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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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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75.15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60893915 |
상시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5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2023.06월의 첫 번째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쪽수 : 271쪽
- 별점 : ☆☆☆☆☆
- 한줄 : 세상을 유영하기 위한 삶의 질서에 대한 이야기
올해 초 , 즐겨보는 북튜버와 책 친구들의 추천 책들을 둘러보는데 이 책을 모두가 추천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검증이 된 책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하고 맛있는 거 두었다가 먹어야지.. 하는 맘으로 쳐다보고만 있다가 드디어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아하!! 하는 감탄사와 가슴이 두근거리는 공감을 느꼈다. 왜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추천했는지 백분 공감했다.
작가 룰루 밀러가 자신의 혼돈을 정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의 학술과 관점에 동의하기도 하고 시대가 낳은 학설들에 대해 (그릿, 우생학)등에 반론을 갖기도 하면서 결국 그녀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결론의 의미가 너무 와 닿았고, 정말 물고기 해골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자연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을 긋고 경계를 만들며 분류한다. 그러나 그 기준에 위대한 자연은 그저 보여지는 차이만 보여줄 뿐 우리의 한정된 기준으로 그것을 규정짓는 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의 편의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을 알아갈수록 그 경계는 무너지고 그 경계 밖, 격자 밖으로 우리는 이끌리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이 세상에서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기준에 얽매어 시선을 두고 가치 판단을 하면서 생을 일률적으로 살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 앞에서 수용하는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는 마치 물고기가 물 속을 유영하듯 이 세상을 유영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이,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p. 227)'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p. 263)'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 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묾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p. 267)'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이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p. 268)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데이비드스타조던 #자연과학 #삶의질서#whyfishdontexist #lulumiller #곰출판 #북스타그램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정지인 옮김,곰출판) 2021』는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헌정된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으로 빛을 발하는 것을 향한 인간의 고투를 담는다. 빛을 발하는 것은 별이나 식물일 수도, 물고기일 수도, 고향이나 안식처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특정하지 못하는 모호한 꿈일 수도 있다. 제목의 물고기는 어류인 물고기 자체다. 그래서 결국엔 더 큰 놀라움을 안긴다. 동시에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 은유로도 해석할 수 있다. 빛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타협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p.146)한 결과 인간은 어떻게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치밀하게 고발하는 이 책은 위험은 늘, 너무도 가까이 있음을 경고한다. 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찬사 일색의 평가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 여기에 밑줄에서 밑줄로 옮겨가기 어려운, 하나의 밑줄에 오래 묶어두는 책이라는 평을 더한다. 또한 삽화만 보는 시간을 따로 확보해도 좋을 것이다.
무질서도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알려진 이 명제는 이미 질문이 아니라 법칙이다. 혼돈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고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p.16)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아버지의 이런 주장에 반하는 인물을 알게 된다.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재난에 가까운 혼란을 대하는 방식은 가히 놀랍다. 저자는 조던의 자서전을 통해 그를 추적하게 되는데 형의 죽음과 이 시기 식물의 수집, “승리의 선언이자 통찰의 선언”(p.31)인 라틴어 학명들, 이름들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며 무력함을 넘어서는 페이지들이 지나간다. 페니키스 섬에서 만나는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로부터 “신성한 사다리” 개념(p.44)을 배운 조던은 평생 맞춰야 할 퍼즐이자 반짝이는 비늘로 된 실마리들인 물고기를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혼돈과 맞서는 자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라는 일곱 살 아이의 질문에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p.54)라고 아버지는 대답한다. 설명하고 재차 강조한다. 이제 더 이상 ‘전혀 중요하지 않은’ 그녀에게 혼돈만이 지배자인 이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아버지처럼 단단하기가 어렵고 가족들이 감당하는 아픔도 상처로만 새겨진다. 그때 인생의 선물과도 같은 만남으로 그녀는 안식처를 찾은 느낌이었으나 오래지 않아 그를 잃고 그를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만 남는다. 이 여정의 끝은 기대와는 다른 결말이지만 그녀는 이미 성장한 이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빛과 그림자로부터 시선을 피하지 않은 결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실에 닿고자 움직인 결론이다. 아프지만 다행스럽기도, 충격적이지만 귀 기울이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하나의 마침, 해방에 이른다.
저자는 자전적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혁신적 인물을 배치한다. 후회와 고통으로 자책하던 자신에게 실패에도 머뭇거리지 않는 돌진의 아이콘인 ‘조던으로부터 배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탠퍼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분류학자)로 개인적 아픔도 오로지 ‘일’로 이겨낸 “그릿”의 대표주자다.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을 낳았는지에 관한 실마리, 생명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한 실마리, 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에 관한 실마리,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을 개선하기 위한 비결에 관한 실마리를.”(p.105) 찾는데 온 힘을 쏟았으며 그 생물의 이름을 발음하는 행위는 “새로운 종의 탄생”(p.106) 의식이 된다. 자신이 발견한 포획물들을 전리품처럼 높이 쌓아 전시하는 그는 이미 경계를 넘는다. 또 하나의 바벨탑을 세우며 결국 “우생학”이라는 악의 지대까지 확대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다음 이야기를 곧바로 듣거나 하고 싶게 만든다. 계속 몰입하게 되는 흡인력이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책 속 이야기의 연결과 전환이 매끄럽고 미지의 것을 향한 항해에 동승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문장은 명확해서 이해하기 용이하다. 동시에 비유와 묘사가 아름답고 때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하는 책이다. 인물에 이입하는 읽기가 어느 시점부터 틀어지고 선망이 실망으로, 오싹한 두려움으로,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다른 선택과 경우의 수는 없었을까 하는 두리번거림으로 번져간다. 미처 알지 못했고 그래서 관심이 덜했던 학문의 일면, 슬픈 역사의 한 장을 엿볼 수 있었고 이는 수많은 인용과 주석에서도 짐작 가능한 저자의 열정에 빚진다. 진심은 역시 독자의 가슴도 뛰게 한다. 다만, 결말에 이르자 저자의 탐구 여정과 “혼돈을 이길 방법”이라는 개인적 추구가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며 뜻밖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환희와 감격이 가히 폭발적이라 독자는 오히려 한 발 뒤로 빼며 박수라도 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잘못된 일들을 저작으로 인해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건 다행이면서 커다란 성과다. 가능성과 희망, 겸허함과 공존에의 의지, 불확실성의 허용, 불확실성의 확실성을 사유하게끔 하는 책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생학자들은 이런 단순한 상대성의 원칙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유전자 풀에서 “필수 불가결한” 다양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지배자 인종을 구축할 최선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있었던 셈이다.(p.189)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p.227)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p.250)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유형의 작품들을 가끔씩 만나보곤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 및 놀라운 결말 하나만을 위하여 다소 지루한 앞 부분을 견뎌야만 하는 작품들,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내내 분명히 힘들었음에도 그 부분들 덕분에 나중에 그 책을 기억할 때는 참으로 놀라웠다는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그런 책 말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은 많은 이들이 말하기를, 이 책을 무어라 정의하는 게 쉽지 않다고들 하던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인 제 눈에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앞서 언급한 미스터리 소설에서 많이 보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과학 도서로 보였습니다. 사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어 보기 전에는 이 책을 이미 읽어 본 많은 이들이 해당 도서에 대한 정보가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를 않았는데, 이제는 물고기는 존재하지는 않는다가 그야말로 소설책과 같은 구성을 가진 과학 책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제는 저 역시 그분들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스포일러 당하시기 전에 그냥 빨리 읽어버리세요!
이 책을 완독한 직후의 제 첫 감상평은 삶의 의미를 역사적 위인에게서 찾고자 했던 자자가 그 인물의 업적 뒤에 숨겨진 추악한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의 업적을 깎아내림으로써 저자 나름의 정신 승리를 하기 위한 과정을 담은 책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그 인물과 저자의 약력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해보고 나서는 이 책에 대한 평가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랄까.. 만약 누군가를 진심으로, 그리고 제대로 까내려가려면 이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처럼,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추천하는 것을 권할 정도로 저자가 참으로 영리한 구성을 선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말 그대로 물고기는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한 문장의 과학적 사실에 대해 말하기 위하여 꽤나 긴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었음에도 그 앞의 이야기들이 쓸데없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룰루 밀러가 작가로서의 필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봅니다.
(이후의 내용은 e북토커의 취지에 걸맞게 추가해 본 주저리주저리)
다만 그 내용을 떠나 읽는 재미가 없는 작품인 건 분명한데, (어찌 보면 과학 도서에서, 그것도 분류학을 주제로 삼고 있는 책에서 재미까지 갖추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한 요구일지도?) 이는 룰루 밀러 작가가 물고기는 존재하지는 않는다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였던 바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일종의 그림자 같은 것으로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물고기는 존재하지는 않는다가 챕터를 잘게 찢어 놓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보니, 그 부분이 지루한 초반부를 넘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9장부터는 앞서 말했던 소설과 같은 면모가 아주 대놓고 드러나기 시작하다 보니 읽는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던 것 같은데, 만약 이 책을 읽다가 중도에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를 믿고 거기까지는 버텨보시길 바랍니다.
먼저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질서에서의 해방에 다소 어긋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그 역시 기쁘게 생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 역시 믿는 열역학 2법칙을 남몰래 딸에게 일러주었으나 역시나 새 생명을 임신시켜 자신이 설파한 절망의 굴레를 물려주려 했던 저자의 아버지처럼요. 혼돈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때로는 기만이라 부르는 낙관에 기대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과학적 결론이지만 결국 이 책에 등장한 실존인물 모두는 그 사실에 각자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이 책은 실재했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반추하는 전기이자 에세이입니다. 데이비드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어류를 분류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학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별자리를 가늠하고 자신이 사는 마을부터 시작해 전세계의 지도를 그려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식물의 표본을 수집하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졸업 후 교사로 일하다 페니키스 섬 학습캠프에서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를 만난 후 진지하게 어류를 선택해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루이 아가시는 자연물 속에서 신의 의도와 질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했습니다. 데이비드는 신을 넘어 진화론을 받아들였으나 루이 아가시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자연물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정연한 질서를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수백여종의 물고기를 분류하며 스탠퍼드 부부의 관심을 얻고 후원을 받아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총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연의 질서를 드러내어 견고히 하기를 원했으나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풍파는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병으로 잃게 하며 벼락이나 지진으로 그가 수십년에 걸쳐 분류한 연구들을 부수고 헤집어 놓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진으로 박살이 난 물고기 표본들을 하나씩 수거하여 다시 이름표를 붙이고 연구에 매달려 수천개의 표본을 복원했습니다.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는 과학자였던 아버지에게서 일찍이 열역학 2법칙과 혼돈으로만 흐른다는 자연의 통보를 받습니다. 세상은 무의미하고 절망적이며 누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나름대로 도덕률을 세운 아버지에게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조언을 듣고 이에 따라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유년기에 남들보다 모자라 보인다고 방황하는 언니를 목격합니다. 자신 역시 남학생들에게 등급을 품평받으며 자해를 합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남자 애인을 사귀어 7년을 안정적으로 동거했지만 바닷가에서 여자와 바람을 핀 후 이별하게 됩니다. 옛 애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직업적으로도 불안정한 인생의 암흑기에 룰루는 절망적인 혼돈에 굴하지 않고 질서의 토대를 세우고자 했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삶의 확신을 찾고자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실상은 매우 불쾌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분류학에 몰두한 나머지 우생학에 빠져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불임화시켰습니다. 데이비드가 자연에 질서가 존재한다 믿었고 그것을 수호하고자 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자신이 경멸했던 후원자 제인 스탠퍼드의 독살 사건에도 연루되었습니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였으나 결국 옛 은사 루이 아가시의 신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윈은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나 계층을 매기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데이비드는 자신이 매긴 계층구조에 천착하여 실망스러운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저자는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성행했던 우생학의 역사를 공부하고 그 실제 피해자에게 찾아가 처참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과 이웃사람을 아끼며 일상을 살아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실마리(민들레)를 찾습니다.
데이비드는 그가 저지른 악행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고 어류학계의 거두로 남았습니다. 무신론자로서 그리고 과학을 긍정하는 자로서 절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정의구현을 믿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한 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저자와 독자들에게 약간의 정의구현적 도취를 느끼게 해줄 사실이 밝혀집니다. “어류(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기학(분지학)에서 밝혀낸 것으로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을 어류로 분류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이라 해서 인류와 나머지 포유류, 그리고 조류를 함께 묶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육지에서 적응하기 위해 비슷한 일부의 외형을 가졌다고 해서 이들이 결코 유전적으로 가까운 동물이 아닙니다. 그러니 데이비드가 평생을 바친 연구가 무의미한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어도, 그가 그런 식으로 어류를 분류하고 질서와 계층을 매기고자 했던 행위는 진리에서 한참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느끼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학자는 기뻐하고, 어떤 학자는 분노했으며, 어떤 사람은 연민합니다. 생의 무의미함을 일러줬던 저자의 아버지는 이를 거부합니다. ‘아직 내가 해방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해방되기에는 너무 늙었어.’ 모자라다고 고통받았던 저자의 언니는 이를 덤덤히 받아들입니다.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열역학 2법칙에 따라 세상은 혼돈으로 흘러갑니다. 인간은 어떤 것에도 질서를 부여할 수 없으며 모든 행위는 혼돈을 늘리기만 합니다. 우리가 자고 먹고 만들고 공들이는 모든 행위는 다른 대상을 부수고 자연의 혼돈을 많이 늘려서 우리의 질서를 조금 연명하는 것입니다. 가해적이면서 소모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살아가기에 우리는 저자처럼 삶의 무의미함에 괴로워하거나 데이비드처럼 자기기만적 질서를 상정하고 집착합니다.
우리가 물고기라 불러왔던 어떤 동물들은 우리보다 더 다양한 색을 감지하고 음악을 구별하며 도구를 사용하고 고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생태학자 조너선 밸컴은 물고기를 그만 먹어야 하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한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조너선 역시 물고기를 먹는 걸 그만두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인간이 삶을 바쳐 세운 질서조차 이 냉엄한 자연의 혼돈 앞에서 가차없이 파괴됩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질서가 부서질 때 우리는 실존적 변화를 얻게 됩니다. 어류를 부정하는 것은 그것을 오래 연구했던 학자 캐럴 계숙 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나 그 너머의 지평을 보게 할 것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자의적으로 질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대상들에게 고통을 준다 한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을 인간 멋대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질서가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더 넓은 우주를 엿볼 수 있게 될 뿐입니다. 그것이 양성애자인 저자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학문을 따라간 후 자기 삶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내린 결론입니다.
혼돈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강박적으로 질서를 탐구하는 과학자는 결국 무의미에 대한 공포에 어떠한 위로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애써 세운 질서가 쉽게 부서지는 만큼 그 작은 질서에 자기 자신을 부정당했던 사람들이 조금 더 살아가는 힘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한 학자의 일생, 어류학(이제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되겠지만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겠지요.)과 과학적/철학적 회의론, 심리학을 넘나들며 실존의 긍정으로 조금 더 발돋움하는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은 입소문을 탄다. 유명한 작가(저자)나 메이저 출판사의 책이 아니더라도, 어마어마한 광고 세례를 퍼부은 책이 아니더라도 잘 쓰인 글은 필히 독자의 마음을 타고 전도되고 확산된다. 때와 대상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양서는 언젠가는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의 손에 놓인다. 내가 그간 많은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공식이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그 공식을 증명하는 책 중 한 권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제목이 흥미롭다. 마치 시집 제목 같다. 과학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의 위치를 감안하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지 궁금했다. 이 모호한 호기심이 책의 첫 장을 여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달음에 달려 읽었다. 책의 막장을 덮었을 때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게 닥친 충격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겠다. 하지만 제목이 무언가의 시적 표현이나 상징을 내포한 게 아니라 문장 그대로를 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할 때쯤 독자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씁쓸한 충격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 룰루 밀러의 영혼의 에세이다. 저자의 지적 열정과 호기심, 고뇌와 좌절, 깨달음과 희망의 이야기가 논픽션으로 적나라하게 쓰였다. 사실은 사실대로, 주장은 주장대로, 회고는 회고대로 저자는 자유롭게 시점과 문체를 바꿔가며 단단하고 다채로운 에세이 한 권을 만들어냈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면서 주요한 대목을 넘을 때마다 혼란함을 겪는다. 이야기 흐름에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전체적 맥락에서 각 대목의 변화와 전환이 저자가 의도한 네러티브적 장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자 어류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동경한다. 이에 데이비드의 자서전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과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세기까지 발견된 물고기의 1/5 이상의 이름을 명명한 데이비드의 업적에 크게 도전받는다. 생물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데이비드에게 1907년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엄청난 위기였다. 지진 때문에 데이비드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든 수백 개의 유리병들이 바닥에 내팽개쳐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물고기 하나를 집어 들고 바늘에 실을 꿰어 물고기의 목살에 이름표를 꿰매기 시작했다. 엄청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삶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저자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의 족적을 계속해서 추적하게 만든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한 어류학자를 존경한 저자의 동경기 혹은 그것을 통해 삶의 긍정을 깨우치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힌다. 하지만 중반부터 저자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데이비드의 삶에 악랄한 모순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책의 내용과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야기의 흐름이 완전히 뒤집혀 피의자의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 기록,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역사 기록, 과학의 한 분야를 설명하는 교양 서술, 심각한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르포, 여러 경험을 통해 걸쭉한 사유를 이끌어낸 저자의 성장 기록 등이 펼쳐지며 책이 얘기하려는 본 주제를 도출해낸다.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완벽히 다르며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모두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추천한 유명한 모 유튜버는 "보수적인 입장의 크리스천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책"으로 평가했다. 저자가 지독한 무신론자이고 다윈의 추종자이며 성(性)적으로는 양성애자라는 것을 감안한 코멘트였을 것이다. 책 곳곳에 다윈의 진화론을 절대 진리로 전제하고 보는 저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주목한 이유가 있다. 명명과 범주라는 잣대로 존재와 세계에 선을 긋고 다양성을 재단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임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존중이야말로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의 가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아직도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선을 그으며 살아가고 있다. 정치·종교적인 것은 물론 단순한 사적 개성에 이르기까지.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다.
대략 10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밀양의 어느 깊은 산속으로 회사 워크숍을 갔다. 회의를 마치고 산장 야외에서 저녁 회식 자리였다. 술이 어느 정도 취한 영업부 막내 사원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과장님은 어떤 사안과 가치에 대해 항상 선을 그어놓고 접근하십니다." 그때는 "무슨 개소리야" 하고 넘겼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그 녀석의 얘기가 내 삶 속에서 자주 복기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 나에게는 법칙과 기준이 너무 많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가지각색일 텐데 내 신앙과 신념을 잣대로 선 긋기 하는 태도가 내 언행 속에 크게 존재해 있었다. 나만의 선악의 가치판단이 심했다. 그래서인지 타인과 세계를 좁게 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많이 나이브 해졌지만 아직도 그 잔존함에 자유롭지 못함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힐링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힐링 서적이든 종국적으로 자기계발서와 매한가지라는 독서의 경험적 축적 때문이다. 이 책도 과학 에세이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메시지 측면에서는 분명한 힐링 서적이다. 저자 자신이 닥친 삶의 위기에서 한두 세대 이전의 과학자 평전에서 답을 찾겠다는 설정 자체가 작위적인 면도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모든 메시지가 저자 개인을 위한 변명이자 수식어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탁월함은 저자의 작위성과는 별개로 내용의 정교한 구성과 저자의 문장력이 진부한 메시지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번역은 덤이다. 에세이란 장르에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 책은 정점의 수준에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서평을 정리하자. 서두에 언급한 대로 좋은 책은 반드시 입소문을 타고 독자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된다. 저자가 국내에 잘 알려진 유명 작가가 아니고 출판사에서 대대적 홍보행사를 한 것도 아님에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다. 환언해서 평가하자면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풍기는 기묘한 호기심만큼이나 매혹적인 에세이다.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메시지를 음미하며 여유 있게 지평을 넓혀 읽으면 충분히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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