것은 처음이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도 인상깊고 콜롬비아의 라스 라하스 성당도 멋있었고 에콰도르의 카카오농장도 너무너무 가고 싶었지만 그 어떤 것들보다 작가의 생각과 여정이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요즘 언어의 연금술사 김미경님이 '드림워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던데 오소희 작가님이야말로 드림워커에 딱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다. 언젠가 그녀의 이야기도 육성으로 들어보고 싶다.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 읽어서인지 다시 내 머리도 휙휙 돌아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늘도 짐을 풀었다 쌌다 하는 작가님의 모습과, 그녀의 곁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을 것만 같은 JB가 어른거리며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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