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제7회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사상계》 1962년 7월호에 발표되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능란하게 변신하는 기회주의자 이인국 박사의 모습을 통해 일제강점기 말에서 6·25전쟁에 이르는 격동기의 현대 한국사에서 출세하는 사회지도층의 위선을 폭로한 풍자소설이다.
▶ 작가 소개
호 백사(白史). 함남 북청(北靑) 출생. 1946년 경성고등상업학교, 1951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문과, 1953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찍이 문학에 심취, 1939년 《동아일보》에 《별나라 공주와 토끼》가 입선되고, 1947년 《시탑(詩塔)》 등 동인으로 활동, 1955년 단편 《흑산도》가 《조선일보》에 당선되고, 논문 〈신소설 연구〉가 《사상계》에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문단생할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동혈인간(凍血人間)》 《충매화(蟲媒花)》 등의 단편을 발표, 현실에 아부하지 않는 건실한 작풍을 보여주었다. 1962년에는 세속적 출세주의자를 풍자한 단편 《꺼삐딴리》로 동인문학상(東仁文學賞)을 받았고, 이어 장편 《태백산맥》 《나신(裸身)》 《창과 벽》, 단편 《세끼미》 등을 발표했다.
한편, 학자로서도 역할이 커, 1955∼1984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 1972년 문리대 문학부장으로 있으면서, 1973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동안 소설연구에 착수하여 〈설중매(雪中梅) 연구〉(1955), 〈이인직(李人稙) 연구〉(1957) 등을 비롯하여, 〈한국어문장의 시대적 변천〉 등 평론과 논문을 다수 발표,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또, 사회활동에도 참여, 1974∼1981년 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1980∼1985년 한국비교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4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로 지냈다. 대한민국 문학예술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그 밖의 주요 작품에는 《모르모트의 반응》 《G.M.C.》 《편지의 미학》 등이 있다.
▶ 추천 이유
꺼삐딴 리는 주인공 이인국 박사를 통해 민족의 비극이었던 일제 36년과 해방 이후의 대혼란, 미군-소련군의 진주와 6.25 사변이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카멜레온처럼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성공한 한 인간의 일대기를 어떠한 가감 없이 냉철한 시각을 통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판단으로 시류에 편승하여 성공하고자 하는 의사 이인국은 친일 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일제 시대동안 순탄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평양에 소련군이 진주하게 되면서 그동안 있었던 친일 행위로 인해 감옥에 갇혀 인민재판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진주한 소련군 사령관 스텐코프 소좌(소령)의 혹을 치료함으로서 사면을 받고 스텐코프로부터 `꺼삐딴 리` 라는 칭찬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결국 1.4 후퇴때 남한으로 월남하여 병원을 차려 크게 성공한 이인국 박사.
20세기의 거친 풍랑 속에서 자기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끈질기게 살아 온 이인국 박사는 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에게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겨 줍니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미군 주둔기까지 급변하는 혼란 속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기회주의적 외과 의사 `이인국`을 통하여 이기적인 개인 뿐 아니라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는 한민족, 나아가 우리 역사의 문제점까지 꼬집어 낸 작품이다. 환자를 오로지 물질적인 가치에 의한 잣대로만 판단하며,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능동적 변화와는 거리가 먼 철저한 기회주의자 `이인국`에게서는 삶의 중심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일제 강점기부터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우리네 역사적 시련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다소 어두운 현실의 이야기를 특유의 풍자적인 문체로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고 있으며 시간순서가 뒤바뀐 구성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여 민족 수난기의 우리 나라 사람들이 겪은 고초를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중학교 시절 처음 접한 이 작품은 영어 `캡틴 리`의 러시아어식의 발음으로 흥미를 주었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낸 그 어떤 이야기보다 풍자적이며 `이인국`이라는 다소 과장된 인물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수난 시대를 잘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한다.
꺼삐딴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