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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0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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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7쪽 | 415g | 132*225*20mm |
ISBN13 | 9788937460340 |
ISBN10 | 8937460343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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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반복되는 역사
수백 년 동안 피를 섞어 온 양쪽 집안에서 태어난 가장 건강한 두 젊은 남녀가 결혼해 이구아나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자신의 사촌인 우르술라와 결혼을 하였으나 우르술라는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날까 두려워 한동안 정절을 지킨다. 마을 사람들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에게 남자구실을 못한다고 수군거렸고, 분노한 부엔디아는 자신을 욕보인 쁘루덴시오 아길라르를 죽이고 마는데 한동안 그의 혼령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에게 계속 나타나며 괴롭힌다. 이에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집을 헌 다음 21명의 사람들과 함께 미지의 땅을 찾아 떠난다. 그들은 마꼰도에 정착하여 새로운 마을을 형성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호세 아르까디오와 우르술라 사이에 세 명의 자식이 태어나는데 첫째는 호세 아르까디오, 둘째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대령), 셋째는 여자아이로 아마란따로 짓는다. 부엔디아 가문의 2세대들은 이후 각자 성향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반복되는 근친과 삼각관계로 인해 얽히고설킨다. 호세 아르까디오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삘라르 떼르네라를 서로 공유했고 그녀는 두 형제들로부터 각각 아이를 낳는다. 이후의 역사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반복적인 이름과 같이 반복적인 역사를 돌고 돈다. 7대에 거친 부엔디아 가문에서 아들들은 모두 아르까디오 혹은 아우렐리아노의 이름을 공유하고 있고, 그들은 근친을 반복하거나 한 여인을 서로 공유한다. 아마란따 혹은 우르술라의 이름을 공유하는 딸들은 오빠를 사랑하거나 조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등 근친을 일삼는다.
마꼰도 마을이 형성되고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를 찾아온 집시 멜키아데스는 예언서를 주는데 이는 부엔디아 가문과 마꼰도 마을에서 벌어질 일에 대한 엄청난 예언이 담겨 있다. 마꼰도 마을에서 100년간 벌어지는 7대의 기이한 이야기. 반복되는 근친의 역사 속에서 그들은 결국 정해진 틀에서 놀아난 장난감에 불과했던 걸까?
우리는 과연 우리의 의지대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걸까?
정열적인 사랑, 불륜, 자아실현, 투쟁, 살인... 이 세상에 나올만한 이야기는 이미 다 나왔고 새로울게 없는 것들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 쓰기는 이제 기존의 고루한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문학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성을 회복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백년의 고독』에는 복잡한 이야기들 속에서 인간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이 담겼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돼지 꼬리를 낳을지도 모르는 속설에도 사촌은 우르술라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 쁘루덴시오 아길라르를 죽이고서 새로운 마을 정착해 가문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고 역사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으나 태어난 자식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유사하게 부여하고, 이는 3세대, 4세대에 거쳐 계속 반복된다.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들은 호탕한 성격을 지녔고,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들은 내성적이지만 이지적인 성향을 가진다. 부엔디아 가문의 후손들은 반복적으로 근친을 자행했고, 스스로 의지대로 살아가는듯하지만 결국 선대의 역사를 충실히 따를 뿐이다. 백 년간 7대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는 최초의 인간인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집시 멜키아데스로부터 받은 양피지 껍질 속에 담김 예언에 모두 담겨 있다. 마꼰도와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는 결국 쓰인 역사였고 그들은 쓰인 대로 행할 뿐이다.
『오이디푸스』 와 『백년의 고독』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는 장차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
『오이디푸스』에서 라이오스 왕은 이 신탁을 듣고 아이가 태어나지 않도록 아내는 이오카스테와 동침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술 취한 라이오스 왕은 이오카스테와 동침을 해 임신을 하게 만들었고 그의 바람과 달리 아들이 태어난다. 이에 라이오스 왕은 경호병에게 아이를 죽이도록 명령을 하지만 그의 명을 받은 경호병은 그 뜻을 거역한다. 태어난 아이는 오이디푸스로 이름이 지어지고 코린토스로 들어가게 된다. 훗날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에서 오는 마차와 충돌하게 됐고 살인을 저지른다. 이후 스핑크스와의 지혜 대결에서 승리했고, 마침 테바이의 왕의 횡사하여 그 자리에 앉게 되고 선왕비였던 이오카스테를 차지하게 된다. 이야기는 멀리 돌고 돌아왔으나 결국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된 오이디푸스의 뒷이야기는 잘 알려진 대로다. 『백년의 고독』에서도 근친의 역사 결과물은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는 예언이 있었으나 인간의 의지로 거부를 했고 결국 신의 뜻을 이기진 못 했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라는 양피지 껍질에 쓰여진 운명대로 부엔디아의 가문은 한낱 종이 쪼기리 속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정해진 것은 일어날 것이다.
재작년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했다가 책의 앞장에 있는 가계도를 보고선 지레 겁먹고 덮어버렸다. 감히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사실 자신은 없었다. 복잡한 가계도일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름의 반복으로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름 때문에 혼돈을 주는 일은 많지 않다. 그리고 각 인물들을 정확하게 구분해 나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선 마음 편히 읽어갔다. 아르까디오와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들의 성향만 알면 된다. 쌍둥이였던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와 호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어릴 적 지어진 이름을 반대로 행동해서 바뀌고 만다. 결국 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이름대로 삶이 바뀌고 만다. 개인의 의지가 아닌 이름이 부여한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엔디아 가문의 순환적인 역사에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가계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마음 편히 그냥 읽고 모르겠지만 넘어가도 좋고 세세한 이야기를 다 이해할 필요 없이 큰 줄기대로만 따라가면 된다. 정보의 과잉 시대에서 『백년의 고독』이 주는 이야기의 과잉은 간결하지 못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굳이 이렇게 길고 긴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문학에 관심이 많고 궁금한 사람만 읽어도 좋을듯하다.
남미 작가의 책을 찾아 헤매던 중 만난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밀란 쿤데라'가 극찬한 책이어서 더 관심이 갔던 책. 그렇게 이 책과 만나게 됐다. 1권을 읽으며 익숙하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뭐랄까 환타지 소설에서나 보임직한 구성과 등장인물들,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 구조, 인물들의 심리상태. 어떤 땐 환타지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땐 역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땐 애정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한 묘한 책이었다.
이 책의 중심 스토리는 '부엔디아' 집안의 시작과 몰락에 관한 백년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의 결혼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그들이 최초로 발견해 정착한 곳인 '마꼰도'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모든것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안정되어 있는 도시, 아직 죽은자가 없어 무덤조차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도시 '마꼰도'가 외부 지역의 문물들을 받아들임에 따라 여러 형태의 변화를 겪고 결국엔 몰락해 버리는 이야기 속에 그들 '부엔디아' 집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백년동안 끊임없이 대물림 되어지는 이름 '아르까디오', '아우렐리아노' , '우르슬라' , '아마란따' , '레메디오스'. 그 이름들은 최초에 그 이름으로 불리웠던 사람들과 비슷한 성격으로 태어나 비슷한 형태의 삶을 반복한다.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체구가 좋고 과격했으며, 충동적이고 모험적이었던 반면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차가워보이는 얇은 입술을 갖고 태어나 명민하며 은둔적인 성격을 보였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부엔디아' 집안의 새로운 등장 인물들을 기억하고 이해하기 위해 책 앞부분에 그려져 있는 '부엔디아' 집안의 가게도를 수시로 살피며 책을 읽어야 했다. 계속되는 이름의 반복들이 어찌나 머리를 어지럽히던지. 그 반복 속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한가지는 시간은 수직으로 흐르지 않고 둥글게 반복되며 흐른다는 것이었다. 증조부와 이름과 성격이 같은 사내 아이가 태어나는 것. 고조모와 이름과 성격이 같은 여자 아이가 태어나는 것. 이것은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번도 서로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모습과 성격을 갖고 태어나 또다른 삶을 살아가는 끊임없는 반복을 의미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1권에서는 독특한 소설이 주는 생소함이라는 재미를 톡톡히 느껴 보았고, 2권에 이어지는 '부엔디아' 집안의 후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조금은 지루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느꼈다. 결국은 '부엔디아' 집안도 '마꼰도'도 사라져 버리는 결말을 읽으며 허탈한 마음과 함께 사차원의 세계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느낌마져 들었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을 읽다보면 표면적인 글 속에 깊은 내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때문인지 책을 읽고도 오랜동안 그 책의 내용들을 곱씹게 된다.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지 않으면 자칫 종이에 찍혀진 글자만 읽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어야 한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에서 시작되어 이모와 조카의 근친상간으로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마지막 '아우렐리아노'까지의 삶을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요즘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내용의 깊이가 얕은 것들이 많다. 때문에 쉽게 읽히나 곱씹을 내용도 오래 기억되는 여운도 극히 적다. 고전은 함축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많아 지루하거나 어렵다.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깊이있게 읽고나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깊은 맛이 있다. 이것이 내가 고전을 읽게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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